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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 할리우드 지배한 연기법 '메소드'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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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소드

아이작 버틀러 지음, 에포크 펴냄

서울경제



연기는 배우라는 인격체와 그의 의상, 연기를 하기 위해 꾸며진 배경과 미술 장치, 글로 쓴 대본이 어우러져 표출되는 종합 예술이다. 배우들은 수많은 예술가들이 만들어낸 작품을 자신의 육체를 총동원해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배우는 실로 부담이 큰 직업이며, 대사를 내뱉은 그 한순간을 위해 배우들은 자신의 육체를 넘어 영혼까지 끌어들이는 ‘메소드 연기’를 펼치기 위해 애쓴다. 메소드 연기는 극 중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극사실주의 연기법을 말한다.

그런데 메소드 연기는 사실 배우라는 인간을 지치게 한다. 메소드 연기는 연기에 필요한 감정을 관리하기보다 모든 감정을 연기에 쏟아붓게 만들고, 연기가 끝나고 난 후 한참이나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배우들도 많다. 평론가이자 연출가인 아이작 버틀러 역시 이같은 메소드 연기의 부정적 측면을 절감하고 배우에서 연출로 진로를 바꾼다. 그는 극 전체를 조망하는 ‘연출가’로서 연기기술인 메소드를 관찰하고,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철학 중 하나인 메소드의 역사를 파헤친다.

이번에 출간된 책 ‘메소드’는 단지 연기 이론인 메소드가 아닌 한 시대의 문화를 뒤흔든 키워드로서 메소드를 조망한다. 메소드의 기원은 130여 년 전 러시아로 거슬러 올라간다. 러시아 배우이자 연출가였던 스타니슬랍스키는 모스크바 예술극장이라는 극단을 만들고 ‘차르 표도르 이바노비치’와 ‘갈매기’ 등의 연극을 기획하는데, 이때 관습적인 웅변 위주의 연기를 버리고 ‘경험하기'를 통한 연기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캐릭터가 처한 현실에 철저히 녹아들어 배역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 하지만 그의 주장이 ‘완전히 그 캐릭터와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는 배우의 살아있는 의식과 캐릭터의 허구적 의식이 만나 진정한 연기를 펼쳐야 한다며 ‘시스템’이라는 연기 테크닉을 개발한다. ‘시스템’ 이론 덕분에 러시아의 연극은 새 단계로 도약한다.

‘시스템’은 1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으로 전파된다. 1920년대 뉴욕 브로드웨이에서는 정형화된 멜로드라마 대신 새로운 미국에 맞는 새로운 무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고, 리 스트라스버그 등 등 몇몇 배우들이 ‘시스템; 기법을 도입하고 ‘그룹 시어터’를 설립한다. 이들이 ’시스템'을 적용해 새롭게 개발한 연기 테크닉이 ‘메소드’다. 특히 이 메소드 기법은 ‘할리우드 시스템’이 생겨나면서 전성기를 맞는다. 당시 할리우드에서는 유성영화 시대가 시작됐다. 메소드는 무대보다 카메라에 더 맞는 연기였다. 특히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워터 프론트’ 등의 히트작은 할리우드에 메소드가 뿌리내리는 계기가 됐다.

이 책은 ‘메소드’라는 키워드를 활용해 러시아혁명, 미국 대공황, 매카시 열풍 등 당대의 현대 문화사를 살펴보는 하나의 역사서다. 연극, 영화 등 1900년 대 초반의 세계 문화를 ‘메소드’를 주인공 삼아 생동감 있게 전달한다. 4만 원.

서지혜 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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