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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부장이 단둘이 3차 회식 제안…결국 갔더니 내 몸매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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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직장에서 상급자가 회식을 강요하고, 불참 시 인사 불이익을 주겠다는 등의 '회식 갑질' 사례가 여전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올해 1월부터 지난 12일까지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상담 1703건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 중 회식 참여와 관련 있는 내용은 48건으로, 회식 강요가 30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나머지 18건은 회식 배제 사례다.

회식 강요 사례는 모두 상급자가 수직적 위계관계를 이용해 회식 자리에 강제 참석하게 한 것이었다. 제보자들은 회식 참여 여부가 업무 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상의 협박까지 받았다고 직장갑질119는 전했다.

한 제보자는 "부서에서 회식비 명목으로 매달 몇만원씩 걷는다"며 "나는 몇 년 전부터 회식에 불참하고 회식비도 내지 않는데, 얼마 전 부서장이 이를 언급하면서 타 부서로 전출시킬 수밖에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회식에서 일방적으로 배제돼 괴로움을 호소하는 직장인과, 관계의 우위를 이용해 다수의 동료로부터 따돌림을 당하는 직장인도 있었다.

여성 직장인들이 회식 자리에서 성희롱을 당했다는 제보도 잇따랐다. 제보자는 "부장이 2차 회식이 끝난 뒤 제게 단둘이 3차 회식을 가자고 제안했다"며 "다른 직원과 함께 가자고 했지만, 무조건 단둘이 가야 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갔다. 그 자리에서 부장은 제 외모와 몸매를 평가했고, 굉장한 불쾌감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직장인들 사이에서 '조직문화를 위해 회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강해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직장갑질119는 지난 6월 9∼15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의 갑질 감수성 지표(점수가 높을수록 감수성 높음)를 조사했다.

그 결과 '팀워크 향상을 위해 회식과 노래방이 필요하다'는 질문에 대한 지표 점수는 작년 73.6점에서 올해 71.2점으로 떨어졌다. '직장생활을 원만하게 하려면 술이 싫어도 한두 잔 정도는 마셔줘야 한다'는 질문에 대한 지표점수도 같은 기간 80.6점에서 73.3점으로 하락했다. 전체 직장인 중에서 50대, 남성, 관리자급은 회식과 노래방, 음주가 조직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더 강했다.

직장갑질119 이상운 노무사는 "회식을 강요하거나, 회식에서 일방적으로 배제하는 행위는 분명한 직장 내 괴롭힘"이라며 "회식을 통해서만 소통과 단합이 가능하다는 고리타분한 관점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현예슬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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