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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끊이지 않는 학교 폭력

조국 징역5년, 정경심 2년 구형…정경심 "조국 아니고 내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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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팡이를 짚고 법원에 출석한 정경심 전 교수는 법정에선 휠체어를 타고 증인석에 앉았다. 지난해 1월 징역 4년형이 확정된 정 전 교수는 수감 생활을 하다 지난 9월 건강상의 이유로 가석방된 상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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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이 아니고 제가 했습니다”

18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부장판사 김우수·김진하·이인수) 심리로 열린 입시 비리 항소심 마지막 공판에서 피고인 신문에 나선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는 몇 번이고 이 말을 반복했다. 검찰은 이날 정 전 교수에 대해 징역 2년을, 조 전 장관에게는 징역 5년과 벌금 1200만원, 추징금 600만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은 지금까지도 반성하지 않고 아직도 피해자 행세를 한다”며 “피고인들을 둘러싼 의혹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극심한 사회적 분열과 소모적 대립은 지속되고 있고, 피해자는 피고인들이 아닌 국민들”이라며 이같이 구형했다.



‘조국 사태’ 4년 만에 처음, 자청해 울먹이며 입 연 정경심



2019년 8월 조 전 장관 관련 이슈가 불거진 이후 두 건의 재판을 진행하는 동안 정 전 교수가 스스로 입을 연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마스크를 쓰고 법정에서 거의 한마디도 하지 않았던 것과 달리, 18일 공판에선 2시간 넘게 답변을 이어갔다. 앞서 2020년 9월 조민 씨 관련 재판에서 검찰 측이 정 전 교수를 상대로 피고인 신문을 시도했으나 진술을 거부했고, 이후 정 전 교수가 쓰러지는 등 해프닝으로 중단돼 피고인 신문 없이 1심 선고가 내려졌다.

이날 피고인 신문에서 정 전 교수는 “그동안 구치소에서 사건을 보면서, 변호인단이 알지 못하는 상세한 문맥이 너무 많아서 저에게 큰 스트레스였다”며 “이번이 아니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 거란 생각을 해서, 제가 피고인 신문을 신청했다”고 울먹이며 진술을 시작했다. 그는 “어차피 부부니까 유리하게 진술하겠지,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저희 가족은 다 내려놨고 다 잃었다”며 “여기서 뭘 더 지키려고 한다기보다는 재판부 판단에 참고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조원은 아픈 손가락, 혼자 시험 보는데 힘들대서…”



정 전 교수의 답변은 ‘엄마 정경심의 고해성사’와 ‘가정에 무심한 남편 조국은 몰랐다’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그는 진술 첫머리부터 “조원은 낳은 지 두 달만에 엄마와 떨어졌고, 유학과 가족의 병 등으로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며 “학교폭력 사실도 뒤늦게 알아서 죄책감이 엄청났다, 조원은 늘 제 마음속 아픈 손가락”이라고 말하면서 눈물을 훔쳤다. 그러면서 “혹시 극단적 선택을 하면 어떡하나, 하는 마음에 24시간을 내가 관리하려고 했다”며 “그래서 동양대 프로그램도 참여시키고, 유학 보내고도 스케줄을 다 챙겼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지워싱턴 대학교 퀴즈를 부모가 함께 응시했다는 혐의에 관해서는 “아들이 대인기피가 있어서 정상적인 스터디그룹을 맺지 못한 것 같다”며 “‘다른 애들은 같이 시험 보는데 자기는 혼자 하느라 힘들다’길래, 까짓거 너랑 나랑 2인 스터디 하자고 했다,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침에 학교 간다는 연락이 없으면 캠퍼스 폴리스에 연락해서 생사를 확인해달라는 전화를 하기도 했다”며 “제가 보낸 9000페이지 분량의 문자를 보며 펑펑 울었다, 일거수일투족을 챙기는 마녀 같은 엄마로 아들에게 트라우마였던 것 같다, 아들한테 제일 많이 죄를 지은 것 같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부산남자 조국, 교육 관심 없는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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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입시비리 및 감찰무마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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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에서 대부분의 업무방해 행위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은 정 전 교수는 본인의 행위는 대부분 인정하고 “죄송하다” “반성한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러나 조 전 장관에 대해서는 “아이들 교육에 대해 관여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답변으로 일관했다. 정 전 교수는 “조국은 한국 남자 중에서도 관심 없는 아빠 중 하나”라며 “부산 남자고, 대화를 많이 하는 스타일이 아니고, 뭘 부탁하면 나서서 해주지 않아서 제가 협박까지 해야 하는 정도”라고 주장했다.

1심에서 조 전 장관의 공모가 인정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 수료증’도, 출석을 인정받을 수 있는 체험활동 신청서도 모두 “조국이 아니라 내가 했다”는 게 정 전 교수 주장이다. “껄끄러운 남편에게 부탁하는 것보다 (공익인권법센터 수료증을) 한인섭 교수에게 직접 받는 게 나았다” “‘조국컴D’라고 적힌 건 다른 자료와 구분하기 위해서일 뿐 동양대 강사 휴게실 PC 2호에 있는 건 제가 만든 문서, 저 파일 작성자는 조국이 아니라 접니다”라고도 했다.

연세대, 고려대, 충북대 대학원 지원 서류도 조 전 장관은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정 전 교수는 “연세대‧고려대는 제가 지도해서 썼고, 충북대는 메가로스쿨의 아는 선생님에게 유료 지도받았다”며 “조국은 휘리릭 보고 어 뭐 잘 썼네요~ 하고 윤문만 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법정에서 피고인 측은 조지워싱턴대 맥도날드 교수의 이메일 답변을 제출했고, 재판부는 맥도날드 교수에 대한 별도 증인신문은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맥도날드 교수는 이메일에서 “(조원이 봤던) 퀴즈는 최종 성적의 2%를 차지하는 시험이고, 매우 경미한 부정행위”라며 “조원의 부모님이 퀴즈를 도운 걸 알았더라도, 범죄가 되려면 고도로 추악한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도 밝혔다. 검찰은 “문자 등 어느 정도 추악한 행위인지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판단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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