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아픈 손가락’…업황 회복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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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연말부터 감산, 서서히 효과
재고 소진되며 판매가 상승 전환
‘온디바이스 AI’ 등 수요 급증 예상
양사 올해 낸드 적자 21조원 육박
내년 글로벌 매출 31% 증가 전망
키옥시아·WD 등 시장 경쟁 치열
D램만큼 빠른 흑자는 어려울 듯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아픈 손가락’인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해 글로벌 빅테크들이 단행한 대대적인 생성형 인공지능(AI) 투자의 온기가 D램에 이어 낸드에까지 미치는 양상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11월 낸드 범용제품(128Gb 16Gx8 MLC)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4.09달러로 전월 대비 5.41% 올랐다. 이 제품의 가격은 2021년 7월(4.81달러)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다 지난 10월 1.59% 오르며 2년3개월 만에 상승세로 전환한 바 있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4분기까지 강도 높은 낸드 감산이 지속되면서 가격 반등이 나타나는 것”이라며 “중국 화웨이 신제품 스마트폰(메이트60 시리즈) 증산에 따른 단기 수요 급증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메모리 기업들이 지난해 말부터 시행한 낸드 감산이 이제서야 빛을 보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더해 PC·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기기 수요가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면서 낸드 수요 증가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전원이 꺼지면 저장된 자료가 사라지는 D램과 달리 낸드는 데이터가 계속 저장되는 플래시 메모리의 하나다. 지난해 낸드 시장은 줄곧 차가웠다. 스마트폰·PC 등에 들어가는 낸드 수요가 경기침체 탓에 급감한 데 이어 데이터센터 기업들도 서버용 낸드 투자를 줄였다.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낸드 적자만 20조9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경쟁이 치열한 업계의 특성 또한 가격 하락을 부추겼다. D램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강 구도인 반면, 기술장벽이 낮은 편인 낸드는 3강 외에도 키옥시아와 미국 웨스턴디지털(WD),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등 다수 업체가 포진해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수요처의 재고 소진이 진행되면서 차츰 공급자 우위 시장으로 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내년 세계 낸드 매출이 526억달러로, 올해보다 31%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WD는 최근 고객사들에 제품 가격 인상 계획까지 통보했다. 향후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다른 제조사들도 가격 인상에 동참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생성형 AI의 파급력이 낸드에까지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D램 등 AI 연산에 필수적인 제품과 달리 데이터를 ‘저장’만 하는 낸드는 당초 AI 시장의 성장에도 큰 영향을 받지 못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스마트폰·PC에 ‘온디바이스 AI’ 기능을 넣으려는 시도가 이어지면서 256기가바이트(GB) 이상 낸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고대역폭메모리(HBM) 같은 AI 반도체 핵심 부품과 달리 낸드 회복세는 느리게 이뤄지고 있어 업계는 아직 신중한 모습이다. 수요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 섣불리 감산을 종료했다가 공급 과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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