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류됐던 소송 확정판결 잇따를듯…재원 마련이 문제
일제 강제동원 '2차소송' 대법서 승소 확정 |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일본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확정 판결을 받은 강제징용 피해자가 늘어나면서 정부의 '제3자 변제' 해법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21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과 유족이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2건에서 원심의 원고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이번 판결로 최종 승소한 원고는 일본제철 상대 7명, 미쓰비시중공업 상대 4명 등 총 11명이다.
피고인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은 배상을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는 만큼 한국 정부는 이번 승소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제3자 변제 해법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제3자 변제 해법은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이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에게 일본 기업 대신 배상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지난 3월 해법 발표 당시 정부는 2018년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 15명에게 이를 적용하고, 법원에 계류 중인 소송에서도 향후 원고 승소가 확정되면 동일한 방식으로 배상금을 지급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날 대법원 판결로 정부의 해법 발표 이후 제3자 변제 적용 대상이 처음으로 늘어난 것이다.
문제는 이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할 재원이다.
배상 확정판결을 받아 제3자 변제 적용 대상이 되는 피해자는 계속 나올 텐데 재단이 확보해둔 기금이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재단은 해법 발표 당시 민간의 자발적 기여를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대일 청구권 자금 수혜 기업 중 하나인 포스코가 40억 원을 출연하면서 1차적 기금이 마련됐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 일부 민간 기업·단체들도 기부했다.
그러나 추가 기부는 미미한 실정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박홍근 의원실이 지난 국정감사 기간 재단에서 확인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으로 재단에 접수된 기부 건수는 포스코를 포함해 모두 11건, 합산 금액은 41억1천400만원에 그쳤다.
이 기금으로 재단은 피해자 15명 중 해법을 수용한 11명에게 배상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해왔다. 남은 기금 규모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미 지출된 금액과 앞으로 늘어날 확정판결 피해자를 고려하면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이번 판결로 피해자 한명당 1억원∼1억5천만원의 배상금과 지연이자가 지급돼야 한다. 확정된 배상금은 총 11억7천만원이다.
앞으로도 배상 확정판결은 이어질 전망이다. 당장 대법원은 오는 28일에도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의 상고심 판결 2건을 선고하는데 같은 취지의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재원 마련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구체적인 방식은 미지수다. 복수의 소식통은 "재원 확충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 참석한 하야시 신임 관방장관 |
강제징용 문제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해결됐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일본은 여전히 별다른 호응 조치를 내놓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한일청구권협정에 명백히 반하는 것"이라며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다른 소송도 원고 승소로 판결될 경우 한국의 재단이 지급할 예정이라는 취지를 이미 표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에 맞춰서 한국 정부가 대응해갈 것으로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일본 기업의 책임을 덜어 준 제3자 변제 해법이 결국 현재와 같은 한일관계, 나아가 한미일 안보협력 복원의 토대가 된 만큼 일본도 이제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3자 변제 해법이 흔들리면 한일관계도 다시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는데 한국의 노력만으로 이를 지탱하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kimhyoj@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