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현행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무차입 공매도 거래를 한 홍콩계 투자은행(IB) 2곳에 이례적으로 강력한 제재 조치를 내렸다. 역대 최대 규모 과징금과 함께 검찰 고발도 의결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강력한 처벌이 가능했다고 평가하면서 일회성 조치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다. 불법적인 시장교란행위에 대해서는 근절될 때까지 전방위로 조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22일 증권선물위원회는 임시 제2차 증선위 회의에서 2021년 9월부터 지난해까지 총 560억원 규모로 불법 공매도 주문을 제출한 BNP파리바 홍콩법인과 홍콩 HSBC에 대해 과징금 265억20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이는 과징금·과태료 합산 역대 최대 규모며 2010년부터 올해 9월까지 부과된 전체 금액보다 크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 기간 무차입 공매도에 적발된 국내외 기관은 총 183개다. 합산 과징금·과태료 규모는 231억2230만원 수준이다.
이처럼 전격적으로 처벌 수위가 강력해진 이유는 그간 집행된 솜방망이식 징계가 실효성 있게 불공정 거래 욕구를 차단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는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집계된 조치 현황과 비교해 보면 잘 나타난다.
이 기간 무차입 공매도 적발 기관은 86개였지만 과태료는 6억6400만원을 부과하는 데 그쳤다. 이마저도 30개사에만 내려졌고 나머지 56개사는 주의 처분만 받았다. 벌금 규모만 놓고 보면 약 40분의 1 수준이다.
특히 외국계 IB들이 전혀 통제되지 않았다. 당시 적발된 86개사 중 80개사가 외국계 IB였다. 국내 증권사는 6곳에 불과했다. 이후로도 외국계 IB들의 무차입 공매도가 성행했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무차입 공매도로 처벌받은 기관은 총 33개다.
이 가운데 국내 증권사는 단 1곳에 그쳤다. 나머지 32개사가 외국계 IB였다. 외국계 IB들이 수취한 추정 부당 이득 대비 턱없이 낮은 수준으로 징계가 이어지면서 공매도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다 2021년 4월 시행된 개정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에 불법 공매도에 대해 1년 이상 징역 또는 이득액의 3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형 형사 처벌 규정과 공매도 주문 금액 범위 내에서 과징금 부과 규정이 신설되면서 처벌 수위가 점차 강화됐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매년 무차입 공매도 적발에 대한 전체 과태료 수준이 10억원을 넘지 않다가 지난해 25억원 가까이 부과됐고 올해 역대 최대 규모로 강화됐다. 실제 지난 3월 증선위는 공매도 규제 위반행위에 대한 과징금을 최초로 부과했다. 외국계 금융회사인 ESK자산운용과 UBS증권에 각각 38억7000만원, 21억8000만원을 부과했다
금융당국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더 강력한 법적 처벌 근거가 마련된 만큼 불공정 거래 행위가 근절될 때까지 집중 점검하겠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혐의 사항이 적발되면 엄격한 조사를 신속히 진행하고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부당이득 환수, 범죄수익·은닉재산 박탈 등 위반행위에 상응하는 제재와 처벌을 실효성 있게 조치하겠다"며 "불법 공매도가 근절될 때까지 집중 조사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최이레 기자 Ire87@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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