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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주담대 금리 시중은행보다 높은 인터넷은행 ‘사면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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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일러스트=손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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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은행권 수신 경쟁이 완화되고 은행채 금리가 내리면서 인터넷전문은행과 시중은행 간 금리차가 좁혀지고 있다.

28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혼합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전날 기준 연 3.36~5.40%로 집계됐다. 이는 인터넷전문은행보다 더 낮다. 같은 날 기준 주담대를 취급하는 인터넷전문은행 2사(카카오뱅크·케이뱅크)의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3.50~5.48%로 집계됐다. 시중은행은 인터넷전문은행보다 금리 상단이 0.08%포인트, 금리 하단이 0.14%포인트 낮았다.

최근 주담대 준거 금리인 은행채 5년물 금리가 떨어지며 인터넷전문은행과 시중은행 간 대출 금리 차가 좁혀지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11월 시중은행이 새로 취급한 균등분할상환 방식 주담대 평균금리는 인터넷전문은행보다 높았지만 모두 연 4%대에 머물렀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케이뱅크가 4.46%로 가장 낮았으며 시중은행 중에서는 NH농협은행이 연 4.65%로 가장 낮았다. 두 은행의 금리 차는 0.19%포인트에 불과하다. 이는 지난 3월 연 0.44%포인트 차이 났던 두 업권 간 최저금리 차가 좁혀진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과 시중은행 간 금리차가 좁혀진 것은 정부의 시장 개입으로 발생한 현상으로 풀이된다. 오프라인 영업점이 없는 인터넷은행은 시중은행에 비해 인건비와 점포 임차료 등 운영비를 낮출 수 있어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가 지난해 2월 주담대를 처음 출시한 이후 지난달까지 줄곧 은행권에서 가장 낮은 금리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지난 9월 금융 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의 원인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의 공격적인 주담대를 지목하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은 대출 금리를 조정하고 있다.

예금금리의 경우에도 인터넷전문은행의 금리경쟁력이 사라지는 추세다. 5대 시중은행의 주요 정기예금(12개월) 상품 금리는 연 3.70~3.75%로 나타났다.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경우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3.50~3.90% 수준으로 모두 연 4% 아래로 내려왔다. 통상 은행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는 인터넷전문은행은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해 수신을 유치하지만, 최근 금융 당국이 수신금리 인상 자제를 권고하자 예금금리 인상에 주춤한 모양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금리경쟁력이 사라지는 가운데 연말까지 중·저신용자 목표 비중도 채워야 하는 ‘이중고’에 처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금융 당국이 매년 제시하는 전체 신용대출 잔액 대비 신용등급 4등급, 신용평점 하위 50%의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잔액 비중을 맞춰야 한다. 금융 당국은 인터넷전문은행이 연말까지 목표 비중 달성에 실패하면 신사업 인허가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경고했다.

업계에서는 카카오뱅크를 제외한 나머지 인터넷전문은행은 연말까지 이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분기 말 기준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카카오뱅크 28.7%, 케이뱅크 26.5%, 토스뱅크 34.4%로 나타났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올해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목표치는 카카오뱅크 30%, 케이뱅크 32%, 토스뱅크 44%로 각각 목표치에 1.3%포인트, 5.5%포인트, 9.6%포인트 모자란다.

이 때문에 일부 인터넷전문은행은 고신용자 대출 금리가 중·저신용자보다 높은 ‘금리 역전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11월 케이뱅크의 일반신용대출 금리는 신용점수 1000~951점 구간에서 7.50%로 집계됐다. 이는 850~801점(5.73%)보다 1.77%포인트 높은 수치다. 800~751점(6.03%)과 비교해도 1.47%포인트 높고, 750~701점(5.93%), 700~651점(5.96%)과도 1.5%포인트 이상 차이가 난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인터넷전문은행은 고신용자 확보가 중요한데, 금리경쟁력을 잃으면 시중은행에 고신용 차주를 빼앗길 수밖에 없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인터넷전문은행 관계자는 “연말까지 중·저신용자 목표 비중을 맞추기 위해서는 중·저신용자 대출 금리는 낮춰야 하는 상황이다”라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중·저신용자 비중을 높이면 주담대를 확장해서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데 최근 금리경쟁력마저 잃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수정 기자(revis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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