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임직원 사익추구·랩신탁 자전거래 등 연일 충격
'SG발 폭락' 영장심사 출석하는 라덕연 대표 |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여의도 증권가에서 2023년은 각종 사건·사고로 얼룩진 한 해였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이 '이렇게 많은 적은 없었다'고 입을 모을 정도로 주가조작 사건이 잦았고, 불공정거래 관련 증권사의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 능력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에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은 불미스러운 사건·사고들을 반성하고 윤리경영을 약속하는 것으로 지난 1년을 매듭지었다.
◇ 카카오부터 라덕연까지…키움증권, '영풍제지 사태' 휘말려 곤혹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는 카카오[035720]의 시세조종 의혹과 '라덕연 사태'가 자본시장을 뒤흔든 사건으로 꼽힌다.
대형 엔터사를 인수하기 위한 하이브[352820]와 카카오 간 '쩐의 전쟁'은 사태 초기부터 하이브가 시세조종 의혹을 제기했고, 금융감독원이 지난 10월 카카오 경영진의 혐의를 파악해 검찰에 넘겼다.
행동주의펀드의 SM엔터테인먼트 지배구조 개선 촉구 운동이 거대 정보기술(IT) 기업의 불공정거래로 귀결되면서 금융투자업계에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지난 4월 발생한 '라덕연 사태'는 주가조작 세력이 다수의 종목에 대해 최소 2년 이상 장기간 시세조종을 일삼은 유례 없는 사건이었다.
보통의 주가조작 사건은 범죄행위가 발생하고 1∼2년 뒤 사후적으로 발각되는 범죄이지만, '라덕연 사태'는 동시다발 하한가 현상으로 전 국민에 실시간 생중계되다시피 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종목 수나 부당이득 액수 등 규모 면에서도 그렇지만, 조사 과정이 시차 없이 만천하에 공개됐다는 점에서도 특이했던 사건"이라고 돌아봤다.
증권사의 차액결제거래(CFD) 서비스 허점을 활용한 신종 주가조작 사건은 기존 시장감시 시스템의 한계를 드러냈고, 당국과 거래소는 초장기 시세조종도 적발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뜯어고치기로 했다.
그러나 바뀐 제도가 시행되기도 전 두 달도 안 돼 '라덕연 사태'와 유사한 두 번째 주가조작 사태가 재발했고,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동일산업 등 5개 종목의 매매거래를 일시 정지했다.
한 시장 관계자는 "불공정거래 의심 종목의 거래를 정지시킨 것도 올해가 처음"이라며 당국과 고심을 거듭해 결정한 조치였다고 털어놨다.
영풍제지 주가조작 일당 영장실질심사 |
10월에는 유가증권시장 상장 종목인 영풍제지가 갑작스럽게 하한가로 급락하며 시세조종 혐의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 사건은 주가조작 세력이 키움증권의 미수거래를 이용했던 것으로 파악되면서 증권사 리스크 관리 능력 미흡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고, 결국 황현순 키움증권 사장이 4천억원대 미수금을 떠맡게 된 데 대해 도의적 책임을 지고 자진 사임했다.
◇ 사모CB 및 랩·신탁 '쇼크'…"사정당국 잦은 조사에 피로" 호소도
대규모 주가조작 사건이 시장의 허점을 드러냈다면, 증권사 임직원이 업무수행 과정에서 알게 된 정보로 사적 이익을 취하는 사건은 시장의 신뢰를 훼손시켰다.
금감원에 따르면 메리츠증권 기업금융(IB)본부 직원들은 업무상 먼저 알게 된 사모 전환사채(CB)의 발행 정보를 이용해 가족, 지인 등과 해당 CB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상당한 수익을 올렸다.
시장에서 소문으로 취급됐던 이화그룹 거래 정지 과정에서 불거진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도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면서 업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지난 9월 이화그룹 3사 주주들이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거래재개를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촬영 송은경] |
업무상 관행으로 여겨온 위법 영업행위가 금융당국의 검사로 드러나기도 했다.
KB증권·하나증권 등 9개 증권사는 채권형 랩어카운트와 특정금전신탁(랩·신탁) 관련 '돌려막기'로 고객 손익을 다른 고객에 수천억원씩 전가하는 등 위법 관행을 이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만기도래 계좌의 목표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해 고가 거래를 반복해 고객계좌 간 손익을 이전해오고, 한 증권사는 일부 법인 고객에 자본시장법에 위배되는 사후 이익을 제공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처음 관련 의혹이 불거졌을 때 일각에선 불법이 아니라는 목소리도 있었으나 최근 증권업계는 이 같은 랩·신탁 상품 운용을 불건전 영업 관행으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18일 증권사·운용사 CEO 약 30명이 참석한 자리에서 랩·신탁 불건전 영업 관행 근절을 위한 내부통제 역량 강화를 약속했다.
일각에서는 사정당국의 잦은 수사와 검사로 인한 피로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올해 자기자본 상위 10대 증권사 중에 검찰의 압수수색, 금융감독원의 검사,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등을 겪지 않은 곳은 한 곳도 없었다.
특히 2년여 전 마무리된 줄 알았던 라임펀드 불완전판매 사태가 '정치인 특혜 환매'라는 새로운 이슈로 번지며 업계의 피로감도 절정에 달했다.
사건·사고뿐 아니라 해외 부동산 투자 손실 등 실적 부진이 겹치며 증권가는 대표이사 자리에 새 인물을 내세우며 '세대교체'를 대거 단행했다. 일부 증권사는 IB 부서에 대해 고강도 감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nor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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