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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마지막 개장 날이던 이달 28일 유가증권 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1.78포인트(1.60%) 오른 2655.28로 한 해를 마감했다. 작년 12월 29일(2236.40)과 비교하면 18.83%(418.88포인트) 높은 수치다. 지난 10월 말 2200대로 떨어지며 저점을 찍고, 이후 두 달간 강한 반등에 성공한 덕이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멈추자 시장은 뜨겁게 환호했다.
자연스레 2024년 증시에 거는 기대감도 커졌다. 증권가는 그러나 희망을 이야기하면서도 신중한 기색을 보인다. 세계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어서다. 일단 금리 인하 시점과 인하 속도를 예상하기 힘들다. 여기에 연중 계속될 각국 선거와 지정학 리스크, 중국 경제 회복 여부 등 여러 변수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시장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변수가 많다 보니 각 증권사가 예상하는 2024년 코스피지수 상단과 하단의 변동폭이 커졌다. 또 지수가 반등할 시점에 대한 의견도 각기 다르다. 신중한 접근이 요구되는 증시 상황이 새해에도 이어질 것이란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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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피 밴드 상단 2500~2950…하단 1900~2450
조선비즈는 갑진년 새해를 준비하는 국내 주요 증권사 15곳의 내년 코스피지수 예상 밴드를 조사했다. 15개사(가나다순)는 교보증권, 대신증권, 메리츠증권,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키움증권, 하나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차증권, DB금융투자, IBK투자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SK증권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코스피 예상 밴드를 제시하지 않는다.
증권사들은 내년 코스피지수 상단을 2500부터 2950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제시했다. 상단을 가장 높게 전망한 증권사는 2950을 내놓은 DB금융투자다. 강현기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 파트장은 “한국 수출 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실질 가처분 소득이 의외로 견조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2024년 하반기에 마찰적인 매크로 요인이 완화한다면 펀더멘털(기초체력) 회복이 강하게 진행될 수 있다”고 했다.
코스피 상단을 가장 비관적으로 본 증권사는 2500을 예상한 교보증권이다. 2023년 코스피지수가 2655.28로 마감했다는 점에서 교보증권은 이보다 낮은 수치를 제시하며 내년이 더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24년 국고채 3년 금리가 평균 3.43%를 기록할 것이라는 당사 채권 애널리스트의 의견을 반영했다”며 “고금리 환경에서는 주식시장 밸류 부담이 커지고 기업의 생산 마진은 악화한다”고 설명했다.
2024년 코스피지수 하단은 1900~2450 범위에서 관측됐다. 하단을 가장 높게 전망(2450)한 증권사는 NH투자증권이다. 당초 NH투자증권은 하단을 2400으로 제시했다가 최근 2450으로 상향 조정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연준이 내년 선제적 금리 인하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로 전환했다”며 “이런 태도는 주식시장의 하방 경직성을 담보해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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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저하고 다수… 상고하저·N자형 의견도
연간 시장 흐름에 대한 의견도 증권사마다 갈렸다. 교보증권·대신증권·이베스트투자증권·키움증권·DB금융투자·KB증권 등은 국내 증시가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개선된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상저하고(上低下高) 전망을 내놨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통화정책에 대한 시장과 미 연준의 눈높이 조정 이후 내년 하반기에는 실질적인 금리 인하 사이클이 시작되고 중국도 경기 부양책 효과가 나타나면서 강한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했다.
반면 신한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IBK투자증권·SK증권 등은 내년 하반기보다 상반기를 더 좋게 보는 상고하저(上高下低) 전망을 제시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내년 상반기에는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투자 환경을 뒷받침할 예정”이라며 “하반기는 상승 모멘텀 부재로 지수가 횡보할 가능성이 높아 개별 종목 중심의 트레이딩이 요구된다”고 했다.
강재현 SK증권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경기가 양호하면서 금리 인하 기대를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대비 주가 수준) 상승으로 반영할 상반기에는 증시 랠리가 예상된다”며 “하반기에는 선진국 침체 리스크와 이에 따른 재정위기 부각이 증시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했다.
증시 흐름을 상·하반기로 딱 잘라 구분하지 않은 증권사도 눈에 띈다. 가령 삼성증권과 하나증권은 내년 국내 증시가 N자 형태로 움직일 거라고 했다. 삼성증권은 1분기 2200~2600, 2분기 2350~2750, 3분기 2250~2650, 4분기 2300~2700 등 N자형 등락을 전망했다. 이재만 하나증권 글로벌투자분석팀장은 “정치·정책 불확실성(선거)이 높아질 수 있고, 지정학적 리스크(전쟁) 우려가 여전하다”며 1·3분기 하락, 2·4분기 상승을 예상했다.
◇ 40억명이 투표소로… 증시 변수 많을 ‘선거의 해’
내년 주식시장을 둘러싼 주요 증권사 의견이 묘하게 엇갈리는 건 각종 변수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서다. 증권사들은 금리 인하 자체도 중요하지만, 인하 시기와 인하 속도에 따라서도 증시 분위기가 크게 바뀔 수 있다고 말한다. 여기에 각국 선거 결과와 미·중 경제 상황, 끝나지 않은 전쟁 리스크 등도 2024년 한국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변수로 꼽힌다. 이재만 하나증권 글로벌투자분석팀장은 “내년에 정치·정책 불확실성(선거)이 높아질 수 있고, 지정학적 리스크(전쟁) 우려도 여전하다”고 했다.
갑진년 출발과 함께 주목해야 할 이슈로는 선거가 꼽힌다. 2024년에는 전 세계 40개 국가에서 총선·대선 등의 선거가 열린다. 약 40억명에 달하는 유권자가 투표소에서 권리를 행사한다. 40억명은 전 세계 인구의 41%, 글로벌 GDP(국내총생산)의 42%에 달하는 규모다. 1월 대만 총통 선거를 시작으로 4월 한국 총선과 인도 총선, 6월 유럽의회 선거, 11월 미국 대선 등 정치 이벤트가 1년 내내 예정돼 있다. 당선인의 정치 성향이 국가 간 관계는 물론 글로벌 경제에도 연쇄적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보니 시장 참여자들은 긴장하고 있다.
자본시장은 당장 다음 달 13일 열리는 대만 총통 선거를 주목하는 분위기다. 친중(親中) 성향과 반중(反中) 성향 후보의 대결인 탓이다. 현재 반중 성향인 집권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그 뒤를 친중 성향인 제1야당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가 따라가고 있다. 대만 인터넷 매체 ‘미려도전자보’가 지난 29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라이칭더 후보가 지지율 40.2%로 허우유이 후보(28.7%)를 앞서고 있다.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되면 양안(兩岸) 갈등이 고조될 수밖에 없는데, 이는 미중(美中) 갈등 심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 박수현 KB증권 연구원은 “친중파가 당선되면 대만해협의 무력 충돌 빈도가 낮아질 것이고, 반대로 친미파가 당선되면 군사적 긴장감 고조에 따른 증시 하방 압력이 확대될 수 있다”고 했다.
내년 11월에 열리는 미국 대선 결과는 한국 증시에 더 큰 불확실성을 안길 수 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을 노리고 있어서다. 트럼프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시작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폐기할 것이라고 공언한 상태다. IRA가 진짜로 폐기되면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패널, 풍력 발전 설비 등에 투자한 한국 기업 주가는 휘청일 가능성이 높다.
전준범 기자(bbeom@chosunbiz.com);소가윤 기자(s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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