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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선을 치료제로…방사성의약품 선점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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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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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성 의약품 시장이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 일라이릴리, 노바티스 등 글로벌 빅파마들이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SK바이오팜이 차세대 먹거리로 방사성 의약품을 낙점한 가운데 퓨쳐켐, 듀켐바이오 등 국내 기존 시장 업체들도 글로벌 톱티어 자리를 잡기 위해 잰걸음하고 있다.

2일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리포트링커에 따르면 2022년 63억달러로 추정되는 전 세계 방사성 의약품 시장 규모는 연평균 8.7%씩 성장해 2026년 89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방사성 의약품은 진단 혹은 치료용 방사선을 방출하는 방사성 동위원소와 이 동위원소를 질병 부위로 옮기는 물질을 결합시킨 의약품이다.

글로벌 빅파마들은 인수·합병을 통해 고지 선점에 나섰다. 지난달 28일 BMS는 방사성 의약품을 개발하는 미국 바이오테크 '레이즈바이오(RayzeBio)'를 41억달러(약 5조3099억원)에 인수했다. 레이즈바이오는 악티늄 기반 방사성 의약품을 개발하는 업체로 소화기계 신경내분비종양, 소세포 폐암 등 고형 종양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에는 일라이릴리가 미국 방사성 의약품 전문기업 '포인트 바이오파마'를 14억달러(약 1조8144억원)에 인수했다.

노바티스는 발 빠르게 시장을 선점해 글로벌 방사성 의약품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2017년에 프랑스 '어드밴스트 액셀러레이터 애플리케이션스(AAA)'를, 2018년에 미국 엔도사이트를 각각 21억달러(약 2조7342억원), 39억달러(약 5조778억원)에 인수했다. 두 회사 모두 방사성 의약품 전문기업이다. 이 두 건의 M&A로 노바티스는 전립선암 치료제 '플루빅토'와 신경내분비종양 치료제 '루타테라'를 획득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노바티스가 글로벌 방사성 의약품 시장에서만 10억달러 이상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한다.

국내 업체들도 방사성 의약품 시장에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방사성 의약품을 차세대 먹거리로 선정했다.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은 "지금 이 시장에 진입하면 아시아에서 가장 큰 방사성 의약품 기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SK바이오팜은 치료용 파이프라인을 탐색하기 위해 미국에 있는 원자력 기술 전문 기업 테라파워, 한국원자력의학원 등 기관과 연구협력(MOU)을 체결했다.

전국 12곳에 방사성의약품센터를 둔 듀켐바이오는 전신 암 진단용 방사성 의약품 'FDG'와 전립선암 재발·전이 진단용 'FACBC', 파킨슨병 진단용 'FP-CIT' 등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유방암과 치매 진단제 등을 개발하고 있다. 국내와 미국에서 임상 2상을 진행 중인 전립선암 치료제 후보물질 'FC705'를 개발 중인 퓨쳐켐은 최근 해당 물질의 중국 기술수출을 위한 최종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국내 연구기관도 적극적으로 방사성 의약품 연구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지난해 7월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치료용 방사성 물질 '구리-67'을 고순도로 분리해낼 수 있는 분석법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구리-67은 암 진단에 사용하는 감마선과 치료에 필요한 베타선을 모두 방출하는 방사성 동위원소다.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할 수 있으며 치료 후 종양의 크기가 어느 정도 감소했는지 등 치료 효능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까지 짧은 반감기, 까다로운 생산 공정 등은 방사성 의약품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으로 남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큰 규모의 암 진단과 치료 시장은 방사성 의약품 시장 전망을 밝게 한다"면서도 "방사성 의약품은 방사성 동위원소가 붕괴하기 전에 환자에게 도달해야 하기 때문에 생산시설의 위치, 운송 방식 등을 철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강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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