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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혈곤충은 제 마스코트, 트레이드마크 같은 것이 아닐까요. 저라는 사람에 대해 표현할 때 가장 첫머리에 사용할 수 있는 소중한 소개 글입니다."
김주현(37) 서울대 의대 열대의학교실 조교수는 지난 7일 연합뉴스 서면 인터뷰에서 '빈대 등 흡혈곤충이 개인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습니다.
김 교수는 최근 국내를 떠들썩하게 했던 '빈대믹'(빈대+팬데믹) 시기에 몇 안 되는 흡혈곤충 전문가로 주목받은 젊은 과학자입니다.
지난해 12월 27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흡혈 곤충의 대모가 국가의 빈대 퇴치 작전을 짜다'(Godmother of Bloodsucking Insects Plots Attack in Nation's Bedbug Battle)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 교수의 빈대 연구를 조명했습니다.
학부에서 응용생물학을, 대학원에서 곤충학을 연구한 김 교수는 애머스트 매사추세츠대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일한 뒤 서울대 연구교수를 거쳐 지난해 3월 의대 열대의학교실 조교수로 임용됐습니다.
2020년 논문에서 국내 빈대들이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에 저항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밝혀내고, 최근에는 이 살충제에 저항성을 가진 빈대를 퇴치할 수 있는 대체 살충제 성분 두 가지를 확인해 미국 위생곤충학회지에 발표했습니다.
이런 빈대들은 살충제에 노출되지 않는 조건에서 20세대 이상 지나도 그 형질이 유지되는 것을 확인한 계기가 이 논문의 출발점이었습니다.
대체 약제 도입이 시급한 상황이므로,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와 작용기작이 다른 약제들의 살충 효과를 검증했습니다.
다 같이 피를 빨아먹는데도 특정 곤충만이 특정 질병을 옮기는 신비한 차이에 매료됐다고 합니다.
다양한 곤충이 같은 혈액을 섭식하더라도 종마다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김 교수는 "이 내용으로 학위를 받았기 때문에 저의 연구인생은 전부 흡혈 곤충과 함께한다고 생각해도 된다"며 "사람을 '먹고 사는' 절지동물은 좋든 싫든 사람과 가장 가깝다는 점이 특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가 실험실에서 직접 이와 빈대에게 피를 내주며 연구한 일화도 유명합니다.
흡혈곤충은 야외에서 채집할 수 있는 곤충과 달리 사람에게서 직접 구하는 수밖에 없는데, 기꺼이 내주는 경우보다 없다고 감추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모기를 채집하러 다니다가 문전박대를 당한 경험도 있습니다.
혈액 또한 돈으로 쉽게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변질도 잘 돼서 인공사육의 노하우를 찾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부모님은 딸이 흡혈곤충에 뜯겨가며 연구를 하는 것에 대해 걱정하면서도 "인류복지에 기여할 수 있는 좋은 전문가가 돼라"라며 격려했다고 김 교수는 전했습니다.
'희귀 분야를 연구하려는 젊은 과학자들을 응원해달라'고 하자 김 교수는 "훌륭하신 여러 선배 교수님들에 비하면 갈 길이 멀다"면서도 "소신과 비전을 가지고,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일에 몰입하면 언젠가 자신의 연구가 빛을 볼 때가 온다. 연구로 사람과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목표 의식을 소중히 간직하는 사람들이 어떤 상황에서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습니다.
기후변화 시대에 본인 역시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는 김 교수는 "기후는 계속 절지동물의 번식에 유리하게 변화하고 있고 약제 저항성은 증가하는데, 인간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매개체가 질병을 옮기는 작용과 밀도를 조절하는 방식에 대한 연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기후변화에 따라 더 주목해야 할 다음 흡혈곤충으로는 말라리아와 뎅기열의 매개체인 모기를 꼽았습니다.
(사진=김주현 교수 제공,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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