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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이슈 빈대 공포 확산

'빈대 공주' 김주현 교수 "흡혈곤충은 내 귀여운 반려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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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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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혈곤충은 제 마스코트, 트레이드마크 같은 것이 아닐까요. 저라는 사람에 대해 표현할 때 가장 첫머리에 사용할 수 있는 소중한 소개 글입니다."

김주현(37) 서울대 의대 열대의학교실 조교수는 지난 7일 연합뉴스 서면 인터뷰에서 '빈대 등 흡혈곤충이 개인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습니다.

김 교수는 최근 국내를 떠들썩하게 했던 '빈대믹'(빈대+팬데믹) 시기에 몇 안 되는 흡혈곤충 전문가로 주목받은 젊은 과학자입니다.

지난해 12월 27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흡혈 곤충의 대모가 국가의 빈대 퇴치 작전을 짜다'(Godmother of Bloodsucking Insects Plots Attack in Nation's Bedbug Battle)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 교수의 빈대 연구를 조명했습니다.

이 신문은 김 교수의 박사후 연구과정을 지도한 존 마셜 클라크 미국 애머스트 매사추세츠대(UMass) 교수가 그를 '빈대 공주'(bedbug princess)라고 불렀다는 일화도 소개했습니다.

학부에서 응용생물학을, 대학원에서 곤충학을 연구한 김 교수는 애머스트 매사추세츠대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일한 뒤 서울대 연구교수를 거쳐 지난해 3월 의대 열대의학교실 조교수로 임용됐습니다.

사람에게 기생하거나 질병을 옮기는 절지동물(곤충류 등 몸이 마디로 돼 있는 생물)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2020년 논문에서 국내 빈대들이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에 저항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밝혀내고, 최근에는 이 살충제에 저항성을 가진 빈대를 퇴치할 수 있는 대체 살충제 성분 두 가지를 확인해 미국 위생곤충학회지에 발표했습니다.

이런 빈대들은 살충제에 노출되지 않는 조건에서 20세대 이상 지나도 그 형질이 유지되는 것을 확인한 계기가 이 논문의 출발점이었습니다.

대체 약제 도입이 시급한 상황이므로,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와 작용기작이 다른 약제들의 살충 효과를 검증했습니다.

빈대를 비롯한 흡혈곤충은 대학원 시절부터 김 교수의 주요 관심사였습니다.

다 같이 피를 빨아먹는데도 특정 곤충만이 특정 질병을 옮기는 신비한 차이에 매료됐다고 합니다.

다양한 곤충이 같은 혈액을 섭식하더라도 종마다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김 교수는 "이 내용으로 학위를 받았기 때문에 저의 연구인생은 전부 흡혈 곤충과 함께한다고 생각해도 된다"며 "사람을 '먹고 사는' 절지동물은 좋든 싫든 사람과 가장 가깝다는 점이 특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빈대는 지저분하고 사람에게 폐를 끼친다는 통념을 언급하자 김 교수는 "저에게 흡혈곤충은 연구실에서 키우는 귀여운 반려동물이나 다름없다. 초파리 연구자는 초파리에 제일 애정이 가고, 메뚜기 연구자는 메뚜기가 예쁘게 느껴지는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애정을 드러냈습니다.

김 교수가 실험실에서 직접 이와 빈대에게 피를 내주며 연구한 일화도 유명합니다.

흡혈곤충은 야외에서 채집할 수 있는 곤충과 달리 사람에게서 직접 구하는 수밖에 없는데, 기꺼이 내주는 경우보다 없다고 감추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모기를 채집하러 다니다가 문전박대를 당한 경험도 있습니다.

특히 머릿니는 두 시간마다 한 번씩 밥을 먹고, 반나절을 굶으면 죽어버립니다.

혈액 또한 돈으로 쉽게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변질도 잘 돼서 인공사육의 노하우를 찾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부모님은 딸이 흡혈곤충에 뜯겨가며 연구를 하는 것에 대해 걱정하면서도 "인류복지에 기여할 수 있는 좋은 전문가가 돼라"라며 격려했다고 김 교수는 전했습니다.

'희귀 분야를 연구하려는 젊은 과학자들을 응원해달라'고 하자 김 교수는 "훌륭하신 여러 선배 교수님들에 비하면 갈 길이 멀다"면서도 "소신과 비전을 가지고,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일에 몰입하면 언젠가 자신의 연구가 빛을 볼 때가 온다. 연구로 사람과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목표 의식을 소중히 간직하는 사람들이 어떤 상황에서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습니다.

기후변화 시대에 본인 역시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는 김 교수는 "기후는 계속 절지동물의 번식에 유리하게 변화하고 있고 약제 저항성은 증가하는데, 인간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매개체가 질병을 옮기는 작용과 밀도를 조절하는 방식에 대한 연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기후변화에 따라 더 주목해야 할 다음 흡혈곤충으로는 말라리아와 뎅기열의 매개체인 모기를 꼽았습니다.

(사진=김주현 교수 제공,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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