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눈물 속 단백질을 분석해 알츠하이머를 스크리닝하는 데 효과적인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를 찾아냈다. 바이오마커란 단백질, DNA(디옥시리보핵산), RNA(리보핵산), 대사물질 등을 이용해 몸 안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지표다.
그간 알츠하이머병 관련해서는 뇌영상과 뇌척수액, 혈액 등을 활용한 바이오마커 진단법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연세대 의대 용인세브란스병원 지용우 안과 교수는 눈물 속에 수천개의 단백질을 분석하다 알츠하이머를 앓는 환자에서 특수하게 나타나는 단백질을 찾아냈다.
알츠하이머병 관련 이미지.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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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속 바이오마커를 발견한 지 교수는 연세대 화공생명공학과 함승주 교수와 함께 센싱 플랫폼을 개발해 눈물 샘플을 검증했다. 이 플랫폼은 선정된 후보 물질만을 선택적으로 검출할 수 있는 유·무기 나노구조체 기반의 면역분석법(SNAFIA)을 이용한다. 지 교수는 “이러한 면역분석법은 항원-항체 반응을 통한 증폭된 형광 신호 방출로 새로운 생체표지자 발굴에 즉각 적용할 수 있도록 기능화돼 있다”라며 “다양한 질병 진단에 적용할 수 있고 질병의 조기 진단에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그 결과 대표 환자군에서 검출한 CAP1 단백질이 알츠하이머병 생체표지자로 유효하다는 점이 확인됐다. 눈물 샘플을 대상으로 SNAFIA 분석을 했더니 질병 진행 단계에 따라 CAP1 단백질의 존재를 나타내는 형광 신호 값이 점진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용인세브란스병원 안과 지용우 교수와 연세대학교 화공생명공학과 함승주 교수. 사진 용인세브란스병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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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교수는 “경도인지장애 집단과 알츠하이머병 집단에서 곡선하면적(AUC) 값은 각각 0.762, 0.971로 나왔다”고 설명하면서 “1에 가까울수록 정상군과의 차이가 큰 것으로 스크리닝 용으로는 0.7~0.8 정도만 되어도 우수한 수준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인지기능검사(MMSE) 결과와 센싱 플랫폼 분석 결과 사이에도 유의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밝혔다.
눈물을 이용하면 진단에 복잡한 준비 과정이 필요 없고 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지 교수는 “안 좋은 사람을 조기에 걸러내는 진단 툴 개발이 중요하다”라며 “확진보다 스크리닝의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부터 비싼 뇌 MRI(자기공명영상)나 PET CT(양전자방출단층촬영)을 하기 어려우니 혈액검사로 당뇨 발생을 예측하듯 일단 눈물로 1차 확인해 의심 소견이 나오면 추가로 신경과 진료를 보고 정밀 검사를 하면 된다는 것이다.
지 교수는 “간편하고 정확도 높은 체액 기반 비침습적 측정 기술은 고통을 동반하고 고비용인 기존 알츠하이머병 검사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조기 진단의 효과적인 도구가 될 것”이라며 “향후 콘텍트렌즈나 인공수정체와 같은 안과 의료기기에 연구팀의 SNAFIA 플랫폼을 통합해 알츠하이머병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등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최근 실렸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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