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퇴임…'인권 친화 수사' 추구했으나 '직접기소 유죄 0건' 아쉬움
'수사·공소 분리' 없던 일로…인력 유출·조직 내분 문제도
답변하는 김진욱 공수처장 |
(서울=연합뉴스) 김다혜 기자 = 성역 없는 고위공직자 비리 척결과 인권 친화적 수사를 기치로 내걸고 취임한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이 미완의 과제들을 남기고 조직을 떠난다.
14일 공수처에 따르면 김 처장은 오는 19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이임식을 열 예정이다.
판사 출신인 김 처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21년 1월 21일 임기 3년의 초대 공수처장으로 임명됐다.
당시 김 처장은 인사청문회 답변과 취임사 등을 통해 "인권 친화적인 수사를 하겠다"며 "비판을 받아온 (검찰의) 기존 수사 관행을 답습하지 않겠다"고 했다.
검찰의 기소독점권 견제 등을 명분으로 탄생한 조직의 초대 수장으로서 검찰과는 다른 길을 걷겠다는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검찰과의 차별화'를 강조하는 동안 정작 수사기관의 본령인 '수사'에서는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한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부족한 인력으로 검찰 특수부급의 고난도 수사를 맡아야 하는 데다 법적으로 수사 대상자와 혐의 등이 제한되는 등 현실적으로 제약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수사 실적에 후한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
공수처가 출범 이후 3년간 직접 기소한 사건은 총 3건인데 2건은 1심 내지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됐고 1건은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이라 유죄 선고는 0건이다. 피의자 신병 확보를 위해 법원에 청구한 체포·구속 영장도 모두 기각됐다.
결과적으로 '판사 출신 처장·차장 체제가 수사기관에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던 일각의 우려를 불식하지 못한 채 떠나게 된 셈이다.
공수처 수사를 둘러싼 '편향성 논란'이 거듭되면서 기관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고히 다지지 못했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공수처가 여야 갈등 속에 현 야권 주도로 설립됐고 이후에도 현 야권의 고소·고발이 공수처로 집중됐다는 점에서 이를 지휘부만의 잘못이라고 평하긴 어렵다.
그러나 김 처장 본인도 공수처 검사 임용 전 피의자인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직접 면담 조사하면서 조서를 남기지 않고, 이 지검장의 과천청사 출입 때 자신의 관용차를 제공해 '황제 조사' 논란을 부르는 등 의구심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장차관 수십명 기소하면 나라 망한다' |
역설적으로 '인권 수사'를 지향하는 공수처가 정치인, 언론인, 일반인의 통신자료를 광범위하게 조회한 사실이 드러나 비판받는 일도 있었다. 적법 과정을 거쳤으나 수사 목적과 동떨어진 조회 사례가 나오면서 '사찰'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김 처장은 상호 견제를 위한 '수사와 기소 부서 분리'를 공수처의 차별점 중 하나로 내세웠는데, 지난해 12월 수사 인력 확보를 위해 공소부를 폐지하고 수사 부서가 직접 공소 유지를 맡도록 직제를 개편하면서 약 3년 만에 없던 일이 됐다.
공수처와 검찰이 원만하게 협력·공존할 수 있도록 법 규정을 정비하는 과제도 김 처장 임기 내 이뤄지지 못했다.
현재도 공수처가 수사해 검찰에 넘긴 사건을 검찰이 '수사 미비'를 이유로 공수처에 다시 돌려보낼 수 있는지를 놓고 양 기관이 갈등을 빚고 있다.
리더십을 발휘하며 내부 인적 기반을 충실히 다지지 못한 점도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공수처 1기로 임용된 검사 13명 대부분은 임기 만료 전 사표를 내고 떠났다. 현재까지 조직에 남아있는 사람은 두 명뿐이다.
지난해 11월에는 현직 부장검사가 언론 기고문을 통해 지휘부를 공개 저격, 여운국 차장검사가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는 일도 벌어졌다.
김 처장은 지난해 국감장에서 여 차장과 후임 처장 후보에 대해 문자를 주고받은 일로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도 받고 있다.
공수처장과 차장의 문자 |
momen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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