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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집값 반등은 딴동네 얘기 … 지방 '청약 제로' 단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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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는 아파트 값이 20억·30억원 한다는 뉴스를 보면 진짜인가 싶어요. 지방은 1억원도 비싼데…."

경북 구미에 사는 김 모씨는 서울 집값이 남의 일 같다. 김씨는 "지난해 주택시장이 반등했다고 하는데 지방은 전혀 모르겠다"면서 "서울 집값은 끝없이 오르는데 지방에는 빈집이 넘쳐난다"고 했다. 서울과 지방 주택시장 양극화는 지난해 더욱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에서는 1000만원대 아파트가 거래되는 반면 서울은 수십억 원대 아파트가 신고가를 갈아치우는 게 현실이다. 15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가장 싸게 팔린 아파트(전용면적 59㎡ 기준)는 충북 증평 윤모아파트로 600만원에 거래됐다. 그다음으로 저렴한 아파트는 1500만원대였다. 전남 광양 동광(부영)과 경북 포항 미광전원2, 포항 동해새로미, 포항 신형석리3이 나란히 1500만원에 거래됐다. 전남 광양 동광은 방 3개에 화장실 1개로 실거주가 가능한 아파트다. 서울에서는 20억~30억원대에서 아파트가 매매되는 반면 지방에서는 방 3개·화장실 1개 구조의 20평(약 66㎡)대 아파트가 1500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지방과 서울 간 양극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2017년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평균 7억원, 전남은 1억6000만원이었다. 하지만 6년 후인 2023년 서울은 12억8700만원대로 뛰는 동안 전남은 2억원대에 머무르면서 서울과 전남의 격차는 10억원 넘게 벌어졌다. 2017년에는 경남 아파트 매매가가 2억2000만원대로 서울과 4억8000만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지난해에는 2억7000만원대로 소폭 올랐음에도 서울과는 10억1000만원 이상 격차가 커졌다. 서울 집값이 뛰는 동안 지방은 하염없이 추락했다는 얘기다. 청약시장도 양극화다. 지난해 전국 아파트에 청약한 사람 10명 중 6명은 수도권을 택했다. 직방에 따르면 지난해 분양 사업지 269곳에 순위 내 청약통장을 사용한 청약 건수는 총 112만8540건으로 이 가운데 59%(66만3068건)가 수도권에 몰렸다. 이는 수도권 비중이 41%였던 2022년 대비 18%포인트나 높다. 같은 기간 지방은 2022년 59%에서 2023년 41%로 청약 수요가 급감했다. 지방은 청약자가 없는 단지도 나오는 실정이다. 이달 청약한 경북 울진군의 '후포 라온하이츠'는 총 60가구를 모집했지만 신청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지방 건설업체들이 자금난으로 위기에 내몰리면서 정부는 최근 지방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수도권 1주택자가 인구소멸지역의 부동산을 취득할 때 비과세 혜택을 주거나 지방 미분양을 매수하면 주택 수에서 제외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좀 더 적극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돈이 흘러와야 개발이 되고 경제가 순환하는데 지금처럼 취득세율(최대 12%)이 높고 다주택자와 법인에 대한 세금 부담이 큰 상황에서는 지방으로 투자가 흘러들지 못할 것"이라면서 "외국처럼 지방에 재투자할 때는 세금 감면 혜택 등을 줘서 지방으로 돈이 돌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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