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분열되면 역사적 책임, 원망받을 것"
당 원로들 이재명 대표 면담 추진에 공감대
이재명(왼쪽 두 번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문희상(세 번째) 상임고문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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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이번 주 당무 복귀가 유력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놓인 지상 과제는 첫째도, 둘째도 통합이다. 이 대표 리더십이 부재한 2주 동안 이낙연 전 대표와 비이재명계(비명계) 의원의 탈당으로 시작된 내부 분열은 친이재명계(친명계)의 비명계 '압살' 분위기로 치닫고 있다. 이에 문희상 전 국회의장을 비롯한 민주당 원로들은 이 대표를 향해 "더 이상의 야권 분열을 획책하는 시도는 역사적 심판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이라며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통합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당 원로들은 이 대표 복귀 직후, 통합적 당 운영 방안 논의를 위한 면담도 먼저 제안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것저것 가릴 것 없이 만나야" 비명계 향한 스킨십 촉구
당 원로들은 지금 이 대표가 직면한 시대적 상황의 엄중함을 먼저 지적했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15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총선은 검찰 통치를 앞세운 보수세력의 공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우리 민주주의 역사상 가장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분열은 죽음이다"라고 통합 얘기를 꺼낸 문 전 의장은 "이 대표가 야권이 갈라지는 걸 마지막까지 막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 이상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는 이 대표가 먼저 손을 내밀고 적극적인 스킨십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다. 문 전 의장은 "이것저것 가릴 것 없이 사람을 만나야 한다"며 "몽땅 다 내어주면 또 어떠냐"고 사실상 백의종군을 촉구했다.
이재명(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퇴원한 뒤 차에 올라타고 있는 가운데 거울에 본인이 비치고 있다. 최주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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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이 전 대표와 비명계 일부의 탈당 이후 민주당 균열은 더 가속페달을 밟는 분위기다. 공천을 의식한 친명계 원외인사들이 친문재인계 인사들을 몰아세우면서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고 있다. 지도부에서 이 대표를 호위했던 고민정 최고위원까지 윤영찬 의원 탈당 만류 이후 "탈당을 막았더니 돌아오는 건 손가락질"이라며 이 대표를 향해 "증오의 정치를 종식하겠다고 하고 나부터 돌아보겠다고 말했기 때문에 행동으로 보여주셔야 될 때"라고 언급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동교동계 출신의 한 전직 중진 의원은 "(이 대표가) 당대표가 되면서 '당원과 국민의 지지를 받는 공천시스템'을 언급했는데 실제 강성지지층과 친명계 인사들이 결정을 하고 있지 않느냐"며 "전직 국회의장단과 동교동계 원로들 사이에서도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당 운영"이라고 우려했다.
야권 원로들은 당장의 총선도 총선이지만 대선주자로서의 입지를 위해서도 통합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방송에서 "정권 견제론이 지원론보다 월등히 높은데도, 당 지지도가 국민의힘보다 못한 것은 이 대표 자신이 고민해야 할 문제"라며 "다른 데서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낙연(왼쪽)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응천 미래대연합(가칭) 공동추진위원장이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대연합 창당준비위원회 출범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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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盧였다면 '내가 죽어도 같이 살자' 했을 것"
당 원로들은 직접 이 대표를 만나 과감한 통합 행보를 설득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선 의원을 지낸 당의 한 상임고문은 이날 "(탈당한 비주류들과) 완전히 틀어진 것 같지만 돌아올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그 노력을 우리 원로들이 할 생각"이라며 "만나서 힘을 합치도록 하려면 결국 우리가 이 대표를 만나서 살길을 판단하도록 도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전 의장도 이낙연 신당과 관련해 "명분도 없고 투명한 절차를 마련할 시간적 여유도 없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며 야권 통합을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까지 '지금이라도 안 하면 안되느냐'고 할 수밖에 없다"며 "지금이라도 젖 먹던 힘까지 다해 합쳐야 한다. 아직 기회는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살아있었다면 '내가 죽더라도 같이 살자'는 메시지를 던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우태경 기자 taek0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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