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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소장 60㎝ 잘랐다” 윤종신 고백 희귀병, 2040 위협한다[셀럽의 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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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장염·과민성대장증후군과 증상 유사···진단 놓치기도

육류·가공식품 섭취 증가하며 궤양성대장염·크론병 급증세

만성염증, 호전·악화 반복···치료 미루면 치명적 합병증 위험

서울경제


가수 윤종신은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자가면역질환인 크론병 인지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 일등공신이다. 크론병을 '윤종신병'으로 기억하는 사람도 있다. 그는 과거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토크쇼에서 지난 삶에 대해 이야기하던 도중 '크론병'이라는 희귀 난치성 질환을 앓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는 “엄청 잘 먹는 편인데 1990년대 사진을 보면 굉장히 말랐다. 2006년이 되어서야 크론병을 앓고 있는지 처음 알았다”고 털어놨다. 당시 “술, 담배를 하면 안됐는데 모르고 평생 술, 담배를 했다. 소장이 좁아져서 60㎝ 절제했다”고 밝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 툭하면 배 아프고 설사…예민한 장 때문?
크론병은 궤양성대장염과 함께 대표적인 염증성장질환이다. 만약 생선, 조개, 굴 등 익히지 않은 어패류나 수산물을 먹지 않았는 데도 복통, 설사 등의 증상이 반복된다면 염증성 장질환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염증성 장질환은 급성 장염과 달리 장에 원인 모를 염증이 생겨 발생한다. 초기 증상은 복통, 잦은 설사다. 일반인들에게 비교적 친숙한 감염성 장염이나 과민성대장 증후군과 증상이 유사한 탓에 진단을 놓치기 쉽다. 몇몇 연예인들의 투병 소식이 알려지며 과거에 비해 염증성 장질환의 인지도가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배가 아프고 설사가 잦은 증상만으로 일반인이 염증성 장질환을 떠올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최근 20~40대 젊은 연령층을 중심으로 환자가 급증하고 있으므로 원인 모를 복통과 설사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면 염증성 장질환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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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증성 장질환의 원인은 명확하지 않다. 유전적·환경적·면역학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알려져 있을 뿐이다. 서구권에서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여겨졌던 염증성 장질환은 최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서 환자가 급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궤양성 대장염이 인구 10만 명당 8.0명, 크론병이 3.8명의 유병률로 나타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0년 궤양성 대장염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5만 5256명으로 2013년 3만 1026명보다 78.1% 늘었다. 크론병의 경우 2013년 1만 6138명에서 2022년 3만 1098명으로 10년새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두가지 질환 모두 젊은 연령대에서 발병률이 높았다. 2021년 기준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8만 289명 중 4만 6062명(51.3%)이 20~40대였다. 육류, 가공식품, 인스턴트식품의 섭취 증가가 면역체계에 이상반응을 가져온다는 게 학계의 지배적인 해석이다. 면역력을 키우기 힘들 만큼 지나치게 깨끗한 환경도 최근 염증성 장질환이 급증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밖에 진단기술의 발전과 조기검사가 늘면서 숨어있던 환자들이 많이 발견되는 이유도 있다.



◇ 전문가도 헷갈린다···궤양성 대장염, 크론병과 증상 비슷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은 증상이 서로 중첩돼 헷갈리기 쉽다.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에 이르기까지 소화기관 전체에 걸쳐 모든 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염증이 장벽을 깊숙이 파고 들어가는 데다 발병 부위도 위?소장?대장 등으로 다양하다. 발병 과정에서 뚜렷한 규칙성도 없다. 소장과 대장에만 생기거나 식도 또는 위쪽에만 있기도 한다. 크론병은 일반적인 경우 설사, 복통이 주증상으로 나타나고 체중감소는 거의 없다. 같은 배앓이를 하더라도 체중감소가 있는지를 확인하면 크론병 진단에 도움이 되는데 예외적으로 영양을 흡수하는 위?소장 등에 염증이 생기면 체중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궤양성 대장염은 염증이 직장과 대장에만 국한된다는 점에서 크론병과 다르다. 항문 바로 위인 직장에서부터 염증이 시작해 천천히 위로 올라가 S상결장, 하행결장 등으로 옮겨가는 게 일반적이다. 일부 비전형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연속 패턴을 보인다. 크론병의 주증상은 혈변이다. 염증이 직장에서 위로 올라가면서 발생하기 때문에 출혈이 동반된다. 만약 항문질환이 없는 데도 혈변이 잦다면 소화기내과 전문의를 찾아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염증성 장질환은 증상만으로 진단을 내리기 어렵다. 면역체계 이상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는 검사 방법이 없는 데다 개별 환자마다 증상 차이도 크기 때문이다. 더욱이 환자에게 평생 질병코드를 부여하는 희귀난치성질환이기 때문에 신중하고 정확하게 판정해야 한다. 증상을 듣고 대장내시경?혈액검사?조직검사 소견을 종합해 최종 진단을 내리는데 진단에만 3개월 넘게 걸리거나 드물게 크론병으로 진단 받았다가 궤양성 대장염으로 바뀌는 등 진단명이 바뀌기도 한다. 병이 깊어질수록 증상이 모호해 헷갈릴 수 있다.



◇ 완치 어렵지만 꾸준한 치료로 증상 없이 일상생활 가능

염증성 장질환은 완치가 어려우므로 증상이 모두 없어지는 관해를 유지하는 데 치료의 목표를 둔다. 궤양성 대장염의 경우 심하면 대장 절제로 완치가 가능하지만 크론병은 절제술로도 완치가 힘들 수 있다. 환자의 증상에 따라 1~3단계로 구분하고 의사가 환자 상태를 면밀히 관찰해가며 약제를 투여하는 게 원칙이다. 최근에는 체내 염증을 유발하는 단백질(TNF-α)의 기능을 차단하는 약제 등 다양한 기전의 생물학적제가 속속 등장하면서 증상 없이 일상 생활을 이어가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다만 염증성 장질환은 만성 염증이 호전과 재발을 반복하는 양상을 보인다. 임상 증상이 약하더라도 치료를 미루거나 중단할 경우 장 천공, 장 폐색, 대장암 등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발전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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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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