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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집값 하락기 대형일수록 가격 선방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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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해 전용면적 40㎡ 이하 소형 아파트값 하락폭이 가장 컸던 반면 대형은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사진은 서울 헬리오시티 전경.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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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해 동안 서울에 있는 5년 이하 신축 아파트는 가격이 떨어진 반면, 준공된 지 10년 초과~15년 이하인 구축 아파트는 오히려 가격이 소폭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신축 아파트 대신 어정쩡한 준공연한의 구축 아파트가 가격 방어를 더 잘 한 것이다. 과거 급등기에 신축을 중심으로 가격이 폭등한 만큼 지난해엔 조정이 이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규모별로는 전용면적 135㎡ 초과의 대형 아파트가 유일하게 가격이 올랐다. 1~2인 가구 급증에 따른 '대형 평수는 애물단지'라는 통상적 인식과는 대비된다.

지난 18일 매일경제가 한국부동산원 매매·전세가격지수 세부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해 서울 아파트의 준공연한·면적별 가격 변화를 분석해본 결과 면적은 대형일수록, 준공연한은 10년 초과~15년 이하인 아파트가 가격 방어를 가장 잘 한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해 평균 2.39% 하락했다. 그러나 전용면적 135㎡ 초과(50평형대 이상) 대형은 오히려 가격이 0.2% 올랐다. 최근 1·2인 가구가 늘어 대형 가구가 상대적으로 외면을 받을 것이라는 일반적인 상식과는 괴리가 있다. 지난해 가격 하락폭이 가장 컸던 면적은 오히려 전용 40㎡ 이하 초소형으로, 3.4% 하락했다. 전용 60㎡ 초과~85㎡ 이하는 2% 떨어졌고, 전용 85㎡ 초과~102㎡ 이하와 102㎡ 초과~135㎡ 이하는 각각 1.1%, 1.4% 하락했다. 전반적으로 아파트 면적이 좁을수록 가격이 많이 떨어진 셈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대형 평형은 공급량이 많지 않아 하락기에도 가격 변화가 거의 없는 반면, 핵심층인 30대의 수요가 쏠리는 중소형일수록 가격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국내 최대 규모 단지인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의 경우 최소 면적인 전용 39㎡의 실거래가는 2022년 초 13억원을 찍은 뒤 하락기를 맞아 그해 12월 8억원대까지 내려간 바 있다. 그러다 가장 최근인 지난달엔 11억7000만원에 거래되는 등 가격이 널뛰기를 해왔다. 반면 같은 구에 있는 올림픽훼밀리타운의 전용 136㎡는 지난해 최저점 가격(19억원)과 최근 실거래가(20억9000만원·저층 제외) 간 편차가 상대적으로 작았다. 반면 전셋값은 반대의 경향을 나타냈다. 면적이 넓을수록 가격이 많이 하락했다. 전용 40㎡ 이하가 4.1% 떨어져 하락폭이 제일 작았고, 102㎡ 초과~135㎡ 이하는 9.3% 내려 하락폭이 두 배 이상이었다. 전세의 경우 1·2인 가구 수요가 높은 소형일수록 가격 방어가 잘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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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공연한별 가격 변동률은 다소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신축 아파트가 가격이 가장 적게 하락했을 것이란 일반적인 예상과는 달리 '10년 초과~15년 이하'의 구축 아파트가 지난 한 해 가장 잘 버틴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해당 준공연한의 서울 아파트는 가격이 0.1% 상승했다.

이 같은 경향은 역시 서울 동남권(강남4구)에서 두드러졌다. 강남4구 내 10년 초과~15년 이하 아파트는 지난해 평균 7% 올랐다. 강남4구 전체 아파트의 지난해 상승률이 1.2%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상승폭이다. 일례로 준공된 지 15년 된 송파구 '잠실엘스'의 전용 84㎡는 지난해 1월 18억7000만~20억5000만원 사이에서 매매가 이뤄졌으나, 최근(지난해 12월)엔 최소 22억3000만원에서 최대 24억6000만원으로 가격이 뛰었다. 연간 4억원가량 오른 셈이다.

반면 5년 이하 신축 아파트는 가격이 평균 1.5% 하락했다. 이는 과거 급등기 때 크게 오른 만큼, 하락기에 조정을 받은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지난해와 같은 조정 국면에서 아파트 가격은 제자리를 찾아가려는 특성이 있다"고 말했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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