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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이슈 경찰과 행정안전부

식당 가면 “일 안하냐” 아파트도 “출입 말라”...홀대 받는 제복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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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출동하면 출입 제지… 식당 가면 “일 안 하냐”

조선일보

경찰공무원이 착용하고 있는 다양한 모습의 제복들. 지난 2016년 6월 바뀐 이후 현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일선 경찰들은 최근 제복 경찰에 대한 존중이 예전보다 부족해졌다고 얘기했다. /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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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의 한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A 경감은 이달 초 관할 지역의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순찰을 하던 중 황당한 말을 들었다고 한다. 아파트 경비원이 A 경감에게 “경찰 여러 명이 제복을 입고 돌아다니면 주민들이 불안해하니 1~2명씩 소규모로 다녀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A 경감은 “경찰 출동 인원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닌데 그 말을 듣고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지구대·파출소에서 근무하는 현장 경찰들이 “위화감, 불안감을 조성한다”는 이유로 시민 항의를 받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제복 경찰들이 집회 현장 인근 화장실 사용을 금지당해 주변 건물을 돌아다니는 일도 많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제복 경찰에 대한 존중이 예전보다 부족해진 걸 느낀다”며 “근무할 때는 정복 근무가 원칙인데 정복을 입었을 때 존중받지 못하니 사기가 뚝 떨어질 때가 많다”고 했다.

제복을 입은 경찰들이 고급 아파트나 주택 단지에서 출입 제한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 양천구의 한 지구대에서 일하는 B 경감은 “관할에 있는 비싼 아파트 단지들은 기본적으로 경찰 출입을 막고 있다”며 “사설 경호 업체가 와서 아파트 출입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들어갈 수가 없다”고 했다. B 경감은 “경호 업체 사람들도 제복 입은 우리를 존중하지 않는 느낌”이라고 했다. 서울의 한 파출소에서 일하는 C 경위도 “고급 주택이나 아파트 단지에 들어가려면 경호 업체 측에서 왜 출동했는지, 어디로 가는지 등에 대해 캐물으며 검문할 때가 많다”고 했다. 주민들은 “경찰복을 입은 경찰이 돌아다니면 아파트 이미지에 좋지 않다”고 하고 있다.

조선일보

그래픽=양진경


집회·시위 현장 인근 건물주나 상인들이 경찰들의 건물 화장실 이용을 막는 경우도 있다. 서울의 한 파출소에 근무하는 D 경사는 “상가 1층에 화장실이 개방되어 있는데도 건물 주인이 사용을 못 하게 해 3~4군데 건물을 돌아다닌 적이 많다”며 “기동대 직원들도 현장에서 화장실 찾는 것이 가장 큰 애로 사항”이라고 했다. 서울청 기동대에 근무 중인 김모 경위는 “위생차를 대동하지 않는 집회 현장이 많은데, 근무를 서면 인근 상가나 건물의 화장실 이용을 거부당하는 경우가 다수”라며 “깨끗하게 사용할 테니 조금만 배려를 해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일선 경찰들은 “식당이나 카페에서 마주치는 시민들의 편견도 상처”라고 했다. 서울의 한 지구대에 근무하는 한 경감은 “제복을 입고 식당에 가면 ‘왜 일을 안 하고 밥을 먹느냐’는 말을 듣는다”며 “밥, 특히 커피는 아예 매장에 앉아 마시지 않고 포장해서 지구대에서 먹는 게 룰이 됐다”고 했다. 이와 같은 ‘제복 천대’는 외국과 비교된다는 말이 많다. 경찰 관계자는 “미국은 길거리에서 제복을 입은 경찰에게 시민이 감사를 표현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며 “경찰에게 치안을 지켜줘 고맙다는 의미로 식음료를 할인해 주는 도넛 가게나 편의점도 있다”고 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제복을 입지 않는 내근직을 선호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고 한다. 서울의 한 파출소에서 일하는 장모 경감은 “제복을 입고 다니면 지켜보는 눈이 너무 많고 오히려 대우를 받지 못한다고 느낀다”며 “요즘은 일선서 형사과나 내근직과 같이 제복을 입지 않는 직군으로 가려는 경찰이 많다”고 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제복을 입고 있는 이들 덕분에 국가 안보와 치안 체제가 유지되는 것”이라며 “제복에 대한 존중과 시민의식이 더 개선되어야 한다”고 했다.

[김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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