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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이슈 대한민국 저출산 문제

여야 '저출산 해결' 경쟁…정작 의원실 육휴는 딴나라 얘기[K인구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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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030 여성 "아이 계획 미뤘다"

변화 시작된 대기업

체감 안 되는 중소기업

출산 이후엔 더 큰 벽

편집자주대한민국 인구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기업에 있다. 남녀 구분 없이 일로 평가하는 기업 내 분위기와 가정 친화적인 문화가 곧 K인구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핵심이기 때문이다. 저출산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지만, 적어도 일터에서의 부담감이 걸림돌이 돼 아이 낳기를 주저하는 일은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시아경제는 가족친화정책을 선도하는 기업을 찾아가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던 지점을 짚고, 현실적인 여건이 따라주지 못하는 기업과는 다각도에서 함께 방법을 찾아볼 예정이다. 이를 통해 기업부터 변하도록 독려하고,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도 분석한다. 금전적 지원보다 심리적 부채감을 줄여주는 회사의 문화와 분위기가 핵심이라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다양한 측면에서의 대안을 제시한다.
결혼과 출산에 대해 본격적으로 고민을 시작한 20~30대 여성들은 여전히 직장 내에 존재하는 경력단절과 유리천장 때문에 아이 낳기를 주저하게 된다고 입을 모았다. 육아휴직과 유연근무제 등 가족 친화 제도가 도입된 대기업 재직자 중에선 변화를 체감하기 시작한 경우도 있었지만, 제도 마련에서부터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 재직자들은 이 같은 어려움이 ‘현재진행형’이라고 토로했다.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기혼 여성 한상아씨(30·서울 강남구)는 "회사 내에서 남성보다 여성의 경력단절이 더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며 "남편 직장을 따라 타지·타국으로 이사하는 친구나 육아휴직 후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어 복직하지 못하고 퇴사하는 친구의 사례를 목격했다"고 밝혔다.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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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씨는 아이를 계획 중이지만, 직장을 관두게 되거나 복귀가 쉽지 않은 상황을 생각하면 고민이 된다고 전했다. 그는 "아이를 낳는 걸로 끝이 아니라 당장 어린이집 입소 전까지는 집에서 누군가는 키워야 한다"며 "아이 조부모님이 멀리 계시면 같이 봐주시기 힘드니 결국 부모 중 한 명이 일을 그만둬야 한다. 부모 중 수입이 더 적은 사람이 그만두게 될 확률이 큰데 우리집은 그게 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이가 자란 후에 다시 일을 하려고 하면 회사가 젊은 사람을 선호하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고 그 나이에 취업하는 것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아이를 낳는 것 자체가 고민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 탓에 결혼을 계획 중인 여성들 사이에서도 결혼과 출산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미혼 여성 조현아씨(30·서울 금천구)는 "다른 부서 여자 과장님이 육아 휴직 후 복귀할 때 원래 있던 팀에서 자리가 없다며 다른 부서로 이동됐는데, 그 팀에서도 합류를 거절했다고 들었다"며 "직업 특성상 야근이 많아 임신했을 때도 본인과 팀원 모두에게 힘들 거란 생각에 결혼하고 아이를 가질지 고민된다"고 말했다.

일반 기업보다 잘 알려지지 않은 국회의 사정은 더하다. 각 의원실이 스타트업과 같은 구조로 의원실별로 업무가 진행되는 데다, 선거 등 큰 행사를 앞두고는 업무가 더 가중되다 보니 육아휴직이나 유연근무제 활용은커녕 일반 휴가조차 쓸 엄두를 내기가 힘든 게 현실이다. 국회 의원실에 근무하는 30대 기혼 여성 A씨는 "경력단절을 우려해 자녀계획을 계속해서 미루고 있다"며 "임신을 한 동료들의 경우 정기검진을 가기조차 쉽지 않고, 어렵게 육아휴직을 써도 복귀해서 언제 관두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사람을 뽑을 때부터 아이 있는 여성 자체를 잘 안 뽑으려 한다"며 "경력단절 등의 영향으로 7급 이하의 직급에서는 여성 보좌진이 많은데 위로 갈수록 비율이 낮다"고 털어놨다.

반면 대기업에서는 유연근무제, 남성 육아휴직 등 제도상의 변화가 시작되면서 경력단절 현상이 개선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외국계 대기업을 다니는 임예지씨(27·서울 송파구)는 "주변 여자 친구들 가운데 아이를 낳고 경력이 단절된 친구들이 많지만,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는 경력이 단절되는 경우가 적다"며 "육아휴직과 복귀가 자유로운 편"이라고 했다. 다만 "임원 중 남성 비중이 아직은 높아 여성이 승진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보긴 어렵다"면서도 "현재는 적어도 여성이어서, 아이가 있어서 고위급까지 올라가는 데 방해가 되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에 재직하는 30대 기혼 여성 B씨도 "우리 회사의 경우 육아휴직 후 복귀해도 승진을 하고 연봉을 높일 수 있는 게 요즘 분위기"라며 "경력단절이 전보다 줄어들면서 최근 처음으로 여성이 이사 자리에 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남성 육아휴직은 지난해부터 차츰 쓰기 시작했다. 회사 차원에서도 권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별취재팀 'K인구전략-양성평등이 답이다' 김유리·이현주·정현진·부애리·공병선·박준이·송승섭 기자
김필수 경제금융에디터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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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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