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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우리들의 문화재 이야기

상봉터미널은 사라지지만…추억 담긴 정자는 시민 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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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랑구 청남공원으로 이축 예정…"시민들이 편히 이용할 수 있길"

연합뉴스

상봉터미널 앞 정자
[촬영 김정진]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 지난해 11월 30일 폐업한 상봉터미널의 추억 한 조각이 시민 곁에 남게 됐다.

28일 터미널 운영사 신아주와 서울 중랑구청에 따르면 상봉터미널 앞 정자와 현판이 중랑구 신내동 청남공원으로 옮겨진다.

상봉터미널을 상징하는 건축물 중 하나인 이 정자는 터미널이 개장하던 1985년부터 건물 앞을 지키며 이용객을 비롯해 인근 주민의 쉼터 역할을 해왔다.

신아주 관계자는 "지난 2014년 세상을 떠난 고(故) 문태식 아주그룹 명예회장의 애착이 담긴 구조물이자 시민들의 추억이 서린 곳"이라며 문 회장이 생전 중랑구에 기부한 땅에 조성된 청남공원에 정자를 옮기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신아주 관계자에 따르면 정자는 터미널 이용객들을 위한 만남의 장소가 필요하다는 문 명예회장 뜻에 따라 만들어졌다. 정자 현판에 적힌 '여정'(旅情)이란 글자도 문 명예회장의 친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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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랑구 청남공원 내 고(故) 문태식 아주그룹 명예회장 흉상
[촬영 김정진]


여행의 과정이나 일정을 의미하는 여정(旅程)과 소리는 같지만 '길 정'(程)이 아닌 '뜻 정'(情)을 썼는데 이는 터미널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만남의 기쁨과 이별의 아픔 등을 의미한다.

향토사적 측면에서 이 정자의 보존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한 중랑구민은 지난해 구청 홈페이지에 "상봉터미널은 중랑구 발전의 핵심 공간으로서 부분적으로는 그 역사를 지켜야 한다"며 정자와 현판의 보존을 촉구했다.

그는 단청이 칠해진 목부재, 천장의 용 그림, 충(忠)과 효(孝)를 그려 넣은 대들보 등 구조물의 핵심 재료가 "한 시대의 모습을 보여줄 귀중한 유산이 되어줄 것"이라고 했다.

이에 중랑구청은 상봉터미널 앞 정자의 등록문화재 지정을 추진하기도 했다. 등록문화재는 근대문화유산 중 보존 가치가 있는 건조물·시설물 등을 대상으로 하며,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선정된다.

그러나 1980년대에 축조된 이 정자는 연식이 50년 미만으로 근대문화유산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지정문화재로 등록되지 못했다는 게 구청 측 설명이다.

중랑구청 관계자는 "지정문화재 등록은 어렵게 됐지만 신아주와 협의를 통해 정자와 현판을 청남공원으로 옮겨 보존·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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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랑구 청남공원
[촬영 김정진]


신아주는 내달 중 정자를 해체한 뒤 공원 내 장소를 확정하고 이축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신아주 관계자는 "구청과 더 협의를 해봐야겠지만 현재로서는 공원 입구 쪽에 시민들이 쉴 수 있고 전망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정자를 옮기려 생각 중"이라며 "시민들이 상봉터미널의 추억도 간직하면서 공원에서 편히 이용할 수 있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stop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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