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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인공지능 윤리 논쟁

[2024 대한민국 AI 혁신의 해]③ 이루다로 감성 AI 개척한 스캐터랩..."나만의 AI 캐릭터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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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AI 비서 대신 감성AI·AI 캐릭터 주력

핑퐁 AI 스튜디오 중심으로 기업 요구 대응

개발 시행착오·기술 공유에도 적극

아주경제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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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자와 다양한 감성적인 대화를 나누는 소셜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로 유명한 AI 스타트업 스캐터랩이 이용자가 자신의 취향에 맞는 소셜 AI 챗봇을 만들 수 있는 '핑퐁 AI 스튜디오'로 감성 AI 시장을 본격 공략한다. 주로 초거대언어모델(LLM)과 소형언어모델(sLLM) 자료 수집·요약 능력에 주목하던 경쟁 AI 기업들과 달리 365일 24시간 이용자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친구로서 AI' 시장 가능성에 주목한 것이다.

28일 AI업계에 따르면 스캐터랩은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K테크서밋 2023' 행사에 참석해 자체 개발한 차세대 sLLM '핑퐁-1'을 공개했다.

핑퐁-1은 사회적인 상호작용뿐 아니라 지식 데이터를 학습해 논리적 상호작용이 두루 가능한 스캐터랩의 자체 AI 파운데이션 모델이다. 감정과 지식을 넘나드는 폭넓은 주제에 대한 대화 능력과 감성 소구에 특화된 글 작성 등 친근한 AI로서 대화 능력을 갖춘 게 특징이다.

스캐터랩은 일찍부터 소셜 AI 가능성에 주목해 가상 AI 캐릭터 '이루다' '강다온' 등을 선보이며 감성 AI 시장에서 입지를 다졌다. 이루다는 이용자 별도 지시가 없으면 사무적인 말투로 답하는 챗GPT와 달리 평균 0.04초의 빠른 응답 속도로 20대 대학생처럼 친근하고 재치 있는 대화를 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예를 들어 기존 언어모델에 서울 성수동에 대해 좋은 점을 설명하면서 성수동으로 오라고 하면 성수동에 관한 정보를 찾아서 요약·정리한다. 논리적이지만 친숙하지 못하다. 반면 감성 AI는 "성수동에 네가 있어서 좋다"며 좀 더 사회성 있고 감성적인 답변을 한다. AI가 경험을 통해 사람의 사회성을 학습한 사례다.

스캐터랩은 감성 AI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챗GPT 열풍이 불기 전부터 생성 AI 원천기술 확보에 심혈을 기울였다. 실제로 이루다는 스캐터랩이 자체 개발한 sLLM '1세대 루다(LUDA Gen-1)'를 기반으로 운영한다. 23억개의 매개변수(파라미터)를 갖췄고 완벽히 가명 처리된 20대 커플들의 대화 데이터로 학습했다. 이어 관계 지향에 특화한 릴레이션십 포인트 미세조정(파인튜닝)을 진행해 실제 20대 대학생과 대화하는 느낌을 준다.

이루다는 출시 후 200만명 넘는 고객을 확보했다. 누적 대화량도 지난해 12월 기준 7억4000만건을 넘었다. 이루다와 이용자의 하루 평균 메시지 수는 64건에 달한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스캐터랩은 지난해 4월 SK텔레콤(SKT)에서 15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스캐터랩과 SKT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감성 AI를 공동 개발하고, 지식과 감성 능력을 함께 갖춘 LLM(에이닷프렌즈) 개발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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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주경제DB]




챗GPT 위협하는 감성 AI···한국의 '캐릭터.AI' 된다

스캐터랩은 '캐릭터.AI' '토키' 등 해외에서 인기를 끄는 캐릭터 기반 감성 AI가 핑퐁 AI 스튜디오를 통해 국내에도 본격 확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종윤 스캐터랩 대표는 핑퐁-1을 공개하며 "언어모델을 생산성 도구 대신 재미와 감동을 주는 친구 같은 AI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대화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1세대 루다보다 매개변수를 늘리고 학습 데이터 양도 7배 확대했다"며 "LLM의 고질적 문제인 환각(헛소리) 현상도 감성 AI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발언 형태로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 따르면 캐릭터.AI 등 감성 AI 챗봇이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로 웹 서비스 트래픽을 집계하는 시밀러웹 조사를 보면 지난해 6월 전 세계 AI 서비스 월 접속자 수는 1위 챗GPT(약 16억명)에 이어 2위 캐릭터.AI(약 3억3000만명) 순이었다. 챗GPT를 잡기 위한 구글의 야심작인 '바드'는 캐릭터.AI에 밀려 3위에 머물렀다.

캐릭터.AI는 실제 사람과 대화하듯이 다양한 캐릭터와 대화할 수 있는 서비스다. 역사 속 유명 인물과 연예인을 흉내 내는 AI 챗봇을 제공한다. 구글 브레인에서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한 다니엘 드 프레이타스와 LLM 원천기술인 트랜스포머를 연구한 노암 샤제르가 의기투합해 2021년 설립한 AI 스타트업이다.

AI업계에선 챗GPT와 캐릭터.AI 사례를 들며 향후 언어모델 시장이 자료를 요약·정리하며 생산성을 높여주는 AI 비서와 친구처럼 사람과 공감하는 감성 AI로 양분될 것으로 본다. 대부분 국내 AI 기업이 AI 비서 시장 공략에 주력하는 반면 스캐터랩은 감성 AI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관련 시장 공략을 위한 연구개발(R&D)에 매진하고 있다.

스캐터랩에 따르면 해외 감성 AI 시장은 실제 사람의 클론을 만드는 서비스와 자신만의 가상 AI 페르소나(인격)를 구현하는 서비스로 양분되고 있다.

실제 사람의 클론을 만드는 서비스는 AI로 유명인과 인플루언서의 말투와 성격 등을 복제해서 만든 챗봇으로, 지난해 미국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일론 머스크·마크 저커버그·크리스티아누 호날두·트와이스 나연·마리오 등 유명 인물과 캐릭터 성격으로 재구성된 챗봇과 24시간 다양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다만 클론 AI는 최근 과도한 대화 안전장치 적용으로 실제 인물과 동떨어진 발언을 하는 등 이용자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가상 AI 페르소나를 구현하는 서비스는 나만을 위한 AI 친구와 애인을 만들고, 지속해서 대화하며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AI와 긍정적인 감정 교류를 하며 우울증 등을 치료하는 데 효과가 크다.

김 대표에 따르면 스캐터랩은 다양한 비즈니스에서 원하는 AI 캐릭터를 만들 수 있도록 핑퐁 스튜디오를 통해 소셜 AI 구축 솔루션을 제공할 방침이다. 이미 게임·콘텐츠·마케팅·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기업이 AI 캐릭터를 도입해 이용자들과 소통하는 등 성과를 냈다. 지난해 6월에는 SKT와 함께 길빛나·육제이·강하루 등 에이닷프렌즈 캐릭터 3인을 선보이는 등 에이닷이 감성과 지식을 함께 제공하는 AI 서비스가 되도록 했다.

스캐터랩의 올해 주력 사업인 핑퐁 AI 스튜디오는 AI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어도 기업이 빠르게 다양한 페르소나를 갖춘 AI 캐릭터를 만들 수 있는 게 특징이다. AI 모델에 '세이프티 시스템'을 도입해 챗봇과 이용자가 개인정보 유출 없이 안전하게 대화할 수 있다. 기업이 원하면 지속적인 모델 학습으로 서비스 품질을 지속적으로 향상하는 것도 가능하다.

스캐터랩은 자사 기업 간 거래(B2B) 사업의 강점으로 △사람처럼 폭넓은 의사 소통이 가능한 소셜 인터랙션 특화 AI △저렴하고 빠른 자체 sLLM 활용 △이루다·강다온 등 성공적인 AI 캐릭터 구축과 운영 경험 △데이터 제작·학습·관리를 한번에 할 수 있는 AI 플랫폼 제공 등을 꼽았다. 기업용 챗봇을 스캐터랩의 챗봇 마켓인 '너티앱'에 입점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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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캐릭터 '이루다' [사진=스캐터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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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경쟁력 확보엔 '선 공개 후 개선' 필요···데이터 규제 풀어야

김 대표는 국내 LLM업계 선구자로서 한국 기업·정부 AI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3월 아주경제 초거대 AI 포럼에서 "LLM을 포함한 초거대 AI는 인터넷·모바일보다 더 큰 패러다임 전환을 가져올 것"이라며 "산업혁명에 비견되는 AI 혁명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AI 산업이 발전하려면 서비스 선 공개 후 개선 절차를 확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업이 AI 서비스를 완벽하게 만드는 데 시간을 들이면 글로벌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큰 만큼 일단 안전장치만 갖추고 빠르게 AI를 출시해서 데이터를 모은 뒤 서비스를 개선해야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있다는 게 김 대표 생각이다.

정부는 기업이 AI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데이터 관련 규제를 풀어야 한다. 영미권에선 대량의 언어 데이터만 수집해서 외부에 공개하는 비영리단체(NGO)가 있어 AI 스타트업이 빠르게 확산할 수 있었다. 반면 한국은 AI 학습을 위한 데이터가 공개돼 있지만 그 규모가 수백 메가바이트(MB)에 불과해 영미권과 비교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고 김 대표는 지적한다. 법으로 그 지위가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인터넷상 언어 데이터도 AI 학습에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지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AI업계에선 스캐터랩이 기술 공유에 적극적인 점도 높게 평가한다. 마이크로소프트·구글 등 빅테크처럼 별도의 기술 블로그를 만들어 AI 모델 개발에서 나온 시행착오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 얻은 정보를 공유한다. 국내외 개발자 행사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기술 공유에 소극적인 국내 기업들과 반대되는 글로벌 지향 행보다. 스캐터랩이 국내 AI 스타트업을 위해 기술을 공유한 대표 사례로는 △AI 모델을 학습·추론(실행)할 때 클라우드 이용비 절감 △오픈소스 컨테이너(가상머신+운영체제) 기술에서 AI 모델 최적화 △엔비디아 외에 다른 AI 반도체와 AI 모델 연결 방안 등을 꼽을 수 있다.

아주경제=강일용 기자 zero@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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