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최초로 탈레반 정권 인정…일대일로·천연자원 등 영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전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빌랄 카리미 신임 아프간 대사 등 42개국 대사로부터 신임장을 제정받았다.(아프간 외무부 대변인 압둘 카하르 발키가 소셜미디어 X에 올린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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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중국이 중국 주재 아프가니스탄 대사의 신임장을 받아들이며 아프간 탈레반 정권을 사실상 인정했다. 이는 주요 국가가 최초로 탈레반 정권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31일(현지시간) AFP통신과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전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빌랄 카리미 신임 아프간 대사 등 42개국 대사로부터 신임장을 제정받았다.
시 주석은 신임 대사들에게 중국이 자국과 깊은 우호와 호혜 협력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전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수석 대변인은 이날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서 "중국은 나머지 세계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이해했다"고 적었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러시아, 이란 및 기타 국가들에게 유사한 조치를 취하고 아프간과의 양자 외교 관계를 개선할 것을 촉구하면서 "우리는 단극 세계에 있지 않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중국이 탈레반 정권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는지 여부는 중국 관리들이 명확히 해야 한다"고 VOA에 말했다.
중국 측에서는 '정상적인 외교적 절차'라는 원론적인 대답만 내놓고 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모든 당사자의 우려가 더욱 적극적으로 해결되면 아프간 정부에 대한 외교적 승인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전 아프가니스탄 정부 시절 아랍에미리트 주재 아프가니스탄 대사인 자비드 아마드는 중국의 이번 조처가 탈레반 정권을 인정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아마드 전 대사는 VOA에 "어떤 국가 원수도 정부를 인정하지 않는 한 대사의 신임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그 신호는 틀림없다. 이 경우 중국 지도부는 탈레반 특사를 다른 대사들과 같은 방식으로 대하고 있으며 이는 분명한 인정의 표시"라고 강조했다.
탈레반은 2021년 8월 권력을 탈환한 이후 주로 주변 국가에 있는 아프가니스탄 외교 공관에 대한 통제권을 꾸준히 확립해 왔다. 현재 파키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을 포함해 최소 14개국의 대사관을 감독하고 있다.
러시아, 중국, 이란을 포함한 일부 국가는 아프간 카불에 대사관을 유지해 왔지만, 탈레반을 아프간을 이끄는 공식 정부로 인정하지는 않았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최근 러시아가 정치적, 인권적 고려 때문에 탈레반 정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처럼 국제사회는 탈레반 정권을 인정하지 않지만, 중국이 탈레반을 인정하고 나선 건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와 아프간에 매장된 천연자원 때문으로 보인다.
파리 전략연구재단의 분석가인 발레리 니케는 AFP에 "아프간은 어려운 지형이지만, 중국의 특징은 누구도 가지 않는 곳으로 가서 이점을 얻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선 아프간은 중국 신장 카스에서 파키스탄 과다르항까지 이어지는 3000㎞ 길이의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에 함께 연결될 수 있다.
카불에 있는 카르단 대학교 정치학 조교수인 잘랄 바즈완은 "일대일로 계획에 따른 아프간의 전략적 위치는 아프간을 매력적인 파트너로 만든다"고 전했다.
또 바즈완 조교수는 "구리, 리튬, 희토류 등 아프간의 방대한 천연자원은 중국에 상당한 경제적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카리미 대사는 지난달 아프간 카불에서 약 40㎞ 떨어진 구리 매장지 메스 아이낙과 관련해 중국 최대 금속채굴 기업 '중국야금'(MCC)과 논의를 가졌다. 메스 아이낙에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양의 구리가 매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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