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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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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웃돈 줘도 이득 … 사모펀드, M&A 대신 K증시에 눈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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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증시 레벨업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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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최전선에 있는 사모펀드들이 저평가 기업 인수 시도에 나서고 있다. 증시에서 주가가 워낙 저평가돼 있다 보니 장외가 아닌 장내 공개매수 움직임까지 활발하다. 최근 정부가 도입을 예고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배당액 상향, 자사주 소각을 비롯한 주주친화 정책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사모펀드란 기관투자자(LP)에서 돈을 받아 기업을 인수하거나 소수 지분을 투자한 뒤 배당액을 늘리거나 경영을 효율화해 더 높은 가격에 재매각해 차익을 보는 펀드다.

MBK파트너스(MBK)가 최근 공개매수를 시도하다 실패한 한국앤컴퍼니(글로벌 6위 타이어 업체)는 대표적인 저평가 기업으로 꼽힌다. MBK가 높은 프리미엄을 주려고 했던 이유다. 동종 업계인 글로벌 타이어 업계 2·3위 일본 브리지스톤과 독일 콘티넨탈AG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각각 1.28배, 1.07배인 반면 한국앤컴퍼니 PBR은 0.46배에 불과하다.

PBR이란 시가총액을 순자산으로 나눈 수치로, PBR이 1배를 넘지 못한다는 것은 기업이 보유한 자산을 장부가로 모두 팔아도 시총이 그에 못 미친다는 뜻이다.

MBK는 현 시세보다 30%가량 더 줘서 기업을 인수하더라도 주주가치 제고와 경영 효율화를 통해 지금보다 주가를 2~3배 더 끌어올릴 수 있다고 판단해 공개매수 가격을 정한 셈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고위 관계자는 "단순 계산 시 한국앤컴퍼니 주가가 최대 7만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사모펀드들은 생각하고 있다"며 "MBK가 노린 것도 이 부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MBK는 지난해 국내 대표 치과 의료기기 업체 오스템임플란트를 자진 상장폐지하기 위해 소액주주로부터 주식을 공개매수하는 과정에서 기존 주가 평균 대비 51% 높은 가격(주당 190만원)을 제시했다. 그보다 더 큰 차익을 볼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었다.

저평가된 기업을 사모펀드가 함께 투자하겠다고 나선 대표적인 사례가 HMM이다. 하림그룹·JKL파트너스는 6조4000억여 원을 써내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 HMM PBR은 0.46배에 불과하다.

최근 매각 협상이 결렬된 송원산업도 저PBR 현상의 단면을 보여준다. 매각 측은 박종호 송원산업 회장 지분 35%에 대해 4000억원 이상을 원했지만, 매수 측(IMM PE·티케이지태광·심팩)은 이보다 낮게 가격을 불러 협상이 결렬됐다. 송원산업 PBR은 0.55배, 시총은 3780억원이다.

IB 업계에서는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고배당, 자사주 소각처럼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그래야 더 많은 국내외 자본이 한국 증시에 유입되면서 기업가치 상승, 주주 투자 확대라는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밸류업 프로그램을 본격화하면 금융주가 큰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주요 사모펀드인 IMM PE, 어피니티, 베어링PEA는 2019~2020년에 걸쳐 총 1조9000억여 원을 신한지주에 투자했다. IMM PE가 7500억원가량 투자했는데, 현재 주가(4만5300원)는 당시 매입 가격(4만2900원)과 거의 비슷하다. 우리금융지주 역시 현재 주가가 1만4710원으로 2021년 유진PE가 매입한 가격 수준이다.

또 다른 IB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국내 은행주 배당액이 해외 은행 대비 절반도 안 되기 때문에 은행주는 만성적인 저평가 상황에 빠져 있다"며 "적극적인 주주친화 정책을 쓰면 중국에서 이탈한 해외 자금을 국내로 유치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PBR 주가순자산비율(PBR·Price to Book value Ratio): 회사가 보유한 순자산에 비해 시가총액이 몇 배가 되는지 나타내는 비율이다. 보유현금을 활용해 배당을 지급하거나 자사주를 매입하면 분모인 자산이 줄어들기 때문에 PBR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PER 주가수익비율(PER·Price Earning Ratio):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값을 말한다. 기업이 창출하는 이익에 비해 주가가 얼마나 고평가·저평가됐는지를 판단하는 잣대다.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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