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중서 작성한 자필 메모 공개
"함께한 이들마저 모든 짐을 제게 건네"
"이 모두 정해진 운명이라고 받아들일 것"
"정치, 다시 하지 않을 것"..외부활동은 늘릴 듯
박근혜 전 대통령이 5일 오후 대구 수성구 만촌동 호텔인터불고에서 열린 회고록 출간 기념행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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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5일 회고록 '어둠을 지나 미래로' 출간기념 저자와의 대화를 연 가운데, 4년 9개월의 수감 시절 도중인 2021년 늦가을에 쓴 자필 메모를 처음 공개했다.
2021년 늦가을 옥중에서 작성된 박 전 대통령의 자필 메모에는 "대통령으로 재직하면서 혼신의 힘을 다해서 했던 일들이 적폐로 낙인찍히고 맡은바 직분에 충실하게 일한 공직자들이 구속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저로서는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또 "정치를 시작할 때부터 함께한 이들마저 모든 짐을 제게 건네주는 것을 보면서 삶의 무상함을 느꼈다"며 옛 친박계 인사들을 향한 서운함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어 "하지만 이 모두 정해진 운명이라고 받아들이겠다"며 "2006년 (커터칼) 테러 이후의 저의 삶은 덤으로 주어져서 나라에 바쳐진 것이라 생각했기에 제 일신에 대해선 어떠한 미련도 없다"고 적었다.
박 전 대통령은 "이제 모든 멍에를 묻겠다. 누구를 탓하거나 원망하는 마음도 없다"며 "서로를 보듬으면서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어주기 바란다"고 작성했다.
'내가 이 모든 것을 다 지고 가면 해결이 될 것 아닌가'라는 생각에 이 메모를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에게 전달했다고 박 전 대통령은 밝혔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은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던 당시 상황을 떠올리면서 "정치란 참으로 무정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고 전했다.
친박임을 자처하면서 활동했고, 총선에선 간곡하게 지원을 요청했던 옛 친박 인사들이 자신에 대해 탄핵 가결표를 던진 것에 대해선 섭섭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탄핵안이 가결된 당일 소집했던 비공개 국무회의를 언급한 박 전 대통령은 "함께 고생한 국무위원들의 얼굴을 보자 감정이 북받치면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가슴 속으로 피눈물이 흘렀다"고도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특별한 정치적 발언은 거의 하지 않았다. 향후 활동 계획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은 "정치일선을 떠났다. 정치를 다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은 "정치는 하지 않겠지만 국민들로부터 받은 사랑이 너무 크고 감사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할 일이 있다면 어떤 일이라도 해서 보답하겠다"면서 외부활동을 점차 늘릴 것임을 시사했다.
이날 대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저자와의 대화에는 유영하 변호사와 허원제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단상에 박 전 대통령과 함께 올랐다.
행사장에는 김관용 전 경북도지사와 서상기 전 의원, 김재수 전 농림부 장관,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조윤선 전 여성가족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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