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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경찰은 현장검증 윽박, 검찰은 자백한 진범 석방…17년후 범인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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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사건…재심끝에 무죄 [사건속 오늘]

17년만에 나타난 진범과 피살자 사위 "그들은 무죄" 호소 진풍경

뉴스1

검경의 부실 수사와 진범 논란을 빚었던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사건’ 피의자로 지목된 최씨와 임모(37)씨 등 3명이 2016년 10월 28일 오전 전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재심에서 무죄 선고 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16.10.28/뉴스1 ⓒ News1 박아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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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예전 영화나 사극 드라마에선 고을 원님들이 죄인에게 "네 이놈~, 네 죄를 네가 알렸다!"라고 호통을 쳐 자백을 받아내는 장면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이러한 '원님 재판'은 생사람을 잡기 마련으로 실제로 수사당국의 강압에 못 이겨 '내가 그랬소'라고 거짓으로 자백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왔다.

1999년 2월 6일 전북 완주 삼례읍 나라슈퍼에서 벌어졌던 3인도 강도살해사건도 그중 하나.

◇ 19살~20살 청년 3명…아니라고 했지만 "네 이놈~"호통에 그만

그날 오전 4시쯤 3인조 강도가 나라슈퍼에 들이닥쳐 자고 있던 유모(당시 77세) 할머니와 딸 최모씨, 사위 박모씨를 위협, 테이프로 입을 묶은 뒤 금품을 훔쳐 달아났다.

딸과 사위는 목숨을 건졌지만 유 할머니는 범인들이 코까지 테이프로 막는 바람에 질식사 했다.

동네 지리에 밝은 이들의 범행으로 판단한 경찰은 최모씨(당시 19세), 강모씨(19세), 임모씨(38세) 등 3명을 붙잡아 원님식 취조를 한 뒤 강도치사 등의 혐의로 검찰로 남겼다.

◇ 대법 확정판결 직후 진범 나타났지만…검찰, 끝내 무혐의 처분

최씨 등 3명은 "폭행 등 경찰의 강압적인 수사로 거짓으로 자백했다"며 검찰 수사, 재판정에서도 거듭 '무죄'라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1999년 10월, 대법원에 의해 3년~6년 형을 확정 받았다.

확정판결 한달 뒤인 1999년 11월 부산지검은 '진범이 따로 있다'는 첩보에 따라 용의자 3명을 검거, 전주지검으로 이첩했으나 전주지검은 '이들의 진술이 왔다 갔다해 신빙성이 없다'며 무혐의 처분, 풀어주고 말았다.

뉴스1

이른바 `삼례 3인조' 강도치사 사건으로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이들에게 국가가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온 2021년 1월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재심을 변호했던 박준영 변호사가 재심청구인, 피해자유족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최모씨 누나, 최모씨, 임모씨, 최모씨, 피해자 딸 최모씨, 피해자 사위 박성우씨, 박준영 변호사. 2021.1.28/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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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도소 교화위원의 노력, 유가족의 협조…진범은 따로 있다 확인했지만

전주교도소 천주교 교화위원인 박모씨는 최씨 등이 '우리는 범인이 아니다'며 계속해서 억울함을 나타내자 '진범이면 이럴 순 없다'고 생각, 피해자의 딸 최씨에게 끈질기에 도움을 청했다.

박씨의 노력에 감복한 딸은 전주교소도를 찾아가 범행 당일 들었던 목소리 주인공이 임씨인지 직접 확인 "그 사람이 아니다"라는 결정적 말을 했다.

또 딸은 부산지검이 진범이라며 전주지검에 넘겼던 A씨 목소리가 담긴 테이프를 듣자 "범인 목소리가 맞다"고 했다.

박씨는 최씨 등에게 '재심을 청구하라'고 권했지만 변호사 선임 비용 등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 17년 만에 등장한 진범 "저들은 범인이 아니다" 호소하는 진풍경…

최씨만이 재심을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당했고 이따금 그들의 억울한 사연이 몇몇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될 뿐이었다.

그렇게 잊혀 가던 '삼례슈퍼 3인조 강도사건'은 2016년 1월, 이모씨(당시 48세)가 "내가 진범이다"며 "최씨 등의 무고함을 풀기 위해 협조하겠다"고 양심선언, 극적인 반전을 맞게 됐다.

그러나 이씨외 나머지 1명은 '난 아니다'고 부인했고 또 다른 1명은 2015년 스스로 세상을 등져 진상이 제대로 밝혀질지 의문이었다.

◇ 재심전문 박준영 변호사, 피살자 사위로부터 결정적 증거 확보…17년만에 무죄 확정

이런 가운데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가 나서 '원님 재판'이라는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기에 이르렀다.

그 증거는 피해자의 사위 박씨가 1999년 2월 18일, 경찰의 현장검증 장면을 찍은 영상으로 영문을 몰라 망설이는 최씨 등에게 경찰이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며 윽박지르면서 범행 장면을 재현케 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2016년 10월 28일 전주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장찬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이 범행을 시인하는 진술 내용이 일관되지 않은 점, 자백의 동기나 경위, 다른 증거들과 모순되는 점 등에 비춰볼 때 신빙성이 없고 검사가 제출한 나머지 증거들도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후 검찰이 항소를 포기, 무죄가 최종 확정됐다.

◇ 영화 '소년들'의 모티브…형사보상금 11억원

최씨 등의 억울한 사연은 지난해 11월 정지영 감독의 영화 '소년들'(설경구 유준상 주연)로 만들어졌다.

또 2017년 6월9일 법원은 국가에 대해 11년간의 억울한 옥살이를 보상하라며 최모씨 3억800만원, 임모씨 4억8400만원, 강모씨 3억5400만원 등 모두 11억원의 형사보상금 지급을 명령했다.

최씨 등은 수억원의 보상금이 아니라 '너희들은 범인이 아니다'는 그 말이 무엇보다 기뻤다고 했다.

buckba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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