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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실명' 유발하는 망막 박리, 끈적한 미역으로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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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 사용이 늘면서 젊은층 사이에서도 망막박리 환자가 늘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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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속 망막이 내벽에서 떨어져 나가 실명에 이르게 되는 망막박리 환자가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국내 망막박리 환자 수는 9만7045명으로, 10년 전 대비 82.6% 증가했다. 특히 50대가 2만4602명으로 전체의 25.4%를 차지해 전 연령대중 가장 많았다.

망막박리는 노화와 고도근시가 주원인이다. 망막과 수정체 사이 투명한 젤리 형태의 유리체가 수축해 수분과 섬유질로 분리되는 일명 ‘유리체 액화’ 현상이 생겨 발병한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사용 등으로 20대에서도 고도 근시 환자가 많아져 망막박리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이 경우 대부분 망막유리체 수술을 받아야 한다.

포스텍(포항공대) 차형준 화학공학과 교수와 동아대 의대 안과학 정우진 교수 공동 연구팀은 미역과 같은 해조류를 기반으로 한 망막 박리 치료용 인공 유리체를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엘스비어(Elsevier)에서 출간하는 생체재료 분야 국제 학술지인 ‘바이오머티리얼즈(Biomaterials)’에 최근 온라인 게재됐다.

유리체는 수정체와 망막 사이 공간을 채워 안구 형태를 유지하는 젤 상태 조직이다. 망막 박리를 치료할 때는 유리체를 제거하고, 팽창성 가스나 실리콘 오일 등 의료용 눈 속 충전물을 유리체 대신 넣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런 충전물로 인해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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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막 박리 치료 원리. [자료 포스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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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해조류에서 유래한 천연 탄수화물인 알지네이트를 개량해 충전물로 사용했다. 알긴산으로도 불리는 알지네이트는 식품과 의료 등 다양한 산업에서 점성이 있는 제품을 만들 때 사용한다. 연구팀은 알지네이트를 기반으로 유리체를 대체할 수 있는 의료용 복합소재 하이드로젤을 개발했다.

이 하이드로젤은 생체 적합성이 높을 뿐 아니라 실제 유리체와 광학적 특성이 유사해 수술 후 환자가 시력을 유지하는데 효과가 좋다. 또, 하이드로젤은 독특한 점탄성을 갖고 있어 안구 내부 유체 이동을 효과적으로 제어함으로써 망막을 안정적으로 고정할 수 있다. 내부에 생긴 공기 방울도 제거할 수 있다. 연구팀은 동물 모델 실험을 통해 하이드로젤의 안정성과 효능을 확인했다. 토끼의 눈은 사람의 눈과 구조·크기,생리적 반응 등이 거의 유사하다. 토끼의 눈에 연구팀의 하이드로젤을 이식한 결과, 망막박리를 효과적으로 억제했으며, 장기간 사용한 후에도 부작용 없이 안정적으로 기능을 유지했다.

연구를 이끈 차형준 교수는 “망막 박리는 고도 근시와 연관이 있어 젊은 층에서도 발병률이 높고, 최근 국내에서도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후속 연구를 통해 하이드로젤을 실제 안과 치료에 적용할 수 있도록 기술을 개선·고도화하겠다”고 말했다. 정우진 동아대 의대 교수는 “매년 3%씩 성장하고 있는 눈 속 충전물 글로벌 시장은 점차 그 규모가 확대될 것”이라며 “하이드로젤이 향후 망막 유리체 수술에 유용하게 사용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준호 과학 전문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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