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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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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③] 국내증시 | 비관론 속 피어오르는 코스피 바닥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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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의 상승세를 이어가던 국내 증시가 올해 들어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이며,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한국 주식시장이 3주 연속 하락했다. 미국 경제지표 호조로 예방적 조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후퇴하면서 시장 금리와 환율이 다시 급격하게 올랐다. 미국 주식시장은 단기 조정 후 대형 기술주 주도로 3대 지수가 모두 반등에 성공했지만, 한국 주식시장은 유난히 차가운 반응을 보인다.

다만 1월 셋째 주 마지막 날 코스피는 크게 반등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월 19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32.7포인트(1.34%) 오른 2472.74에 거래를 마치며 올 들어 가장 크게 상승했다. AI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가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한 덕분에 이날 삼성전자는 4% 넘게 상승했다. SK하이닉스 역시 3.74% 상승하며 시장을 이끌었다. 지속적인 시장의 추세 하락 속 급반등세가 나오며 전망에 대해서도 극명하게 갈리는 모양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증시 전망에 대해 ‘상저하고(상반기 저조, 하반기 회복)’와 ‘상고하저(상반기 회복, 하반기 저조)’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러한 예측의 차이는 금리 인하, 경기 침체, 미국 대선 등 다양한 경제 변수들에 대한 해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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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저평가 국면
최근 한국 주식시장은 연초부터 이어진 조정을 넘어서 반등의 기미를 보인다. 증권가의 전문가들은 다양한 지표를 근거로 코스피 지수가 바닥을 다져가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러한 전망의 근거는 밸류에이션, 중국 경제의 상황, 그리고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이다.

먼저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지나친 저평가 국면이라고 주장한다. 코스피200의 12개월 선행 PER(주가순이익비율)은 9.79배로, 지난해 11월 8일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코스피200 지수가 전통적으로 10~11배 수준의 PER을 유지해왔음을 고려할 때, 수치상으로 보면 저평가 구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PER이 10배 이하였던 지난해 11월과 2022년 10월에는 코스피 지수가 반등의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PBR(주가순자산비율)의 경우, 지난 1월 17일 기준 0.88배를 기록하며 역시 저평가 구간으로 평가된다. 이는 지난 19일 PBR이 0.9배로 소폭 반등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저평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 부장은 “코스피 지수는 2400선 전후에서 단기 지지력 확보가 예상된다”라며 “코스피 일방적 약세의 원인이었던 수급 부담은 정점을 통과했다”라고 밝혔다.

증시 반등론의 불을 지피는 이유는 중국 증시가 바닥에 근접했다는 주장이다. 한국 증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중국 경제와 증시 상황은 올해 들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 초 대비 상하이종합지수는 4.8%, 홍콩H지수는 8.6%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상하이종합지수의 PBR이 1.05배로 최저 수준에 근접했으며, 중국의 소비자물가 반등 가능성과 유동성 증가가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SK증권은 향후 발표되는 중국 실물 지표들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지표의 결과가 부진하게 나오면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존재하며 중국의 금리 인하가 국내 증시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중국 지표의 결과에 따라 국내 증시가 함께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이번 주에 맞을 증시 조정이 마지막 고비일 것”이라며 “증시 조정이 지속되면 저가 매수세가 유입될 수 있는 레벨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 실적 기대감도 한국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TSMC의 깜짝 실적은 반도체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넷플릭스, 테슬라, ASML, IBM 등의 실적 발표가 이어져 긍정적인 수치가 나오면 한국 증시에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EPS(주당순이익) 컨센서스는 2.21달러로, 2022년 12월 0.12달러 대비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테슬라의 4분기 EPS 컨센서스는 0.726달러, ASML은 5.12달러, IBM은 3.77달러로 전분기 대비 각각 6.4%, 71.4% 상승할 전망이다. 인텔의 경우, 지난해 4분기 EPS 컨센서스는 전분기 대비 9% 증가한 0.4469달러로 예상된다.

이재만 연구원은 “매그니피센트7(애플,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구글, 메타, 엔비디아, 아마존) 기업들의 EPS는 전년 대비 모두 증가할 전망”이라며 “미국 대형 성장기업들의 실적 발표 이후 이익 추정치 조정 여부가 국내 반도체 업종의 이익 개선에 대한 신뢰와 외국인 투자자 수급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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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7일 원달러 환율은 1344.2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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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 반등 가능하지만 조정 불가피
주가 반등론의 반대편에는 추가조정론이 자리하고 있다. 아직은 지정학적 리스크,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 그리고 4분기 실적 시즌의 불확실성 등 다양한 요소로 인해 변동성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다만 추세 반등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는 전문가들도 기술적 반등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주목하고 있다. 단기 반등 시 주목해야 할 종목으로는 낙폭 과대주, 실적 개선 기업, 글로벌 빅테크의 강세에 수혜를 입을 수 있는 기업들이 꼽힌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과매도 시그널 이후 낙폭 과대 종목들이 평균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보인다고 분석하며, 이익 전망치가 하향되는 구간에서는 이익모멘텀 민감도가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삼성증권은 국내 증시와 주요 선진국 증시 간의 비동조화가 종료되었다고 보고, 테크 주도주 장세가 재점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의 ‘어닝쇼크’도 국내 주식시장에 부정적인 요소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한 건 이미 시장에 많이 반영됐기 때문에 개별 기업들의 변화 요인에 시장이 주목할 가능성이 크다”라며 “국내외 주요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본격화되기 때문에 개별 기업의 실적에 따라 변동성이 커지는 종목 장세가 펼쳐질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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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예정된 기업 실적 발표가 본격화됨에 따라 분기 성적표에 따라 개별 종목 또는 업종별 주가가 등락하는 종목 장세가 강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급격한 하락에 대한 기술적인 되돌림이 나올 수 있으나 단기적이라고 판단돼 당분간 보수적인 관점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라며 “전반적으로 부진한 4분기 실적 시즌 중에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하는 종목 중심의 대응을 권고한다”라고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은 “기술적 반등을 넘어서는 추세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언급하며, 여러 불확실한 요소들이 시장의 변동성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지정학적 리스크, 미국의 통화정책 기대감 후퇴, 그리고 4분기 실적 시즌의 불안감을 주요한 우려 요인으로 꼽았다.

증권사 전망도 제각각
지난해 국내 증권사들은 코스피 예상 밴드가 1900~2900선에서 움직일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증권사 중 가장 보수적인 전망치를 내놨던 교보증권은 금리 인하 기대감이 증시에 과하게 반영됐다고 주장했다. 실제 새해 들어 금리 인하 시기가 늦어질 수 있다는 발언이 이어지며 분석이 맞아떨어진 상황이 됐다. 교보증권의 비관론 제시의 또 다른 이유는 실적 부진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LG에너지솔루션 등 주요 상장기업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실제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업황이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지만 지난해 수출이 역성장한 상황에서 주가가 오른 건 올해 좋아질 지점이 이미 지난해 주가에 선반영됐다는 의미”라며 “고평가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NH투자증권은 상저하고 흐름을 전망하며 1분기 낮은 지수에서 시작해 3분기 고점을 형성할 것으로 분석했다. NH투자증권은 금리의 장기 평균에 수렴하는 중금리를 예상하며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한편 한국투자증권은 코스피 변동 폭을 2300~2750으로 상향 조정했다. 반도체와 IT섹터 등에서 이익 개선과 자기자본이익률(ROE) 감소가 예상보다 낮아 반등 가능성을 내다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반도체 산업은 인공지능(AI) 기술의 발달과 수요 회복으로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코스피 상단을 2300~2900으로 제시하며, 고금리 장기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사이클과 국내 수출주들의 실적 호전 사이클로 인해 증시의 우상향 흐름을 예상했다. 하지만, 미국 대선 이후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연초와 연말의 주가 변동성을 높일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하나증권은 올해 증시가 N자 형태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소비 경기 부진으로 인한 1분기 지수 하락 후, 국내 기업 수익성 개선에 따른 상승과 연준의 금리 인하에 따른 총수요 감소 우려가 반영되어 다시 하락할 것으로 보았다. 실제 1월 들어서는 경기 모멘텀 둔화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의 부실이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치면서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또한 높아진 주가와 경기 둔화, 연준 통화정책 전환 불확실성으로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 전망했다.

마지막으로, 한국투자증권은 현재의 시장 상황에서 선택과 집중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특히 IT와 반도체 산업에 대한 투자 비중 확대를 권장했다. 이들 산업은 수출 개선과 이익 상향 조정이 명확하게 나타나고 있어 연초 투자에 적합한 업종으로 꼽히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 실적보다 지정학적 리스크나 금리 이슈 등으로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다양한 분석과 전망이 나오고 있다”라며 “이런 때일수록 기업 실적을 기초로 자신의 투자 전략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조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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