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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전두환과 노태우

국영방송 된 공영방송 KBS에 ‘뭇매’…박장범 “대담 자체로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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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가진 KBS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에서 박장범 KBS 앵커와 대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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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과 이태원 참사 등 핵심 현안에 관한 언급이나 질문 없이 윤석열 대통령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데 그쳤다고 평가받는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를 두고 한국방송(KBS) 안팎에서 ‘방송 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권력 앞에 고개 숙인 공영방송’의 상징으로 남아 있는 ‘전두환-이진희 대담’을 떠올리게 할 만큼 낯 뜨거운 내용이었다는 언론단체 비판도 이어졌다.



8일 한국방송 통합뉴스룸 관계자의 설명을 들으면, 이날 오전 뉴스룸 취재제작회의에는 전날 방송된 윤 대통령 대담에 대한 내부 구성원의 비판이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지회가 소속 기자의 의견을 모은 것으로, 주된 내용은 ‘영부인 고가 백 논란을 다루긴 했으나 좀 더 각을 세웠어야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관련해 가장 궁금한 건 윤 대통령이 사퇴를 요구했는지 여부였는데 이에 대해 묻지 않았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질문이 없었다’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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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희 경향신문·문화방송 사장은 1980년 8월11일 전두환과의 인터뷰를 직접 진행·방송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실제로 대담 진행을 맡은 박장범 한국방송 앵커는 한 비대위원장과 관련해 ‘통화나 문자 이런 걸로 소통은 언제 하셨나’, ‘한동훈 위원장 잘하고 있는 것 같나’ 등 질문만 던졌다. 윤 대통령한테서는 “대통령이나 당 대표 위치에 있는 사람은 결국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해야 되는 입장이기 때문에 사사로운 이런 게 중요하지 않고, 또 그런 걸 앞세워서 어떤 판단을 하고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논란’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채 이를 ‘파우치 논란’ ‘조그마한 백’ 등으로 굳이 에둘러 표현한 한국방송과 박장범 앵커의 태도도 비판 대상이 되고 있다. 박 앵커는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명품 가방 논란을 다루면서 ‘영부인 의전과 경호의 문제’ 등 총 4개의 질문을 던졌는데 정작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영부인의 명품백 수수 사실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은 묻지 않았다. 특히 네번째 질문은 ‘그 이슈로 부부싸움 하셨냐’는 것으로 사안 자체를 희화화하는 내용이었다.



이번 대담이 현안에 대한 윤 대통령의 일방적인 변명이나 부분적 해명을 담아내는 데 그치자, 언론 현업단체는 ‘공영방송 KBS가 국영방송, 땡윤방송으로 전락하는 치욕적 순간’이었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은 이날 낸 성명에서 “7일 밤 공공의 전파를 100분이나 장악한 윤석열 대통령 케이비에스 녹화 대담은 담배를 피우는 전두환 앞에 공영방송 사장이 머리를 조아리던 군사독재 시절 이후 최악의 연극이었다”며 “예고된 참사”였다고 비판했다. 과거 문화방송(MBC)은 신군부 체제였던 1980년 8월11일 이진희 사장이 직접 진행한 ‘전두환 국보위 상임위원장 단독 회견’을 내보냈다. 당시 이 사장은 전두환이 권한 담배를 피우며 “그동안 국보위를 만드시고 노고가 크신 전 장군께서는 새 시대를 영도해야 할 역사적 책무를 좋은 싫든 맡으셔야 할 위치에 있다” 등 찬양 발언을 쏟아내 비판을 받았다.



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도 성명에서 “조율된 질문없이 즉문즉답했다고 선전해놓고 대통령이 답하고 싶은 내용만 답할 수 있도록 무대를 열어준 케이비에스는 이제 국민들에게 국영방송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고 꼬집었다.



한편 박장범 앵커는 김건희 여사 명품백 논란을 ‘파우치 논란’으로 표현한 이유 등과 관련해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여러 평가가 있을 수 있으나, 어제 대담은 대담 그 자체로만 평가받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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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KBS)은 지난 7일 방영된 ‘특별 대담 대통령실을 가다’에서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을 두 차례에 걸쳐 ‘파우치 논란’으로 명명하는 자막을 내보냈다. 한국방송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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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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