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설 명절을 맞아 온 가족이 오랜만에 한데 모입니다. 부모님의 달라진 모습, 무심코 지나쳤지만 알고 보면 심각한 질환의 전조 증상인 경우가 있습니다. 설을 계기로 부모님의 건강 상태를 꼼꼼히 챙겨봅시다. 의학적인 지식이 없어도 괜찮습니다.
중앙일보가 서울아산병원의 주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명절 부모님 건강, 이것만은 꼭 챙기세요’ 체크리스트 4가지를 정리했습니다. 두 번째는 서울아산병원 비뇨의학과 박주현 교수가 전하는 배뇨장애입니다.
부산에 거주하는 80대 A씨는 야간뇨 때문에 밤에 잠을 못 이룬지 몇 년이 됐다. 잠을 충분히 깊게 못 자다 보니 온종일 예민하고 우울해 한다. 소변을 봐도 시원한 느낌이 없고 잔뇨감이 남아있어 전립선 비대증을 의심해 비뇨의학과를 찾았다. A씨는 약간의 전립선 비대증이 있었지만 야간뇨의 주요 원인은 전립선이 아닌 신장 문제 때문으로 나타났다. 낮에 신장이 기능을 못 해 소변을 만드는 데 오래 걸리고, 누우면 신장으로 흐르는 혈액의 양이 많아져 소변량이 늘어나는 것이었다. A씨는 만성신부전 4기로 이미 소변으로 배출되지 못한 노폐물이 몸 안에 많이 쌓여 투석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는 소견을 받았다.
━
생활습관만 고쳐도 야간뇨 줄여
■ 야간뇨 줄이는 다섯가지
1. 물은 하루 1리터면 충분하다
2. 식사 때엔 숟가락 대신 젓가락만 사용해본다
3. 저녁식사 이후엔 과일은 최소로
4. 저녁 약복용이 필요하다면 식사 후 30분 내로 끝내고 잠들기 전 수분제한 2시간 유지
5. 자기 전 휴대전화 보지 말고 가습기로 습도조절
꽤 많은 사람이 밤중에 적게는 한두 번, 많게는 대여섯 번까지도 화장실을 가느라 자꾸 잠에서 깬다. 특히 연령대가 높은 경우 야간뇨를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수면 중간에 잠에서 깨게 되면 깊은 잠자리에 들지 못하고 생체리듬에 악영향을 받는다. 야간뇨가 질병인지 증상인지 문의하는 경우가 많은데, 야간뇨는 밤에 소변을 자주 보는 ‘증상’이다. 야간뇨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질환으로 인한 야간뇨도 있지만, 대부분은 잘못된 수분섭취와 수분습관이 원인이 경우가 많다.
정상 전립선과 비대된 전립선. 사진 서울아산병원 |
밤마다 수차례 화장실에 가면서도 시원하게 소변보기가 어렵다면, 먼저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노력을 해볼 수가 있다. 대부분은 생활습관 개선만으로 5~6번씩 가던 야간뇨를 1~2번으로 크게 줄일 수 있다.
여러 매체에서 하루 2ℓ 물을 마시는 게 건강상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 많은 사람이 2ℓ 물을 마시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야간뇨로 고생한다면 물의 양을 채우기 위해 노력할 것이 아니라 ‘물 마시는 시간’을 바꾸는 게 좋다. 아침 식사 후 점심 전까지 500cc의 물을 챙겨 먹고, 점심때부터 저녁 식사 전까지 500cc의 물을 따로 챙겨 먹는다. 다만 저녁 식사가 끝나고 나면 약 먹을 때 한 모금 마시는 걸 제외하곤 가급적 수분섭취를 제한하길 권한다. 특히 마지막으로 물을 마신 후 2~3시간은 수분섭취를 제한하는 게 좋다.
신장의 구조와 신부전. 사진 서울아산병원 |
또한 저녁 식사 때엔 숟가락 대신 젓가락만 사용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국물은 염분이 높아 단순히 물을 마신 것보다 더 많은 양의 소변이 만들어지게 되고, 야간뇨로 이어진다. 국이나 찌개를 먹고 싶다면 젓가락을 이용해 건더기만 먹는 게 좋다. 식후 과일에도 많은 당분과 수분이 있으니 과일은 낮에 먹도록 한다.
저녁 식사 후 약 복용이 필요하면 식후 30분 내, 가능한 적은 양의 물과 함께 먹는 것이 좋고 그 이후에는 적어도 2시간 수분섭취를 하지 않고 있다가 잠들기 전에 마지막으로 화장실을 다녀오는 것이 밤에 만들어지는 소변의 양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수면 중 뇌가 활성화되어있으면 우리 몸은 낮처럼 소변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특히 잠들기 전 스마트폰을 보면 뇌가 활성화돼 깊은 잠에 빠지기가 어렵다. 자기 전엔 휴대전화 사용을 최소로 하고, 수면무호흡증의 경우에도 입이 건조하고 목이 말라 잠에서 깨 물을 찾는 경우가 있으니 가습기로 습도조절을 하면 숙면에 도움이 된다.
부종 관련 이미지. 사진 서울아산병원 |
━
고혈압·당뇨·빈혈 동반된 야간뇨 위험
생활습관을 바꿔도 야간뇨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질환에 의한 야간뇨일 수 있어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하다. 야간뇨를 일으킬 수 있는 질환으로는 전립선비대증이나 과민성 방광 같은 비뇨의학적 문제도 있을 수 있고, 당뇨병이 있거나 노화 및 신장 질환에 따른 항이뇨호르몬의 감소가 원인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소변량이 갑자기 늘어났거나 소변에 거품이 많이 생긴 야간뇨라면 만성신부전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정상 신장기능을 가진 경우 ‘항이뇨호르몬’이 분비돼 밤에 소변량이 적어지지만, 만성신부전 환자는 항이뇨호르몬이 신장에 작용하지 못해 밤에 소변량을 줄이지 못하고 요의를 느껴 잠에서 깨는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야간뇨 관련 이미지. 사진 서울아산병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만성 신부전은 노폐물을 제거하는 신기능이 감소해 정상으로 회복될 수 없는 단계의 질환을 의미한다. 즉 신장이 제 기능을 유지하지 못하는 상태다. 남아 있는 신장 기능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저하되어 결국은 투석이나 신장이식 같은 대체 요법이 필요한 말기 신 질환으로 진행될 수 있어 늦지 않게 진단받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성신부전은 성인의 10% 정도이며, 전체 만성신부전증 환자 중 70대 남성이 약 30%를 차지해 가장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만성신부전의 주요 원인으로는 당뇨병이 50%로 가장 많다. 특히 당뇨병 환자의 20~40%가 20년 이내에 당뇨병합병증으로 인한 당뇨병성 신장병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혈압도 관련성이 높다. 만성신부전 환자의 90%가 고혈압을 동반할 만큼 고혈압과 신장 기능의 연관성이 짙다. 만성신부전이 있는 경우 빈혈이나 신체가 자주 붓는 부종이 흔하게 관찰되므로 당뇨병, 고혈압, 빈혈, 부종 있으면서 야간뇨 증상이 함께 관찰된다면 특히 신장 기능 검사를 필수적으로 해봐야 한다.
또한 방광 아래 위치한 전립선이 노화 등의 이유로 인해 비대해지는 전립선비대증도 배뇨를 어렵게 하고 야간뇨 증상을 야기하는 주요 질환이다. 전립선비대증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배뇨장애가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배뇨에 불편감을 느낀다면 방광 기능 저하, 신장기능 저하, 감염이나 방광결석 등 여러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박주현 서울아산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사진 서울아산병원 |
전립선비대증의 경우 약물치료를 충분한 기간 동안 시행해볼 수 있고, 결석이 생기는 경우나 약물치료에 반응이 없고 반복적인 감염이 생긴다면 요도를 통해 내시경을 삽입하는 경요도 전립선 절제술이나 레이저를 이용한 적출술을 시행해 치료할 수 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