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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이슈 총선 이모저모

공멸 위기에 4개 세력 합당…무당층 얼마나 파고들지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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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맨 오른쪽)가 지난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1차 개혁신당 임시 지도부 회의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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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등 여야에서 탈당한 4개 세력이 진통 끝에 ‘개혁신당’이라는 빅텐트 아래 총선을 치르기로 합의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정의당까지 보수·진보 정당 출신을 아우른 이들이 한지붕 아래 모인, 초유의 제3신당이 탄생한 것이다. ‘정권 심판론이냐, 거야 견제론이냐’를 두고 양강 구도로 치러질 것으로 전망됐던 4·10 총선판이 3자 구도로 재편된 모양새다. 개혁신당은 13일 이낙연·이준석 공동대표 주재로 첫 최고위원회의를 연다고 12일 밝혔다. 개혁신당은 이 전 총리의 새로운미래와 이 대표의 개혁신당, 이원욱·조응천 의원의 원칙과상식, 금태섭·류호정 전 의원의 새로운선택 등 제3지대 4개 세력이 꾸린 통합 신당으로, 설 연휴 직전인 지난 9일 합당을 선언했다. 당명 문제 등을 두고 두 공동대표 사이에 막판 줄다리기가 있었지만 이준석 대표 쪽이 사용해온 ‘개혁신당’을 최종 당명으로 결정하며 전격적인 합당에 이르렀다. 이들은 이번주 중에 통합합당대회를 열 예정이다.



이번 통합 선언은 관계자들조차 “도둑처럼 왔다”고 말할 정도로 ‘깜짝 발표’에 가까웠다. 이준석 대표가 이낙연 대표와 거리를 두는 듯하며 ‘설 전 통합은 물 건너갔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거듭했을 뿐 아니라, 지난 4일엔 미래대연합(원칙과상식)의 이원욱·조응천 의원이 새로운미래와 합당 행사 도중 불참을 선언하는 등 통합의 방향과 주도권을 두고 잡음이 많았던 까닭이다.



전격 합의에 이른 배경엔 ‘위기감’이 크게 작동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준석 대표와 가까운 인사는 “이대로라면 제3세력이라고 하는 모든 신당들이 함께 침몰할 수 있겠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했었다”고 전했다. 제3지대의 또 다른 인사도 “지지율은 부진하고 유권자의 관심은 뚝뚝 떨어지는 상황이다 보니 작은 차이는 넘어서야 한다는 생각들을 뼈저리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전국 만 18살 이상 1천명을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낙연 신당’과 ‘개혁신당’은 각각 3%의 정당 지지도를 기록했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은 ±3.1%포인트다.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이번주부터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본격적인 공천 면접과 경선 일정 등에 접어드는 만큼, 통합이 늦어질수록 두 당의 공천심사에서 삐끗한 지역구 출마자들을 ‘추수’하기 더 어려워진다는 판단도 작용한 걸로 보인다.



통합엔 이르렀지만, 총선에서 개혁신당의 파괴력이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아직 ‘낙준(이낙연-이준석) 연대’의 시너지 효과가 반영된 개혁신당 지지도 조사 결과는 발표된 적이 없다. 다만, 앞의 갤럽 조사에서 21%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된 무당층, 즉 거대 양당에 등을 돌린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가 개혁신당의 향배를 점칠 일차적인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 성향 유권자 일부도 마음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문화방송 라디오에서 “여당이나 대통령을 지지하는 30%에서 움직이는 것보다, 반대하는 60%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훨씬 높기 때문에, 야권으로선 제3정당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이렇다 할 지역 기반이 없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개혁신당은 무당층 비율이 높은 수도권 젊은층 소구와 함께, 영·호남 정면돌파 전략을 쓸 가능성이 크다. 지도부 중에선 금태섭 전 의원이 정치 1번지인 서울 종로에 출마를 선언했고 이원욱(경기 화성을)·조응천(경기 남양주) 의원 등이 지역구 수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대표도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출마와 관련해 “5~6군데로 추려서 보고 있다. 수도권에 (출마할 가능성이) 우선 많고, 대구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질적인 정치 세력들이 모인 만큼 ‘갈등 관리’는 시너지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이준석 대표의 일부 지지자들은 류호정 전 정의당 의원과의 통합을 비판하며 탈당하기도 했다. 이 대표가 앞서 선제적으로 내놓은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폐지, 여성 공무원 지원자 병역 의무화 같은 공약도 당내 합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지도부와 주요 당직자 구성에 있어, 이준석 대표 쪽이 ‘민주당 출신’에 흡수되는 모양새를 기존 개혁신당 지지자들이 꺼린다는 점도 넘어야 할 과제다.



20대 총선 직전인 2016년 호남을 전진기지 삼아 창당한 국민의당이 지역구 25석, 비례대표 13석 등 38석을 확보하며 일으킨 돌풍 수준에는 미치기 어려울 거란 관측도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통합의 파괴력은 각 세력이 흩어져 있을 때보다야 커지겠지만 무당파 유권자들을 대거 흡수하길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선거 전에 당리당략적으로 급조한 것으로 보여 지속가능한 미래 대안으로 꼽히기 어려울 걸로 본다”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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