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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이 경험 많을수록 난임 위험 4배 더 높아…“치료부담 줄이는 정책 마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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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열 일산백병원 교수팀
20~45세 여성 2274명 분석
인공유산 경험많을수록
난임 위험 4.1배 높아져


매일경제

한 여성이 임신 테스터기를 쥐고 있다. 이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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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을 준비하는 우리나라 여성들의 20%가량이 난임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일산백병원에 따르면 한정열 산부인과 교수팀은 2019년 5월부터 11일까지 서울시가 주관하는 임신 준비 지원 사업에 참여한 20~45세 여성 2274명을 분석했다. 그 결과 443명(19.48%)이 난임 경험이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세부적으로는 320명(72.2%)이 일차성 난임, 123명(27.8%)이 이차성 난임으로 파악됐다. 원발성 난임으로도 불리는 일차성 난임은 정상적인 성생활에도 임신을 한번도 하지 못한 것을 말한다. 속발성 난임의 일종인 이차성 난임은 한번 이상 임신에 성공했으나 인공유산, 자연유산 등을 경험한 경우를 가리킨다.

난임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인공유산 경험이 꼽힌다. 한 교수팀에 따르면 인공유산 경험이 있는 여성이 인공유산 경험이 없는 여성보다 난임 위험이 4.1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나이와 체질량지수(BMI)도 난임을 일으키는 것으로 파악됐다. 체질량 지수가 23kg/m² 이상인 과체중 여성은 23kg/m² 이하인 여성보다 난임 위험도가 1.56배 높았다. 나이가 35세 이상인 경우엔 35세 미만보다 난임 위험이 1.08배 더 높았다. 폭식증, 불면증 등도 난임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 교수팀이 조사 대상을 난임 그룹과 비난임 그룹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난임 그룹의 인공유산 비율(7.7%)이 비난임그룹(1.8%)보다 5.9%포인트 높았다. 자연유산 역시 난임 그룹(7.4%)이 비난임 그룹(4.3%)보다 3.1%포인트 높았다.

한 교수는 “유산 경험이 있는 여성일수록 난임 위험도가 높은 것은 유산으로 인해 자궁 내막이 손상을 입어 얇아지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며 “골반의 염증성 질환, 감염, 자궁 유착 등 신체적인 요인과 심리적인 요인이 함께 작용하는 것도 이들의 난임 위험성을 높이는 원인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여성들이 임신 준비 과정에서 고민거리로 꼽은 것은 기형·장애가 24.9%로 가장 많았다. 난임(20.9%), 부부 건강 및 질병(18.8%), 고령화(16.9%), 스트레스(7.6%), 육아(5.5%)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난임 그룹의 평균 나이는 33.2세로 비난임 그룹(31.9세)보다 1.3세 더 높았다. 연령이 증가할수록 난임률도 올라갔다. 30세 미만 난임률은 14.2%, 30~34세는 17.4%, 35~39세는 28.8%, 40세 이상은 37.9%로 집계됐다. 체질량 지수의 경우 난임 그룹이 21.5kg/m²로 비난임 그룹(20.9kg/m²)보다 높았다.

한 교수는 “나이와 과체중도 중요한 난임 원인”이라며 “나이가 많을수록 난자의 근원이 되는 난모세포 수가 감소하고 난자의 질도 떨어져 유산율과 염색체 이상 비율이 올라간다”고 말했다. 이어 “과체중도 호르몬 불균형을 일으켜 배란 장애나 난모 세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여성 난임 환자 수는 2017년 14만6235명에서 2021년 16만2938명으로 11.4%가량 늘었다. 환자 수는 증가하는 데 반해 난임 치료율은 20%에 불과한 상황이다. 한 교수는 “난임은 개인의 건강 문제를 넘어서서 가족, 사회, 인구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문제”라며 “난임 부부를 위한 심리적 지원과 난임 치료비용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캐나다에서 발행하는 SCI급 국제학술지인 CEOG(Clinical and Experimental Obstetrics and Gynecology) 최근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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