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심판 위해 야권 연합 필요", "거대 양당 타파 취지에 어긋나"
녹색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 사퇴 |
(서울=연합뉴스) 한혜원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비례 위성정당의 참여 여부를 놓고 녹색정의당 내부에서 찬반 갈등이 불거지면서 14일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가 전격 사퇴했다.
배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진보 진영 비례연합정당(위성정당) 합류 필요성을 주장하며 당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그는 "당 대표단의 일원으로서 현 상황에 대한 한계와 책임을 통감한다"며 "오늘 아침 의원총회에서 당 원내대표직을 사임했다"고 말했다.
배 의원은 비례연합정당 합류 논의와 관련, "녹색당 지도부와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책임 있는 논의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며 "더 이상 강력한 연합정치 추진도 원내대표직 수행도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사퇴 이유를 설명했다.
녹색정의당은 4·10 총선을 앞두고 정의당과 녹색당이 손을 잡은 선거연합 정당이다. 민주당은 전날 녹색정의당에 이번 주말까지를 답변 시한으로 제시하며 비례연합정당 동참을 촉구했다.
하지만, 녹색당 출신 인사들과 정의당 내 일부 의원들이 민주당 주도의 연합비례정당 참여를 강력히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당은 지난 21대 총선에서도 민주당 주도 비례연합정당에 합류하지 않았다.
배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설 연휴 전부터 녹색당 측과 논의했지만 반대 의견이 너무 강력해 논의를 진척시킬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정의당 측에도 반대하는 의원들이 있어 더는 추진이 어렵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총선은 윤석열 대통령의 반헌법적·반민주적 폭주를 심판하는 절체절명의 선거"라며 "나는 이번 총선에서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를 확고하게 세우는 연대, 야권의 강력한 연합정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녹색당 지도부와 일부 정의당 의원은 비례연합정당 합류를 완강히 반대한다고 밝히면서도 논의가 완전히 결론 나지 않은 상황에서 배 의원이 당직 사퇴를 발표한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녹색정의당은 15일 상무위원회를 열고 비례연합정당 합류 여부를 지도부가 결정할지, 전국위원회 투표에 부칠지 정한다는 계획이다.
녹색당 김찬휘 대표는 통화에서 "거대 양당 타파와 기후 정치 세력화를 기조로 모인 녹색정의당이 위성정당 참여 여부를 재론하는 것 자체가 발족 취지에 어긋난다"며 "하지만 내일 상무위에서 전국위 의견 수렴을 할지 논의할 계획이었는데, 배 의원이 돌발적으로 사퇴를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도 통화에서 "다당제 정치 개혁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풍찬노숙하면서 20년 진보 정치를 지켜왔는데, 그렇게 만든 소수정당의 경쟁 공간조차도 양당이 밀고 들어오겠다는 게 아닌가"라며 "어떻게 그것에 함께 참여하고 심지어 합리화할 수 있겠나"라고 위성정당 참여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다만, 다른 정의당 의원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얘기한 것처럼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을 찾아야 하기에 고민 중"이라고 유보적으로 답했다.
hye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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