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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이슈 주목 받는 아세안

지지율 1위 프라보워 당선땐 … '조코노믹스 3.0' 시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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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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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를 기준으로 '세계 3위 민주주의 국가'로 불리는 인도네시아 대선이 14일(현지시간) 치러졌다. 이날 오후 개표가 시작되면서 개표 초반 프라보워 수비안토 후보가 크게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기관 인디케이터 폴리틱은 인도네시아 서부시간 오후 3시 기준 23.3%가 진행된 표본 개표 결과 프라보워가 59.77%의 득표율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아니스 바스웨단 후보는 23.51%, 간자르 프라노워 후보는 16.72%를 기록했다. 표본 개표 결과는 이날 자정께 발표될 예정이다.

이번 대선은 10년 만에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최대 경제대국의 대통령이 바뀐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프라보워 현 국방장관, 아니스 전 자카르타 주지사, 간자르 전 중부 자바 주지사 등 3명이 맞붙은 가운데 조코 위도도 현 정권의 노선 승계 여부와 경제정책이 당락을 가를 주요 쟁점으로 지목된다. 자카르타포스트 등 현지 언론은 이번 선거 결과가 사실상 조코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적 성격이 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인도네시아에서도 인플레이션과 통화가치 하락에 따른 고물가로 고통을 호소하는 국민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세 후보가 제시하는 경제 부문 공약인 산업 고도화, 재생에너지 전환, 인프라스트럭처 개발 등은 현 조코위 정부의 노선과 유사하다. 다만 세부 이슈에 대한 입장과 강조 정책에서 일부 차이가 있다. 일단 조코위 대통령이 공개 지지를 선언한 바 있는 프라보워 후보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모두 그대로 이어 나갈 것을 공약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의 승리 시 사실상 조코위 2기의 연장선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코위 정부는 임기 내내 자원 무기화를 도모해왔다. 전기차에 필수인 니켈 등 핵심 광물 수출을 제한하고, 전기차·배터리 공장 유치를 추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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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보워 후보도 자원 수출을 제한해 가공무역을 육성하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니켈 공급 과잉을 방지하기 위해 '신규 니켈 제련소 허가 제한'이라는 공약을 내걸었다. 조코위 정부의 자원민족주의 노선을 계승해 자원 무기화를 가속화하겠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간자르 후보도 원자재 수출 제한과 원자재 가공·정제를 통해 최종 제품을 생산하는 하방 산업 육성 정책 등 유사한 방향의 내용을 공약하고 있는데, 차이점이라면 중소기업 육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간자르가 당선되면 프라보워와 마찬가지로 현 정부와 유사한 경제정책 추진과 더불어 자국 중소기업 육성이 강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올해 들어 지지율 2위로 올라선 아니스 후보는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인센티브 부과' 등을 공약으로 삼고 있지만 경제 다방면에서 '평등'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그가 당선되면 더 강력한 친서민정책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다른 두 후보는 조코위 정부의 핵심 정책인 수도 이전을 그대로 이어 나가겠다는 방침인데, 아니스는 수도 이전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아니스가 당선되면 신수도 건설 계획이 수정될 가능성이 높아 인도네시아의 신수도 건설 관련 사업을 논의 중인 한국 기업들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외정책에 있어서는 세 후보가 기본적으로 인도네시아 특유의 중립적 비동맹 기조를 언급한다. 프라보워 후보는 지난달 TV토론회에서 "국제 무대에서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자세를 취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간자르 후보 역시 조코위 정부처럼 "자유롭고 적극적인 중립외교 원칙을 유지하겠다"고 언급했다. 다만 아니스 후보는 '가치 중심 외교'를 내세우며 현 정부 외교정책과 일부 차별화를 도모하고 있다. 아니스 후보는 최근 외신과 인터뷰하면서 "거래적 접근을 넘어 가치 중심 외교정책을 추진해야 신뢰할 만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며 "한 나라가 다른 나라를 침략하는 것은 기본 가치에 어긋나며 우리는 이에 대해 항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아니스가 당선됐을 때 인도네시아 외교정책이 서방 쪽으로 더 기울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선거의 또 다른 중요 관전 포인트는 지난해 10월 이후 줄곧 지지율 선두를 달려온 프라보워 후보가 과연 1차 선거에서 승부를 결정지을 것이냐다. 조코위 대통령의 장남인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 솔로 시장을 러닝 메이트로 내세워 선거 막판까지 지지율 50%를 넘어 다른 후보들을 30%포인트가량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에 3번째 도전하는 프라보워는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다른 후보들을 압도하는 지지율로 1차전에서 승리를 확정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번 선거에서 전체 투표수의 과반과 절반 이상의 주(州)에서 20% 이상 득표에 실패하면 6월 26일에 2위 후보와의 결선투표에 돌입한다.

이날 공식선거 결과는 한 달 넘게 개표가 진행된 뒤 오는 3월 20일에 발표되고, 헌법재판소 판단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신임 대통령은 오는 10월 20일 취임할 예정이다.

한편 2억500만명에 달하는 유권자가 참여하는 이번 인도네시아 선거는 사전투표 없이 단 하루 만에 직접 선거를 진행해 '세계 최대의 1일 선거'로 꼽히고 있다. 이날 오전 7시부터 오후 1시까지 인도네시아 전국 82만여 개 투표소에서 진행된 이번 선거에서는 차기 대통령과 부통령, 상·하원 의원, 지방의회 의원 등 2만명이 넘는 선출직에 대한 투표가 진행됐다. 전체 출마 후보는 26만명이며 투표관리원 수만 570만명에 달했다.

[신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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