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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이슈 증시와 세계경제

[신문과 놀자!/함께 떠나요! 세계지리 여행]미국 증시 150배 오를 때 한국은 25배 상승… 지리적 영향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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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년전 개장 美 증권거래소 ‘나스닥’

아시아-유럽 연결된 지리적 이점과

첨단 기술 산업 기반으로 지속 성장

한국 주식 시장은 안보 관련 이슈 등… 지정학적 위험으로 실제보다 저평가

동아일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관계자가 모니터에 뜬 증시 상황을 살피는 모습. 미국은 지리적, 안보적 이점에 힘입어 세계의 투자가 모이며 증시도 빠르게 성장했다. 뉴욕=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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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8일은 주식 시장에서 의미 있는 날이었습니다. 53년 전인 1971년 2월 8일 미국의 대표적 증권거래소 나스닥(NASDAQ)이 개장했습니다. 나스닥은 뉴욕증권거래소와 함께 미국 주식 시장을 대표하는 거래소입니다. 나스닥에서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테슬라 등 첨단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들이 거래되고 있습니다. 주식 거래소에선 다양한 경제 현상이 반영돼 주식 가격이 오르내리고 주식 투자를 통해 자산을 증식시키고자 하는 수많은 투자자가 주식을 거래합니다. 그런데 이런 주식 시장 거래에는 지리적 요소도 영향을 미칩니다. 오늘의 세계지리 이야기는 주식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지리적 요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 성장률 높은 미국 주식 시장

나스닥 시장이 처음 개장했을 당시 상장 주식 가격은 100포인트로 설정됐습니다. 그런데 2024년 2월 현재 주가지수는 1만5000포인트가 넘습니다. 산술적으로 보면 150배 이상 상승한 것입니다. 1971년 나스닥 지수에 1000만 원을 투자했다면 지금은 15억 원이 돼 있다는 뜻입니다. 미국 주식이 지난 50년 동안 이토록 강력히 성장해 온 것은 미국의 지정학적 힘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세계를 주도해 온 대서양과 태평양 국가들 가운데서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아시아와 유럽 누구와도 연결된다는 지리적 강점을 바탕으로 아시아, 유럽 두 대륙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겁니다. 또 미국 화폐인 달러는 세계에서 통용되는 기축통화입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산업은 눈부시게 성장했고 최근에는 정보기술(IT), 바이오, 반도체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도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세계의 돈이 미국 시장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미국의 주식 시장은 지정학적 강점에 선도적인 산업 경쟁력과 미래 가치까지 더하며 끊임없이 성장 중인 것입니다.

● 과거의 영광, 거품 꺼진 일본

일본의 주가지수를 대표하는 것이 닛케이225 지수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일본경제신문)에서 산출했다는 이유로 ‘니혼게이자이’의 줄임말인 ‘닛케이’라고 불립니다. 닛케이225 지수는 2024년 2월 현재 3만7000엔 정도입니다. 놀라운 건 34년 전인 1989년 12월 최고점이 3만8915엔이었다는 겁니다. 이는 일본 경제가 지난 30여 년간 크게 성장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1990년대 버블이 붕괴되면서 일본 경제는 대폭 축소됐다가 재성장하면서 지금의 상태가 됐습니다. 일본의 경제도 지정학적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미국의 영향력 아래서 성장했습니다. 1980년대 국제 무역에서 일본이 이익을 보고 반대로 미국이 손해를 보게 되자 미국이 영향력을 행사해 일본의 화폐 가치를 크게 인상시켰습니다.

지정학적으로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미국의 영향력 아래 있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일본은 미국의 압박에 굴복했고 이는 국제 시장에서 일본 제품 가격을 상승시켜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를 만회하고자 일본 정부는 금리를 인하해 국내 시장에 돈을 풀었는데 이 돈이 주식 시장과 부동산에 몰리며 일본 경제에 엄청난 거품이 끼게 됩니다. 실제 가치보다 더 크게 부풀려진 주식과 부동산이 1990년을 기점으로 가라앉으면서 일본은 소위 ‘잃어버린 30년’을 맞이하게 된 것입니다.

● 외국인 투자 받아들인 중국 주식 시장

중국은 모두가 알다시피 공산주의 계획경제 국가입니다. 다만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에 따라 자본주의적 요소들이 많이 도입되었습니다. 그럼에도 기업의 주식 보유 문제에는 여전히 보수적인 편입니다. 미국을 필두로 한 외국 자본이 중국 기업들을 소유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에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중국 각 기업이 주식을 발행할 때도 내국인이 보유할 수 있는 A주식과 외국인이 보유할 수 있는 B주식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주식을 구분하다 보면 아무래도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가 소극적으로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주식 시장에 대한 투자는 유도하되 외국인의 직접 소유는 통제할 방법을 고안했는데 그것이 후강통과 선강통입니다. 두 단어에는 모두 ‘강(港·항)’이라는 한자가 들어갑니다. ‘강’은 중국의 경제 개방 특구인 홍콩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후(滬·호)’는 상하이의 주식 거래소를 뜻하고 ‘선(深·심)’은 선전의 주식 거래소를 뜻합니다. 즉 후강통은 홍콩 거래소를 통해 상하이 거래소 주식에 외국인이 투자할 수 있게 하는 제도이고, 선강통은 마찬가지 방식으로 선전 거래소 주식에 외국인이 투자할 수 있게 하는 제도입니다. 이들 제도를 통해 중국은 외국인의 투자를 유도하면서도 외국 자본의 중국 내 영향력 행사는 통제하고 있습니다.

● 한국 주식 시장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동아일보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는 모습. 한국은 남북 분단 상황 등이 증시 성장에 제약으로 작용하면서 일명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말이 나왔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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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국가든 지정학적 위험은 주식 시장에 악재로 작용하게 됩니다. 우리나라 역시 원칙적으로는 휴전 상태이기에 외국인투자가에게 전쟁이 다시 발생할 위험이 남아 있는 지역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주식 시장에 투자하는 것을 꺼리게 하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합니다. 그 밖에도 대주주의 지배 구조 등 다양한 요인으로 우리나라 주식 가치가 실제 가치보다 낮게 평가되는 현상을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할인) 현상이라고 합니다. 주가를 봐도 미국 나스닥이 지난 50여 년간 150배 오른 것에 비해 우리 종합 주가 지수인 코스피는 지난 40여 년간 25배밖에 오르지 않았습니다. 언젠가 한반도에 분단 상황이 해소되고 평화가 찾아온다면 지정학적 위험이 감소하면서 주식 가치 또한 크게 높아질 수 있습니다. 지정학적 평화의 가치가 경제적 실리로도 연결되는 것입니다.

안민호 마포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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