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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잦은 영업에 심장병” 지점장 유족이 산재 소송 패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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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음주‧흡연 습관 등이 위험 요인 될 수 있어”

조선일보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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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성 심장질환으로 사망한 50대 금융기관 직원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산업재해를 인정해달라며 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유족은 잦은 영업과 과로로 심장병이 생겼을 수 있다고 했지만, 법원은 망인의 근로 환경과 업무 시간, 흡연 이력 등을 근거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재판장 이정희)는 작년 11월 지방의 한 금융협동조합 지점장으로 근무하던 A(50)씨 배우자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2019년 4월 주거지에서 건강 이상을 느껴 병원으로 이송된 후 입원 치료를 받다가 같은 해 5월 심장병의 일환인 감염성 심내막염으로 숨졌다. 배우자는 “A씨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며 유족 급여 등을 청구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이를 거부했다. A씨 유족이 이에 불복해 소송으로 이어졌다.

유족 측은 “A씨가 외부 영업 활동이 잦아 병에 걸렸을 수 있다”며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가 면역력 저하를 일으켰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실제로 농‧축산업 사업자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기 위해 비위생적인 곳에 종종 출장을 갔다고 한다.

그러나 1심 법원은 감정의의 소견 등을 토대로 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감염성 심내막염은 연간 10만 명당 3~14명 정도 발생할 정도로 흔하지 않은 질환”이라며 “주로 피부 상재균에 의해 발병하기 때문에 원고의 주장같이 단순히 비위생적인 사업장을 방문한다고 해 감염 가능성이 커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A씨가 겪은 과로와 스트레스도 일반적인 수준을 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공단이 조사한 A씨의 사망 전 노동시간은 주당 51시간 전후”라며 “A씨의 업무가 동종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의 통상적인 업무 내용과 비교해 정신적 긴장을 더 수반하는 업무라고 인정하기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 “A씨의 과거 진료 기록 등을 보면, 망인은 적어도 30년간 하루 평균 15개비의 담배를 피우고, 일주일에 3회 이상의 음주를 하는 습관이 있었다”며 “과도한 음주가 심내막염의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감정의의 의견은 신빙성이 있다”고 밝혔다.

A씨 배우자는 1심 판결에 항소했고, 2심은 서울고법에서 진행 중이다.

[방극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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