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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인니 차기 대통령 군국주의 리더십… KF-21 분담금 협상 공전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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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 전문가 야누아르 누그로호 화상 인터뷰
"시민 민주주의, 외국인 투자 축소 등 불가피"
한국과 KF-21 분담금 협상해도 공전 가능성
한국일보

인도네시아 차기 대통령이 확실시되는 프라보워 수비안토 국방장관이 20일 자카르타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자카르타=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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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실시된 인도네시아 대통령 선거 이후 현지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실상 대권을 거머쥔 프라보워 수비안토(72) 현 국방장관의 인권 탄압 과거와 부정선거 의혹을 둘러싸고 시민사회와 정치권의 반발이 거세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역시 첫 단추부터 논란을 불러온 동남아 최대 인구·경제 대국 인도네시아의 차기 지도자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동남아 싱크탱크 ISEAS-유소프 이샥 연구소 야누아르 누그로호 선임연구원은 20일 한국일보 화상 인터뷰에서 “프라보워는 군국주의적 리더십을 지닌 인물”이라며 “시민의 자유가 위축되고 외국인 투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야누아르 연구원은 인도네시아 공공정책 전문가다. 2015~2019년 조코 위도도 대통령 1기 내각에서 대통령 비서실 부실장을 지냈다.

“반대파 군부 조사받는다” 악성 소문까지


야누아르 연구원에 따르면 대선 열기가 식기도 전에 예비 당선인을 둘러싼 혼란이 잇따르고 있다. 선거 불복이 대표적이다. 패배가 사실상 확정된 아니스 바스웨단 전 자카르타 주지사와 간자르 프라노워 전 중앙자바 주지사는 20일 “대규모 선거법 위반이 있었다”며 의회와 헌법재판소에 조사를 요청했다.

프라보워 진영이 △유권자 회유 △국가기관 동원 △국가 자원 유용 등 부정을 저질렀다는 게 두 후보의 주장이다. 한때 프라보워 대항마였던 이들은 선거 당일 개표 결과가 나오기 시작할 때도 의심스러운 행위가 있었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추가 문제 제기를 예고했다.
한국일보

동남아시아 싱크탱크 ISEAS-유소프 이샥 연구소 야누아르 누그로호 선임연구원이 20일 한국일보와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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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누아르 연구원은 두 후보의 문제 제기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그는 “헌재에서 부정선거를 입증하려면 선거법 위반 행위가 구조적이고 조직적이며 대규모로 이뤄졌다는 점을 증명해야 하는데 이는 매우 긴 과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프라보워호(號)가 조코위 행정부와 달리 군부 중심의 강한 리더십을 보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프라보워가 인도네시아를 30년 넘게 통치한 독재자 수하르토 아래서 민주주의 활동가를 잔혹하게 탄압했던 과거가 있는 데다, 선거 과정에서 ‘강한 정부’ ‘국가 통제’ ‘국가 이익 중시’ 등을 줄곧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야누아르 연구원은 “(항간에선) 선거 과정에서 프라보워를 비판하거나 반대했던 사람들이 사받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며 취임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부정적 소문이 나오는 것은 그가 보여온 권위주의적 성향 때문으로, 앞으로 인도네시아의 민주주의가 더 위축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우려했다. 또 프라보워의 보호주의적 경제관과 정치적 불안·불신이 해외 투자자 유입을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MEF 핵심 과제, 분담금 문제 이어질 듯”


한국과의 불편한 관계도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2015년부터 사업비 8조8,000억 원을 들여 4, 5세대급 전투기를 개발하는 KF-21 사업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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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지상테스트 중인 차세대 한국형 전투기 KF-21 1호기. 사천=국방부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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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는 개발비의 20% 수준인 1조7,000억 원(이후 1조6,245억 원으로 감액)을 부담하는 대신 시제기 1대와 각종 기술자료를 이전받기로 했는데 프라보워 후보가 2019년 국방장관에 오른 뒤 돌연 분담금 지급이 중단됐다. 현재 연체 금액은 약 9,900억 원이다. 비슷한 시기 인도네시아 국방부는 프랑스로부터 라팔 전투기 42대를 구매하기로 했다.

야누아르 연구원은 “한국 정부에는 유감이지만 한국의 고민(인도네시아의 분담금 미납) 지점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프라보워가 ‘최소필수전력(MEF·Minimum Essential Force)’의 빠른 달성을 주요 과제로 여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MEF는 주변국의 위협에 대응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현대식 전력을 확보한다는 인도네시아 국방 현대화 계획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를 올해까지 100% 달성하겠다고 했는데, 현재 목표치에 크게 미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외교전문지 더디플로맷은 “예산 부족과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2024년까지 MEF 달성률이 70%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결국 빠른 전력화를 꾀하는 프라보워가 ‘넉넉하지 않은 국방 예산’과 ‘빠듯한 시간’이라는 상황 속에서 언제 손에 쥘지 모르는 새 전투기 투자보다 단기에 인도받을 수 있는 중고 전투기 수입에 우선순위를 뒀다는 의미다. 야누아르 연구원은 “10월 20일 프라보워 행정부가 시작되고 새 내각이 꾸려지면 협상이 구체화하겠지만, 그 이후에도 인도네시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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