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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을 1년 전보다 무려 10배 이상 끌어올리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지난 한 해 동안 엔비디아는 80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챗GPT 등장 이후 1년 넘게 이어져온 글로벌 테크 업계의 생성형AI 투자 붐이 올해도 견고할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SK하이닉스·삼성전자 등 국내 메모리 업계의 ‘낙수효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엔비디아는 21일(현지시간) 2024년 회계연도 4분기(2023년 10월~2024년 1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65% 늘어난 221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 추정치인 204억달러를 웃돈 수치다. 영업이익은 136억달러로, 전년 4분기의 12억5700억달러 대비 무려 10배 이상 증가했다.
엔비디아의 지난해 총 매출은 609억달러(약 81조원), 영업이익은 329억달러(43조원)로 집계됐다. 1년 전 대비 각각 126%, 311% 증가한 수치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가속 컴퓨팅과 생성형 AI가 티핑 포인트(전환점)에 도달했다”며 “기업, 산업, 국가에 걸쳐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 CEO는 “우리의 데이터센터 플랫폼은 대규모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GPU 전문 업체는 물론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 개인용 인터넷 회사에 이르기까지 수요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며 “자동차, 금융서비스, 의료 부문이 주도하는 산업 부문은 이제 수십억달러 규모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엔비디아 실적 추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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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데이터센터 사업은 지난해 4분기 기준 전년 대비 409% 증가했고, 노트북과 PC용 그래픽 카드를 포함하는 게임 부문은 전년 대비 5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2년 11월 오픈AI의 ‘챗GPT’ 출시 이후 불어닥친 생성형AI 열풍이 엔비디아 성장에 기여했다. AI 모델을 훈련시키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양의 이미지·텍스트 등을 투입해야 한다. 이 방대한 데이터를 동시다발적으로 연산해낼 수 있는 칩은 현재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외에 별다른 대안이 없다. 엔비디아의 H100 같은 GPU는 1개당 수천만원대를 호가할 정도다. 메타, MS,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들은 이 비싼 엔비디아 GPU를 1년에 수만~수십만개씩 구입하며 AI 모델을 돌린다.
AI 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 장악력은 90%에 달한다. 따라서 이번 엔비디아 실적 발표는 AI 산업의 전반적인 추세를 알려 줄 수 있는 중요 지표로서 투자자들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
엔비디아는 AI 반도체 수요가 둔화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황 CEO는 이날 “(빅테크 업계가)생성형AI 개발을 시작한 지 1년이 됐다”며 “지금 우리는 이 기술을 모든 산업으로 확산시키는 10년 주기의 첫 해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엔비디아의 급속한 성장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을 공급하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도 제품 양산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HBM 개발·양산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이미 HBM3 제품을 공급한 데 이어 차세대 제품인 HBM3E 양산을 개시할 준비를 모두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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