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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개월 중 3개월은 강제 무급휴직”… 방학이 두려운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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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폐암 확진을 받은 학교급식 노동자들이 2023년 3월14일 서울 용산구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대회의실에서 열린 급식종사자 폐암 검진결과에 대한 당사자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학교 급식 현장의 노동환경 등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한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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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개월 중 3개월은 강제 무급휴직이에요. 그럼 우리 가족 생계는 누가 책임져주나요?”

22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교육청에 모인 노동자들은 “방학이 다가오는 것이 두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모인 이들은 방학 때 일하고 싶어도 일하지 못하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었다.

학교 비정규직들은 영양사, 사서, 급식실 조리사 등으로 다양하다. 이 중 누구는 방학에도 일을 하며 급여를 받고 있지만, 다른 누구는 ‘방학 중 비근무자’로 분류되며 급여를 받지 못한다. 급식노동자(조리사·배식원 등), 특수교육지도사, 청소노동자 등이 대표적인 방학 중 비근무자다.

청소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최혜순씨(75)는 “학기 중에는 주 5일 일하지만, 방학 중에는 그렇지 못하다”면서 “학교별로 다르지만 주 1회 일하는 곳도 있고 2회 또는 3회 일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어 “학기 중에는 170만원 정도를 벌지만, 만약 하루만 일하게 되면 20만원, 이틀 일하면 30만원 정도밖에 벌지 못한다”면서 “최소 생활비가 100만원은 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까 (방학 중에는) 카드 대출로 버티며 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청소노동자와 달리 급식노동자와 특수교육지도사의 경우 방학 중 하루도 일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방학 중 수입은 상여금 명목으로 50만원 가량이 전부다. 이마저도 입사한지 3개월이 넘는 경우에 지급되고 있어 방학을 앞에 두고 입사한 신입들은 월급은 받지 못한 채 4대 보험료를 내야하는 황당한 일도 겪는다.

특수교육지도사 김은주씨(52)는 “(특수교육지도사가) 방학 중 월급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분들도 많다”면서 “같은 곳에서 일하는 학교 선생님들도 모르는 경우가 있고, 심지어 방학 중 월급이 안나온다는 사실을 모르고 입사한 지도사가 뒤늦게 퇴사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급식노동자 김미라씨(51)는 방학이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휴업과 무엇이 다른지 묻고 싶다고 했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46조는 ‘휴업수당’에 관한 규정을 두고 회사의 경영상 귀책 사유로 휴업 시 근로자들에 대해 평균임금의 70% 이상(또는 통상임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김씨는 “학교급식실 현대화 사업을 하는 경우 일을 못하지만 임금의 70%를 받는다. 일을 시키지 못하는 책임이 학교에 있기 때문”이라면서 “학교의 방학이 이 경우와(근로기준법상 귀책사유에 따른 휴업)과 무엇이 다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은 지역 별로 다르게 운영되고 있는 방학 중 근무에 관한 문제도 지적했다. 시도교육청 별로 방학 중 비근무자의 근무일을 다르게 운영 하다보니 같은 일을 하더라도 누구는 방학 중에 급여를 받으며 생계를 보장받고, 누구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인천시교육청의 경우 ‘방학 중 비근무자’의 1년 근무일수를 320일로 보장한다. 인천 급식노동자들은 근무일수를 맞추기 위해 방학 중에도 몇일간 출근해 안전 교육 등을 받는다.

반면 경기도의 경우 1년 근무일수가 290일 가량이다. 인천과 비교하면 경기도에서 일하는 급식노동자들은 방학 때 출근하지 않으며 30일 분의 임금을 덜 받고 있는 것이다. 인천 급식노동자들이 방학 중 받는 교육을 경기도 급식노동자들은 ‘개인시간’을 써가며 받아야 한다는 문제도 있다.

최진선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기지부장은 “학교에는 아직까지 방학 중 임금을 받지 못해 생계에 곤란함을 겪고 있는 노동자들이 많다. 이들은 방학 중에 일일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이어간다”면서 “방학 중 무임금 노동자들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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