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다시 희망으로] 정태영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 총장 인터뷰
‘아동우선’ 정신의 인도주의 활동
116개국서 전문가들이 위기에 대응… 재난 중에도 학습권 보장 위해 힘써
종교-국적-인종 초월한 구호
거주지 재건과 함께 심리 지원 병행… 작년 튀르키예에 ‘우정마을’ 건립
‘한국-튀르키예 우정마을’에서 정태영 총장(맨 오른쪽)과 세이브더칠드런 튀르키예 사무소 직원들이 만났다.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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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발발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분쟁을 비롯해 전 세계 곳곳에서 분쟁과 자연재해, 화재나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 등으로 인한 인도적 위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위기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많은 아이가 죽거나 다치고 정신적으로도 큰 피해를 본다. 긴급 구호 활동만큼이나 아동의 심리적 건강 회복을 돕는 일도 중요한 이유다.”
국제아동권리 NGO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 정태영 총장은 “재난 현장에서 ‘아동 우선’ 정신으로 아동을 가장 먼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인도주의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소식과 구호 요청을 국내에 가장 적극적으로 전한 인도주의 기관이기도 하다.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인도적 지원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해 많은 사람의 건강과 안전이 위협받는 위기 상황에서 이들을 구하는 일이다. 세이브더칠드런의 인도적 지원은 즉각적인 긴급 구호 이후 재건을 위한 노력도 포함된다. 긴급 구호로 급한 숨을 돌리고 나면 피해 지역을 재건하고 피해를 본 아동과 가족이 재난 상황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현지 주민의 참여를 중요하게 본다. 문제를 해결할 자치 조직을 지원하고 그들과 협업함으로써 시혜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주민과 함께 변화를 만드는 것인데 이는 난민촌에서도 예외가 없다.”
-인도적 지원에 있어 세이브더칠드런의 전문성은 무엇인가?
우크라이나 체르니히브. 공습경보가 발령되는 동안 학교 지하실에서 공부하는 아이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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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브더칠드런은 1919년 창립돼 100년 이상 쌓아온 전문성을 바탕으로 현장 활동가 외에도 재무와 홍보, 모금, 총무 분야의 인도적 지원 전문가가 전 세계 116개국 이상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렇기에 지구촌 어디에서 위기가 발생해도 즉시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자 차별점이다. 특히 유엔인도주의조정국(UNOCHA)의 글로벌 단위 조정 시스템에 참여하는 국제기구 중 유일한 NGO다. 지원은 어느 한 기관이 혼자 할 수 없기 때문에 재난이 발생한 국가의 정부와 유엔기구, 다른 NGO들과 함께 클러스터를 나눠 대응한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이 중에서도 교육 분야를 리드하고 있다. 휴교나 학교가 없는 인도적 위기 상황에서도 아동 친화 공간, 임시 배움터를 운영하는 등 아동의 학습이 중단되지 않고 교육을 증진할 수 있도록 사업을 펼친다. 물론 재난 상황과 지역 등 여러 요인에 따라 교육 외에도 식량, 식수 위생, 보건, 아동보호 등 여러 클러스터에서 지원 활동을 한다.”
정 총장은 재난 중에도 아동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아동 친화 공간에서 트라우마 예방을 위한 회복력 강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보호자가 없는 아동을 위탁 가정에 연계하거나 가족 추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아동 중심적인 구호 활동에 전문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전쟁 중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우크라이나의 아동은 어떤 상황인가?
‘한국-튀르키예 우정마을’의 아동 친화 공간에서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정태영 총장과 아동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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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분쟁 이후 가자지구 전체 면적의 20%도 채 안 되는 남부 지역 라파에 아동 61만 명 이상을 포함해 이재민 180만 명이 갇혀 있다. 식량이 턱없이 부족해 약 33만5000명에 달하는 5세 미만 아동이 심각한 영양실조와 굶주림의 위험에 처했다. 공습으로 이미 1만 명이 넘는 아동이 사망했고 굶주림으로 인한 피해는 더욱 커질 것이다. 살아남은 아이들조차도 평생 지속될 수 있는 신체적, 정신적 위기에 내몰렸다. 한 세대가 건강한 삶을 살아갈 기회와 미래를 빼앗기고 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2022년 2월 전면적으로 확대된 분쟁으로 수백만 아동의 삶이 극적으로 변화했다. 전쟁의 폭력을 피해 집을 떠나야 했고, 폭격과 미사일에 의해 집과 학교가 파괴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끝없이 죽는 것을 목격했다. 2년 넘게 우크라이나 아동은 매일 발생하는 공습경보와 미사일 폭격에 놓여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2014년부터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인도적 지원 활동을 시작해 분쟁 후 대응 활동을 전면 확대했으며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아동을 위해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디지털 학습 센터와 아동 친화 공간을 조성해 심리적 회복을 돕고 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라파의 임시 숙소에 지내고 있는 가족에게 구호품을 전달하는 세이브더칠드런 직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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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후 피해 지역을 재건하고 재난을 예방하도록 지원하는 것도 인도적 지원의 일환이다. 지난해 2월 한국 정부는 규모 7.8의 대지진이 발생한 튀르키예·시리아의 인명 구조와 구호 활동을 위해 대한민국해외긴급구호대(KDRT)를 파견했다. 그리고 약 1100만 달러(약 146억 원) 규모의 튀르키예 임시 정착촌 조성 및 이재민 지원 사업을 추진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이 사업을 추진하는 세 개의 NGO 중 리드 단체로 선정돼 컨테이너 500동 규모의 한국-튀르키예 우정마을을 완공했다. 정 총장은 지난해 10월 튀르키예 하타이주에서 열린 우정마을 개촌식에 참석했다.
-한국-튀르키예 우정마을은 인도적 지원에 있어 어떤 의미인가?
“한국-튀르키예 우정마을은 국내 최초 민관 합동으로 이룬 재난 대응 및 조기 복구 사업이기에 더욱 의미가 크다. 이곳에는 유치원부터 중학교까지 245명의 아동이 살고 있고 아동의 교육받을 권리를 지키기 위해 일반 학교 교실과 동일한 환경의 임시학습센터(학교)를 마련했다. 또 알록달록 다양한 색과 장식, 장난감으로 꾸며진 아동 친화 공간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아동이 심리적 안정을 되찾고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앞으로의 세이브더칠드런의 목표는 무엇인가?
“세이브더칠드런은 1919년 영국에서 패전국 아동을 돕기 위해 설립됐다는 정체성을 갖고 있다. 우리는 긴급 구호 단계를 넘어 빠른 회복을 통해 아동과 가족의 삶을 재건하고 이들의 잠재력을 끌어내 존엄과 기회를 되찾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100년에 걸쳐 전 세계에서 쌓아온 경험과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종교나 국적, 인종을 초월해 모든 아동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두려움 없이 어떤 일이라도 할 것이다.”
태현지 기자 nadi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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