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과대학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한지 일주일째인 26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응급의료센터를 찾은 한 시민이 대기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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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서 80대 여성 환자가 치료할 병원을 찾지 못해 이송 중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의료 현장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정부와 의사단체 간 강대강 대치가 장기화할 경우 “이런 일이 또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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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찾아 삼만리’ 끝에 80대 사망
26일 대전 한 상급병원 응급의료센터에 앞에 119구급대원이 안내문을 바라보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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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소방본부 관계자는 26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예전보다 이송 병원 찾는 일이 어려우 진 것이 사실이다. 드물지만, 구급대원에게 대놓고 전공의 파업을 설명하며 이송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대전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23일 낮 의식 장애를 겪던 80대 여성의 이송을 위해 구급대가 7곳의 병원에 문의를 넣었지만 전문의와 의료진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진료가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 환자는 진료가 가능한 대학병원으로 이송 중 심정지로 사망했다. 구급차에 탄지 53분 만이었다. 대전시소방본부는 지난 20일부터 이날 오전 6시까지 전공의 집단 이탈로 인한 구급대 이송 지연 건수는 23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응급환자 이송 지연 사례는 전국적으로 속속 보고되고 있다. 부산에서는 20일부터 이날까지 이송 지연 건수가 42건으로 파악됐는데, 이 중 6건은 환자를 받아주는 병원을 찾지 못해 다른 시도로 이송된 사례였다. 지난 21일 오후 4시 20분쯤 부산 부산진구에서 다리를 다친 70대 여성은 치료 가능한 병원을 찾다가 경남 창원의 한 병원으로 옮겨졌다. 약 45㎞를 이송하는 데 2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부산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전공의 집단행동 이전과 비교했을 때 이송 지연 사례가 조금씩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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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급대원들 “1시간씩 기다려…사고 우려”
지난 25일 경기도 이천시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으로 119구급대원들이 응급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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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대원들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경기도 구급대원 A씨는 “수용 가능하다고 해서 막상 병원에 도착해보니, 의료진이 없어 1시간씩 그 앞에서 기다리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송 지연으로 심정지 환자가 사망하는 사례는 또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인구 10만명당 급성 심장정지 발생률은 2017년 57.1명에서 2021년 64.7명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서울에서만 하루 11.4명꼴(2022년 기준)로 심정지 환자가 응급 이송되고 있다. 서울에서 일하는 한 구급대원은 “의료진 부족 등으로 환자를 거부하는 사례가 갑자기 늘었다”며 “‘병원선정 곤란 및 인수·인계 지연됨’을 환자에게 사전 설명하게 지침이 내려왔는데, 이송 지연이나 응급실 앞 대기로 환자 항의가 폭증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응급환자 이송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119 출동 건수 자체는 줄었다. 서울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응급실 대기가 길어지는 것을 우려해서인지, 경증환자인 경우에는 119를 찾지 않고 있다”며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출동 건수가 10~20% 줄었다”고 말했다. 소방청 관계자는 “대전 외에 이송 지연 문제로 사망한 환자는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응급실을 지키는 의료진의 피로도도 쌓여가고 있다. 경기도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의국에 있던 전공의 모두가 떠나고 교수가 응급실 당직에 투입되며 간신히 버티고 있다”고 푸념했다. 일부 대학병원은 전임의(펠로)나 교수 등이 전공의 업무를 맡게 되면서 주요 진료과의 신규 외래 진료가 막힌 상황이다. 지난 20일 사직서를 낸 한 ‘빅5’ 병원 응급의학과 한 전공의는 “4년 차 레지던트나 전임의가 2월 말 근로계약 종료로 병원을 떠나면 상황은 지금보다 더 악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혜선·남수현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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