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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3 (토)

"아파트 옆으로 옮기자"…폐교 직전 초교 살린 동문들 결단 [사라지는 100년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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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충북 제천시 동명초 전경. 동명초는 2000년대 들어 인근 지역의 학령인구 감소로 폐교 위기를 겪었지만 지난 2013년 이전하며 적정 규모 학교로 변모했다. 동명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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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년에 설립된 충북 제천시 동명초등학교는 두 곳으로 나뉘어 116년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한 곳은 개교부터 써 왔던 옛 부지다. 한때 여름광장으로 이름 붙었던 이곳은 ‘동명광장’으로 이름이 바뀌어 지역 주민들의 문화 공간으로 쓰일 예정이다. “동명초 이름을 살리는 게 맞다”는 지난해 지역 주민 여론조사 결과가 뒤늦게 반영됐다. 나머지 한 곳은 2013년에 자리를 옮긴 새 동명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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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초등학교는 부지를 이전하며 구 부지는 동명광장으로 변모할 예정이다. 동명광장의 이름은 지역 주민 설문으로 결정됐다. 사진은 동명광장~제천예술의전당 조감도. 제천시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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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수 감소로 사라질 위험에 처한 학교를 살린 건 동문들의 결단이었다. 제천 구도심이 쇠퇴하면서 자연스레 폐교 위기를 겪게 되자 동문들이 부지 이전을 요구하며 서명운동에 나섰다. 결국 제천시청과 시교육청이 요구를 받아들여 이전이 결정됐다. 동창회가 제안한 이전 조건 중 하나는 동명의 이름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박병욱 동명초 총동문회 사무총장(63)은 “구 학교 부지는 신축 학교와 직선거리로 1.5㎞ 정도 떨어져 있지만 구 도심 상권 쇠퇴와 아파트 단지 유무로 인해 학군 내 학생 수는 천지차이였다”며 “이전이 성사되지 못했다면 우리도 폐교 수순을 밟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전 직전인 2012년 146명이었던 전교생은 지난해 746명까지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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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초등학교는 부지를 이전하며 구 부지가 동명광장으로 변모했다. 동명광장의 이름은 지역 주민 설문으로 결정됐다. 제천시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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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학교 ‘폼’ 유지한 비결은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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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저출생 태풍 속에서도 100년의 역사를 이어가는 학교들이 있다. 본지가 학교알리미를 분석한 결과 개교한 지 100년이 지난 780개교 중 171개교(21.9%)는 여전히 학교 적정규모 최소 기준인 전교생 360명 이상의 학생 수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 중 49개교는 2008년보다 학생 수가 오히려 늘었다. 2008년은 학교알리미를 통해 학교별 학생 수가 공개된 첫해다.

예전의 명성과 규모를 유지하는 100년 학교들은 변화에 적극적이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1923년 개교한 경기 광주시 곤지암초는 ‘읍 단위’의 작은 학교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AI(인공지능) 교육을 선도하는 학교로 유명세를 탔다. 이 학교 노상규 교장은 “우리 학교는 항상 각 시대에 맞는 ‘OO교육’을 좇아 학부모·학생 눈높이에 맞게 교육 프로그램을 매년 업그레이드 해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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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경기 곤지암초 6학년 학생들이 코딩 등으로 인공지능 로봇 '알파미니'를 조작하고 있는 장면. 곤지암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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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1년 개교한 부산 서구 부민초는 시교육청이 지정한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국제 바칼로레아) 교육과정 연구학교다. 공립학교지만 지난해 사립초에 다니던 학생 3명이 전학 올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부민초 관계자는 “꾸준하게 연구학교나 특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한 결과”라며 “내년 2월에는 그린스마트스쿨로 학교를 증·개축해서 새로운 100년 학교 미래를 준비하려 한다”고 말했다.

학교의 100년 역사를 활용해 특별한 교육을 하는 곳도 있었다. 1917년 개교한 경남 창원시 웅천초의 강양권 교감은 “우리 학교의 역사에는 일제강점기의 아픔이 다 묻어있는데, 이런 점을 살려 ‘학교 선배’들에 대한 역사 교육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웅천초는 1906년 사립 개통학교로 설립됐다가 일제 헌병 파견대에 탄압으로 1915년 폐교되고 난 뒤 2년이 지나 공립학교로 다시 문을 열었다.



“미래 100년, 지역과 학교가 함께 지켜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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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경남 웅천초에서 진행된 '문화의 꽃을 피우는 웅천 역사 이야기' 수업 현장. 해당 수업은 1년에 한번 5, 6학년 대상으로 2시간씩 지역사회 역사 전달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웅천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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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학교 관계자들은 학교와 지역의 존립이 직결돼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오경희 영광초 교장은 “100년 학교가 없어진다면 소규모 지역일수록 소멸되는 게 훨씬 빨라질 것”이라며 “학교뿐 아니라 지역도 학교 살리기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고승식 동명초 교장은 “학교의 역사와 전통이 앞으로도 지역을 지탱하는 중심축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학교 시설 노후화 등에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노상규 곤지암초 교장은 “향후 2~3년 뒤에 학교를 건물을 다시 만들 계획을 갖고 있다”며 “이전의 100년보다 미래 100년에 대한 비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민지·이후연·서지원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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