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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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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뷰] 개미만 사네… 저PBR 열풍 끝나고 힘빠진 韓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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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이 시장의 기대를 밑돌면서 코스피지수가 2거래일 연속 내렸다. 주가순자산비율(PBR·시가총액 ÷ 순자산) 1배 미만인 저(低)PBR주가 추가로 오를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코스닥지수도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에 밀려 3거래일째 하락했다.

조선비즈

27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일 대비 22.03포인트(0.83%) 하락한 2,625.05를 나타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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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2625.05로 장을 마감했다. 전날보다 22.03포인트(0.83%) 하락했다. 장 중 강보합권에 들기도 했으나, 반등에 실패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1666억원, 348억원 순매수했다. 기관은 500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특히 기타법인의 순매도 규모가 1450억원으로 두드러졌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한 뷰티테크 기업 에이피알 주식을 2120억원어치 ‘팔자’에 나선 영향이 컸다. 에이피알은 이날 공모가(25만원) 대비 87% 높은 46만7500원까지 올랐으나, 상승분을 반납하고 31만7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종목 가운데 SK하이닉스의 하락 폭이 컸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최근 3거래일 연속 뛰며 16만원 선을 돌파했으나,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이날 종가 기준 15만3800원으로 내려앉았다. 이밖에 LG에너지솔루션, 삼성바이오로직스, 현대차, 기아, POSCO홀딩스, LG화학 등도 약세였다. 삼성전자와 셀트리온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코스닥지수도 전날보다 13.65포인트(1.57%) 내린 853.75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시장에서도 개인만 2134억원 ‘사자’에 나섰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553억원, 249억원 순매도했다.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상위 종목 가운데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 HLB, HPSP 등은 전날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됐다. 알테오젠과 엔켐, 셀트리온제약 등은 주가가 상승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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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 26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콘퍼런스홀에서 열린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세미나'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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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별로 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LIG넥스원 등 방산업종은 3% 넘게 올랐다. 투자자들은 오는 29일 열리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한국수출입은행법 개정안이 통과, 폴란드 2차 수출 계약 등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조선업종도 4% 안팎의 주가 상승률을 나타냈다. 수주 호조에 더불어 방한한 카를로스 델 토로 미국 해군성 장관이 국내 조선사들과 특수선 협력을 논의할 것이란 소식이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와 보험, 유틸리티 등 저PBR 열풍 주도 업종은 2거래일 연속 약세를 보였다. 정부가 전날 발표한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이 ‘자율’에 초점을 맞춰지면서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상속세, 배당소득세 완화 등의 구체적인 대책이 보이지 않았던 영향이 컸다.

다만 저PBR주 열풍이 끝났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오는 5월 2차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 세미나, 6월 기업 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 발표, 9월 밸류업 지수 개발 등의 이벤트가 예고됐기 때문이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장 세법이나 상법을 뜯어고치기 어려워 오는 4월 총선(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이전에 정책 모멘텀(상승 동력)은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보여준 로드맵을 따라가는 장기적 과제로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외국인 투자자의 경우 저PBR 수혜주를 여전히 골라 담고 있다. 이날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에 현대차, 우리금융지주, 삼성물산, 신한지주 등이 이름을 올렸다.

앞서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과 유사한 일본의 ‘중장기 기업 가치 증진을 위한 방안’ 발표 이후의 증시 흐름을 참고하라는 조언도 있다. 정책 예고 후 초안 발표까지 한국은 1개월, 일본은 2~3개월가량 걸린 차이는 있지만 저PBR 종목들이 비슷한 주가 추이를 보이고 있어서다.

KB증권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해 1월에 초안 발표 후 저PBR 종목이 일제히 상승 흐름을 보였으나, 2개월 뒤인 3월에 조정을 거쳤다. 이후 3월 말 약 3300개 상장사에 저평가 요인 분석과 개선 방안 요구’ 대책을 발표하면서 저PBR 종목의 오름세가 다시 이어졌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일본 증시 조정 과정에서 PBR 0.4배 이하 기업은 낙폭이 컸던 만큼 국내 투자자들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며 “PBR 0.4배에서 0.8배 기업들을 조정 시 매수하는 전략을 제시한다”고 했다.

권오은 기자(ohe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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