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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이슈 취업과 일자리

입시지옥·저출산·서울공화국? KDI "대기업 일자리 부족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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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더 많은 대기업 일자리가 필요하다'
대기업 일자리 비중 14%… OECD '꼴찌'
'과도한 지원책이 규모 확대 저해' 주장
"중소기업 지원, 대기업 규제 점검해야"
한국일보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이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KDI포커스 '더 많은 대기업 일자리가 필요하다' 브리핑에서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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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열된 입시경쟁과 사교육, 낮은 여성 고용률과 출산율, 수도권 집중 심화···.'

이런 한국 사회의 고질이 '대기업'으로 통칭되는 좋은 일자리 부족에서 비롯된다는 국책연구기관 분석이 나왔다. 기업 규모 확대를 오히려 꺼리게 하는 과도한 중소기업 지원책 점검, 대기업 규제 점검 등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27일 공개한 KDI포커스 '더 많은 대기업 일자리가 필요하다' 보고서에서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가 잘 안 고쳐진 이유는 전반적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기업 규모가 작아서"라며 "사업체 규모가 커야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전제로, 정부는 기업의 규모화가 원활히 진행될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큰 흐름은 이렇다. ①사업체 규모에 따라 임금, 근로조건 격차가 현격해 ②청년은 대기업 일자리를 원하지만 실제 대부분은 중소기업 일자리다. ③이에 아무리 입시제도를 손봐도 대기업 취업에 유리한 상위권 대학 진학을 위한 입시경쟁, 사교육이 치열해진다. ④중소기업에선 출산·육아휴직 활용이 어렵고, 경력단절 후엔 일자리 질이 하락하니 여성은 출산을 미루거나 출산 후 재취업하지 않는다. ⑤이런 맥락에서 비수도권에 대기업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부족해 수도권 집중도 심화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대한상공회의소 설문조사에서 대학생이 취업을 원하는 기업 중 대기업은 64%, 중소기업은 16%였다. 그러나 2021년 통계청 조사 기준 300인 이상 대기업 근무자 비중은 전체 종사자의 14%(임금근로자 기준 18%)에 지나지 않았다. 10인 미만 사업체가 46%(임금근로자 기준 31%)에 달했다. 2022년 대기업 근로자 소득은 중소기업의 2배다.
한국일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249인 이하 및 250인 이상 기업 일자리 비중. KDI포커스 '더 많은 대기업 일자리가 필요하다'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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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 대비 대기업 일자리 비중이 매우 낮다는 지적도 따랐다. 202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2개국 중 대기업 일자리 비중은 한국(14%)이 꼴찌였다. 외환위기 때 크게 줄어든 후 뚜렷한 증가세가 나타나지 않는 추세다. 미국(58%), 프랑스(47%), 영국(46%), 스웨덴(44%), 독일(41%), 일본(41%) 등과 비교가 안 되는 수준이다.

고 선임연구위원은 "중소기업에 여러 지원이 제공되는 반면 대기업에 규제가 부과되면 기업은 규모를 키우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짚었다. 과도한 정책 지원이 기업 성장 유인을 낮추고, 생산성 낮은 중소기업의 도태를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업의 규모화를 저해하는 지원책은 효과성을 점검해 개선하고,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등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적대적·전투적 노사 관계가 고용을 늘리는 대신 하청기업에 외주를 주는 등 기업 규모의 확대를 막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도 봤다. 대규모 사업체에서 상대적으로 노동조합 결성이 쉽기 때문이다. 이에 "생산적·합리적 방향으로 노사 관계 관련 제도를 수정·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세종=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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