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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이슈 국방과 무기

"러시아 돈으로 러시아 공격?" 유럽, 러 동결 자산으로 우크라 무기 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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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무기 부족 심각, 전장 열세
EU집행위 "러 자산으로 무기 구매 필요"
활용법 분분... '법적 근거' 논란도 여전
한국일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24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공동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키이우=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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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지도부에서 'EU에 동결돼 있는 러시아 자산에서 발생한 이자, 배당금 등을 우크라이나 무기 구매에 사용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러시아 돈으로 러시아 공격에 쓸 무기를 사자는 것이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우크라이나가 '삼중고'를 겪는 상황에서 나왔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중단했고, 우크라이나는 심각한 무기 부족을 겪고 있다. 최전선에서는 러시아 군대에 계속 밀리는 모습이다.

다만 러시아 동결 자산 사용법에 대한 각국 의견이 분분한 것은 물론, 법적 근거가 마땅치 않다는 반론도 적지 않아 최종 결론이 나기까지 치열한 논쟁이 불가피해 보인다.

EU "러시아 돈으로 무기 구매"


EU 집행위원회와 유럽 전문 언론 유락티브 등에 따르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28일(현지시간) 유럽의회 본회의 연설에서 "러시아 동결 자산의 초과 이익금을 우크라이나를 위한 군사 장비 공동 구매에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대화를 시작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주요 7개국(G7) 회원국, EU, 호주 등에 러시아 자산 2,820억 달러(약 375조 원)가 동결돼 있는데, 이 중 3분의 2가량이 EU에 있다.

EU는 지난달 말 '러시아 동결 자산의 초과 이익금을 민간 분야 재건에 활용하자'는 데 가까스로 합의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무기'라는 사용처를 언급한 것이다. 그는 "우크라이나와 유럽 전체를 더 안전한 곳으로 만드는 것보다 이 돈을 더 강력하게, 더 잘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

우크라이나 주민들이 26일 북동부 하르키우 근처 피소친에서 야간에 날아온 러시아 로켓 공격의 흔적을 바라보고 있다. 피소친=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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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 없어 읍소하는 우크라


러시아 자산으로 우크라이나 무기를 구매하는 건 러시아를 자극할 수 있다. 그럼에도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이러한 제안을 한 것은 우크라이나의 사정이 그만큼 좋지 않다고 판단해서다.

미국에서는 공화당 반대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예산안이 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6일 "EU가 제공하겠다고 약속한 100만 발의 포탄 중 30%만 받았다"고 밝히는 등 EU의 공급 사정도 여의치 않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무기 조달을 핵심 안건으로 우방국을 찾고 있지만 무기 부족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28일 친(親)러시아 성향이 강한 세르비아에까지 무기 지원을 호소했을 정도다. 무기가 달려 우크라이나 정비공들이 폐무기에서 부품을 떼어내 새로운 무기를 만들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이날 보도하기도 했다.

동결 자산 처분 두고 이견도


EU 지도부의 공식 제안이기는 하지만 현실화할지는 미지수다. 러시아 동결 자산 활용법을 두고 EU는 물론 미국 등에서 여러 의견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27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를 계기로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동결 자산 가치를 해체해 우크라이나의 저항과 장기 재건을 지원해야 한다"며 '동결 자산 몰수 뒤 대출 담보로 활용하는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그러나 다음 날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부 장관이 "우리는 동결 러시아 자산을 압류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공개 반박하는 등 러시아 동결 자산 사용 정당성에 대한 의문 제기도 계속되고 있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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