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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이슈 불붙는 OTT 시장

25만명 자유인권 행진...동성애자인 그는 어떻게 사람들 마음을 움직였나 [주말 뭐 볼까 O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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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러스틴'

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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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스틴은 흑인 유력 지도자들을 만나 미국 워싱턴에서 대형 집회를 열 계획을 설명한다. 대다수는 무리라는 반응을 보인다.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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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8월 28일 25만 명가량이 미국 수도 워싱턴에서 행진했다. 자유와 인권을 주장하는 비폭력 행사였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로 시작하는, 마틴 루서 킹 주니어(1929~1968) 목사의 명연설이 행해지기도 했다. 미국 흑인 인권 운동 역사에서 굵고도 굵은 글씨로 남은 워싱턴 행진의 기획자 겸 실행자는 베이어드 러스틴(1912~1987)이었다.

①약점 많았던 인권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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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스틴은 미국 민주주의의 상징인 워싱턴 기념탑 주변에 10만 명 이상을 모이게 할 수 있을까. 그의 앞에 놓인 난관은 많다.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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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초반 미국에서 인종차별금지법이 제정됐다. 하지만 별 실효성이 없어 보였다. 케네디 정부의 인권 정책 실행 의지가 약해 보이기도 했다. 러스틴(콜먼 도밍고)은 인권에 대한 사람들의 강한 열망을 보여줘야 된다고 판단했다. 군중이 미국 의회와 백악관을 빙 둘러싸는 모습보다 더 좋은 이미지는 없다고 생각했다.

러스틴은 대규모 집회를 위해 흑인 지도자들과 접촉했다. 하지만 러스틴은 적이 많았다. 게다가 그는 약점까지 많았던 인물이다. 청년시절 공산당에 가입한 일이 있고, 동성애자다. 백인 인종주의자들이 공격하기 좋은 인물이었다. 러스틴의 행사 기획력이 제 아무리 빼어나도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약점이었다. 흑인 유력 지도자들이 러스틴의 부상을 달가워하지 않기도 했다. 자신들의 자리를 뺏길 수 있을 테니까.

②10만 명 행진은 가능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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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스틴(왼쪽)은 워싱턴 행진을 준비하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다.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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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스틴은 워싱턴에 10만 명을 모을 생각이었다. 그의 계획이 무모하다는 의견이 있기도 했다. 이전까지 워싱턴 집회에 가장 많은 사람이 참여했을 때가 8,000명가량에 불과했다. 사람들을 모으는 데 필요한 비용 문제가 있기도 했다. 경찰의 비협조적인 태도, 혹시 있을지 모를 물리적 충돌도 러스틴이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

러스틴은 열정과 의지를 통해 문제들을 돌파해 나간다. 그는 젊은 자원봉사자들에게 영감을 주며 집회를 준비했다. 그 과정에서 러스틴은 새로운 사랑을 시작했다. 인종주의자들과 정적이 호시탐탐 그를 노리는 가운데 위험천만하기만 한 일이었다. 영화는 러스틴의 집회 준비 과정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며 남달랐던 그의 삶을 응축해낸다.

③빛나는 연기가 재현한 빛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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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스틴은 당시 흑인 유력 지도자들과 함께 워싱턴 행진을 성공적으로 이끈다.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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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소박하다. 이야기도 볼거리도 풍성하다 할 수 없다. 러스틴의 전 생애를 돌아보기보다 워싱턴 행진 전 몇 주와 행사에 집중한 결과다.

영화의 스펙터클은 배우 콜먼 도밍스의 얼굴이다. 도밍스는 의로운 일에 빠져든 중년남자의 정열을 표현하다가도 정염에 휩싸인 이의 설렘을 묘사해낸다. 미연방수사국(FBI)이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강박과 공포, 동성애로 체포됐던 과거의 아픔, 동료애에 대한 고마움 등을 얼굴에 다채롭게 그려낸다. 도밍스는 10일 열리는 제76회 미국 아카데미상 시상식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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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2020) 연출로 주목받은 배우 겸 감독 조지 울프가 메가폰을 잡았다. 채드윅 보스먼(1976~2020)은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로 사후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 후보로 지명돼 화제가 됐다. 하이어 그라운드가 제작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아내 미셸과 함께 설립한 영화사다. 유명 재즈 색소폰 연주자 브랜포드 마살리스의 음악이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흐른다. 재즈 팬이라면 귀가 한층 즐거울 영화다. 마지막 장면 레니 크라비츠의 노래 ‘자유를 향한 길(Road to Freedom)’의 울림이 크기도 하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84%, 시청자 86%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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