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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강제징용 피해자와 소송

징용해법 1년…한일관계 물꼬 텄지만 지속가능성 '불안'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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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자변제 적용대상 늘면서 재원문제 불거져…日호응 없어 '채워지지 않는 물컵'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김지연 기자 =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일본 기업이 내야 할 배상금을 대신 지급하는 '제3자 변제' 해법을 정부가 발표한 지 오는 6일로 1년이 된다.

일본 기업의 배상 재원 참여나 직접 사과 등 일본의 충분한 호응 없이 발표된 해법은 수년간 한일관계를 교착시켰던 강제징용 갈등의 고리를 한국 주도로 끊겠다는 결정이었다.

그 결과 지난 해 한일관계는 7번의 정상회담을 하는 등 급속히 복원되고 한미일 협력 강화 기반도 마련됐다. 해법 이행에도 어느 정도 진척이 있었지만, 일본의 호응 부족은 여전히 해법을 불안정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 해법 첫발 뗐지만 추가 승소자 줄줄이…부족한 재원 난제

정부는 지난해 3월 6일 이른바 '제3자 변제'를 해법으로 발표한 뒤, 피해자 측에 설명·설득 작업을 진행하며 곧바로 이행에 돌입했다.

승소가 확정된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일본 피고 기업 대신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의 재원으로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한다는 게 해법의 골자다.

정부는 2018년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1차 소송' 당사자 15명 중 해법을 수용한 11명에게 배상금을 지급했고, 배상금 수령을 거부하는 나머지 4명 몫에 대해서는 법원에 공탁하는 방식을 밀어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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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제동원 '2차소송' 대법서 승소 확정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들과 법률 대리인단이 21일 오전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한 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법정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12.21 jjaeck9@yna.co.kr


지난해 말부터는 '2차 소송'(9건·피해자 기준 52명)의 배상 확정판결이 연이어 쏟아졌다.

이들 소송은 2012년 대법원이 피해자들의 배상청구권을 처음 인정한 이후 다른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 제기한 것으로, 그간 대법원에 계류됐던 '2차 소송'이 모두 피해자 승소로 결론 난 것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 초 이들 피해자 측과 본격적인 접촉을 시작했다.

정부는 일단 '2차 소송' 승소 피해자 측 의사를 전체적으로 파악한 뒤 해당자에게 배상금 등을 일괄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재단 관계자는 "(피해자 측과) 직접 만나거나 전화로 접촉하고 있다"며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두세달 정도 이상은 걸리지 않을까 싶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현재까지 접촉한 피해자 측 의사가 전반적으로 "부정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문제는 재단의 기금이 한정적이라는 점이다.

3일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실에 따르면 재단이 국내외 민간으로부터 확보한 기부금은 포스코가 출연한 40억원을 포함한 약 41억6천여만원이다. 재단은 이 중 25억여원을 해법을 수용한 피해자 측에 지급했고, 해법을 거부한 피해자 측에 공탁금으로 12억여원을 지출할 예정이다.

남은 기금으로 '2차 소송' 피해자에게 지급할 배상금과 지연이자를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여기에 앞으로 강제징용 피해자의 추가 승소에 따라 지급 대상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재단 측은 "민간의 자발적 기여를 통한 재원 확충에 노력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유지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법은 설명하지 않고 있다. 포스코 외에 한일청구권협정 혜택을 받은 한국 기업 참여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점도 한계다.

◇ 한국의 불만, 일본의 불안…日기업 동참은 언제쯤

이처럼 재원 문제가 최대 시험대로 떠오른 가운데 정부 안팎에서는 해법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결국에는 일본도 성의를 보여야 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해법 협상 과정에서 일본은 피고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듯한 기부는 어떤 형태로든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완강하게 고수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일단 정부는 일본 기업 동참 없이 해법을 출발시켰지만 이들이 향후 자발적으로 재원 기여에 나설 가능성은 열어두고 호응을 촉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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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6일 일제 강제징용 피해배상 해법 발표하는 박진 당시 외교부 장관(가운데)
[공동취재=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해 해법 발표 회견에서 박진 당시 외교부 장관의 '절반의 물컵' 비유나, "일본의 민간기업들도 함께 배를 타는 마음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노력에 동참해주시기를 기대한다"는 조태열 현 장관의 발언 등이다.

그러나 아직 피고 기업은 물론 일본 기업들의 재단 기부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을 외교가에선 '한국의 불만, 일본의 불안'으로 진단하기도 한다. 한국은 주도적 노력으로 한일관계를 풀었음에도 일본의 호응이 여전히 미흡한 데 불만이고, 일본은 해법의 법적 순항 여부와 한국 대일정책의 지속성에 불안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향후 해법이 되돌리기 어려운 안정궤도에 들어섰다고 판단되면 일본 기업들도 과거보다 전향적으로 참여 여부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일 정부는 해법이 만들어낸 관계 개선 추세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데도 강한 공감대를 갖고 있다.

최근 피고 기업 히타치조선(히타치조센)의 법원 공탁금이 한국 내 법적 절차에 따라 피해자에게 출급돼 일본이 항의하는 일이 있었지만, 양국 모두 이 사안의 파장을 확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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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만난 한일 정상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앞으로 진전 상황에 따라서 일본 측도 성의를 보일 수 있고, 이것이야말로 서로 힘을 모아서 함께 남겨진 숙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해법 안정화는 한국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재원 마련이나 한국 여론의 지지를 위해서는 결국 일본의 호응이 필요한 만큼 늦지 않게 동참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한일은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는 내년에 새로운 비전 도출 등 관계를 한 단계 도약시킬 방안도 모색 중인데, 이를 위해서도 일본의 호응을 통한 안정적 환경 조성이 필요할 수 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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