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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6G 주도권 전쟁

6G 실종된 MWC?…아군 찾는 미국·중국 물밑싸움 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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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WC 2024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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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전자·IT 전시 중 하나인 MWC 2024가 열리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 비아(Fira Gran Via).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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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24가 끝났다. 5G 상용화 5년, 6G 표준화 원년을 맞아 '5G&Beyond'(5G와 그 너머)가 하위 주제 중 하나로 꼽혔지만 5.5G나 6G 관련 내용을 전면에 세운 기업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통신사들이 5G 투자 비용을 다 회수하지도 못한데다 5G 킬러콘텐츠도 없어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올해 MWC에서 6G는 인기 없는 주제"라고 했다.

그러나 한 편에서는 조용히 6G 표준화 주도권을 잡기 위한 내 편 찾기가 진행됐다. 공동선언문으로 동맹을 구축한 미국, 화웨이를 중심으로 고객을 끌어모으는 중국, 과거 영광을 재현하기 위한 유럽의 치열한 눈치싸움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확실한 내 편 도장 찍기…10개국 6G 공동선언문 마련한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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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WC 2024에서 드러난 각국의 6G 전략/그래픽=김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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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이번 MWC 기조연설이나 부스 전시 등 주요 이벤트에서 존재감이 약했다. 하지만 6G 연구와 표준화에 있어 든든한 우군을 얻었다. 미국은 한국·호주·캐나다·체코·핀란드·프랑스·일본·스웨덴·영국 등 10개국과 '6G 원칙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프랑스를 제외하면 대부분 대표적인 친미 국가들이다. 선언문은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상호운용적이며 안전한 네트워크 연결을 지원한다는 원칙을 바탕으로 6G 연구·개발을 진행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스마트폰용 반도체 시장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 퀄컴도 미국의 6G 표준화 주도권을 지지하는 모습이었다. 퀄컴은 이번 MWC에서 13㎓ 주파수 대역에서 작동하는 기가 마이오(GIGA MIMO) 장비를 선보였다. 미국은 12.7㎓~13.25㎓ 대역을 6G 후보 주파수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 구역은 도달거리가 짧은 중고대역으로 구분된다.

MIMO는 여러 개의 안테나를 한데 모아 무선 통신 성능을 향상시키는 기술이다. MIMO를 이용하면 도달 거리가 짧은 중고대역 주파수도 추가 기지국 구축 없이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중국 기업을 포함해 대부분 스마트폰 제조사가 플래그십 모델에 퀄컴 반도체를 사용하고 있다. 높은 영향력으로 자국인 미국의 6G 표준화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의미다.

AI(인공지능)와 무선통신 기술을 융합해 6G 기술 연구과 생태계를 조성하는 'AI-RAN 얼라이언스'도 이번 MWC에서 엔비디아와 암(ARM) 등 반도체 업계와 MS(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기업의 주도로 조성됐다. 에릭슨·노키아·삼성전자 등 주요 모바일 제조·장비 기업도 여기에 포함됐다.


나만의 길을 간다…6G 전 5.5G 상용화 시작한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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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MWC 2024 이튿날인 27일 오후(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아 그란 비아 전시장에 마련된 화웨이 부스가 관람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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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화웨이의 올해 전시 테마는 알려진 대로 5.5G였다. 리펑(Li Peng) 화웨이 ICT 세일즈 및 서비스 부문 사장은 MWC '5G Beyond Growth Summit(5G 이후의 성장)'에서 "현재 글로벌 모바일 가입자 중 20%가 5G며, 이들은 전체 트래픽의 30%, 수익의 40%를 차지한다"며 늘어나는 5G 트래픽을 감당하기 위해 6G로 가기 전 5.5G를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펑 사장은 "5.5G는 2024년 본격적으로 상용화될 것으로 전 세계 통신사는 5.5G의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웨이는 초대받은 고객만 들어갈 수 있는 전시관 안쪽에 5.5G 관련 기술을 대거 선보였다. 윤홍주 화웨이 이사는 "5.5G는 이론적으로 5G보다 10배 빠르다(10Gbps)"며 "현재 중국 일부 지역에서는 (5.5G)가 실제 상용화된 상태다"고 설명했다. 화웨이뿐만 아니라 샤오미·ZTE·차이나모바일 등 중국 기업들도 대부분 5.5G 기술을 적용한 근미래 서비스를 전시하기도 했다.


미국만 잘 나가는 건 못 봐…은근히 중국 손드는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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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오전(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 비아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MWC 2024 전시장에 마련된 도이치텔레콤 부스에서 관람객이 3D 안경을 쓰고 축구 게임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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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도이치텔레콤·스페인의 텔레포니카·영국의 보다폰 등 유럽의 통신사는 'Europe's New Horizon(유럽의 새 지평)' 키노트에서 입 모아 "(AI 등에서) 미국에 뒤처진 유럽 혁신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유럽 통신사가 앞장서야 하며 이를 위해 통신사 경쟁력 강화와 규제 완화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I와 6G 등 차세대 ICT 시장에 있어 경쟁자가 중국이 아닌 미국이라고 명시한 것. MWC 개막 하루 전인 지난달 25일 유럽 통신사를 중심으로 구성된 GSMA(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 회의에서도 넷플릭스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의 망 사용료 분담 문제 등에 대해 논의를 하며 미국을 견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럽 통신사들은 일부 미국 동맹에 참여하면서 일부 중국과 오월동주(吳越同舟)를 하는 모습이었다. 첫번째 기조연설에서 유럽 통신사들과 중국의 차이나모바일 CEO가 함께 참여하기도 하고, 중국과 함께 5.5G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신동형 알서포트 이사는 "유럽은 호라이즌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6G 주도권을 잡기 위해 노력 중인데, 이 과정에서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약 2억5000만유로(약 3600억원)를 투입해 5.5G·6G 아키텍처·6G 구성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6G 원칙 공동선언문에 참가한 영국의 보다폰도 은근슬쩍 중국 기술을 바라보고 있다. MWC에서 보다폰은 6㎓ 주파수 대역에서의 통신 서비스를 시연하기도 했다. 해당 구역은 중국이 6G 주파수 후보로 밀고 있는 6.525㎓~7.125㎓ 대역과 근접하다.

화웨이 부스 곳곳에서도 유럽 통신 기업 관계자들을 볼 수 있었다. 화웨이가 직접 초청한 고객이나 관계자만 들어올 수 있는 비공개 부스에서도 유럽 기업 관계자를 여럿 만나볼 수 있었다. 익명을 요청한 핀란드 한 통신사 관계자는 "통신 장비 업계에서 화웨이가 1위 기업이기 때문에 어떤 새로운 기술이 나왔을지 궁금해 방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핀란드는 지난해 말 미국이 주도하는 화웨이·ZTE 등 중국 통신 장비 기업 제재에 참여한 국가 중 하나다.


한국, 미국 손 붙잡았지만…중국 기업에도 기웃기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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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식 LGU+ 대표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 비아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MWC 2024 전시장에 마련된 차이나모바일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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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6G 연구에서 미국·중국보다 앞서있다고 평가받는다. 지난 WRC-23에서 한국이 제시한 주파수 4개 중 3개(△4.4㎓~4.8㎓ △ 7.125~8.4㎓ △14.8~15.35㎓)가 후보 대역 명단에 올랐다. 6G 주파수는 2027년 최종 결정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는 6G 원칙 공동선언문, 엔비디아와 MS가 주요한 AI-RAN 얼라이언스 등 미국이 주도하는 각종 동맹에 참여하며 미국에 치우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이번 MWC에서 한국의 경영진은 중국 기업과의 만남을 지속했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는 직접 차이나모바일 부스를 방문해 6G와 자체 LLM(초거대 언어모델) 시연을 보기도 했고, 김영섭 KT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차이나모바일과 만났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재홍 가천대 교수는 "스페인의 텔레포니카 같은 기업은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동참한다고는 하지만, 훨씬 싼 가격에 성능까지 좋은 화웨이 장비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한국 기업은 (미국의 압박에) 텔레포니카처럼 직접 장비 채택을 할 수는 없겠지만, 다양한 전략이나 기술을 보고 교류할 필요는 있다"고 강조했다.


전시도 하고 동맹도 맺고…MWC서 AI 기술 뽐낸 이통3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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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MWC 2024’ 개막일인 지난달 26일 오전(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아 그란 비아 전시장에 마련된 SKT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UAM 기체를 보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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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들은 이번 MWC 2024에서 AI 기술을 뽐냈다. 3사는 AI를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전 세계에 선보이는 한편 AI 생태계 확장을 위해 글로벌 기업들과 손을 맞잡았다.

SKT는 MWC 2024에서 AI를 기반으로 한 첨단 기술을 선보였다. SKT는 전시관에서 △고객지원 AI 상담센터 △챗봇이 구현된 버추얼 에이전트 △AI 기반의 스팸·스미싱 필터링 시스템 등 통신사 특화 LLM을 기반으로 여러 적용 사례를 선보였다.

또 LLM 솔루션 기업 '올거나이즈', AI 기반 디바이스 및 SW(소프트웨어) 플랫폼 스타트업 '휴메인' 등 글로벌 스타트업과의 텔코 LLM 바탕 기술 협업 내용도 소개했다. 아울러 AI 기반 6G 시뮬레이터와 오픈랜, AI DC(데이터센터) 관련 주요 기술 및 조비 에비에이션과 협력 제작한 UAM(도심항공교통) 기체 목업(mockup) 등도 전시했다.

KT 역시 'AI LIFE' 존에서 LLM(거대언어모델)이 적용된 AI 반도체, 소버린 AI 사례 등 초거대 AI가 적용된 다양한 사례를 소개했다. 또 GSMA와 'AI를 통한 디지털국가 발전'이라는 주제로 2024년 M360 APAC 서울 개최를 위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LG유플러스는 MWC 2024 기간 AWS(아마존웹서비스)와 AI 활용 극대화를 위해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AWS의 생성형 AI 최신 개발역량을 활용한 차별적 고객경험 제공 △클라우드 플랫폼 서비스 보안 강화 △IT 현대화 등 부문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배한님 기자 bhn25@mt.co.kr 이정현 기자 goroni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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