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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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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투표 유권자 “지지정당 없지만, 내 삶에 영향 주는 투표는 꼭 할 것”[총선 기획, 다른 목소리 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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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4·10 22대 총선에서 처음 투표에 참여하는 2005년생 최승우씨(19). 정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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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생 최승우씨(19)와 조수명씨(19)는 다음달 10일 치러지는 22대 총선에서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할 계획이다. 최씨(광주·남)와 조씨(경기·여)는 성장한 지역과 성별이 다르지만 정치에 대한 생각은 비슷한 구석이 많다. 사회 갈등을 해결하기보다 부추기는 정치권에 비판적인 이들은 현재 특정한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이다. 그러면서도 내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치에 대한 관심과 기대를 접지 않고, 후보의 비전과 공약을 꼼꼼히 따져보고 투표할 생각이다.

첫 투표를 앞둔 최씨와 조씨를 지난달 25일 서울과 지난 2일 경기 용인에서 각각 만났다. 최씨는 “대표자를 내 손으로 직접 뽑을 수 있다는 데 대해 설렘을 느끼면서도, 내 손으로 뽑은 대표자가 공약을 지키지 않을까봐 걱정이 된다”고 했다. 조씨는 “내가 드디어 어른들만 하던 투표를 하게 됐다는 기대감과 함께, 지금까지 학업 때문에 정치에 더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점이 아쉽기도 하다”고 밝혔다.

두 사람이 처음 정치에 눈을 뜬 시기는 ‘어른들’의 생각보다 훨씬 빠른 초등학교 고학년 때다. 조씨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졌다. 그때를 기점으로 뉴스를 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최씨는 “어린 초등학생 눈으로 봤을 때 정의당이 여야와 진보·보수 간 대립을 중재할 수 있는 정당이라고 생각해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두 10대 유권자가 생각하는 정치란 ‘국민이 선출한 대표자들이 갈등과 타협을 통해 합의에 이르는 것’이다. 이러한 정의에 비춰봤을 때 윤석열 정부와 21대 국회에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 조씨는 “(정부와 국회의) 결정이 우리 사회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충분히 생각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며 “또한 ‘정치’라고 하면 상대 정치인의 결함을 잡아서 깎아내리는, 사회적으로 불필요한 공방을 벌이는 모습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최씨는 “서로 억지로 깎아내리고 비난하는 세태가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 젊은 유권자들의 눈에 ‘젠더 갈등’은 정치인들이 조장하는 ‘불필요한 공방’의 대표 사례다. 최씨는 “누가 됐든 ‘남녀 갈라치기’를 해선 안 된다고 본다”며 “굳이 성별을 나눠 대립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조씨는 “정치권이 이 이슈를 이용하고, 국민들은 이용 당하는 상황”이라며 “여성 인권 신장은 중요한 문제인데, 미래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진정성 있게 고민해 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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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22대 총선에서 처음 투표에 참여하는 2005년생 조수명씨(19). 정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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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 비판적이지만, 정치 혐오와는 달랐다. 특정 정당을 맹목적으로 지지하지 않은 채 다양한 주장에 열린 태도를 취하고자 했다. 최씨에게 국민의힘 소속 홍준표 대구시장은 영·호남 지역 갈등 해소 노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뚜렷한 비전이, 심상정 녹색정의당 원내대표는 소수자·약자를 위한 공약이,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젊은 정치인으로서의 혁신성이 장점이다.

최씨와 조씨 모두 총선 때 뽑을 정당과 후보를 아직 정하지 못했다고 했고, 기성 정당 중 절대 뽑지 않을 정당은 “없다”고 단언했다. 다만 조씨는 “(신생·소수 정당 중) 극단적인 성향의 정당은 다양한 사회 구성원을 포용하지 못할 것”이라며 “보수든 진보든 급진적인 정당은 뽑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진보·보수·중도라는 기존 이념 성향 구분법도 거부했다. 조씨에게 정치 성향을 물었을 때 가장 먼저 나온 말은 “극단적인 쪽은 아닌 것 같다”였다. 조씨는 “굳이 따지면 자유보다 평등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진보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면서도 “진보와 보수를 어떻게 구분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최씨는 “솔직히 내 정치 성향을 잘 모르겠다. 진보적인 우파에 가까운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과거엔 진보를 지지하는 편이었다”면서도 “좌우를 나누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각 후보의 비전과 공약이 표를 던지는 데 최우선 고려사항이라고 밝혔다. 조씨는 “후보들이 ‘어떤 미래를 만들겠다’고 제시하는지를 제일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사회 전반의 문제를 해결해 더 나은 국민의 삶을 만들 수 있는 공약을 내놨는지를 중점적으로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동국대 역사교육과 24학번 신입생이고, 조씨는 원하는 대학 진학을 위해 한 해 더 공부하는 중이다. 한창 정신없을 시기에 정치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투표에 참여하려는 이유는 뭘까. 최씨와 조씨는 “정치가 내 삶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최씨는 청년 취업 정책과 관련해 “정부가 다양한 진로 모색 기회를 많이 제공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치권 안팎에서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왜곡 시도가 계속되는 현실이 정치 관심과 역사 교사 꿈에 영향을 줬다고 했다. 이과생인 조씨는 “대입 정책 기조를 바꿀 때마다 사교육만 늘어나는 것 같다”며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은 내 장래 목표인 과학기술 연구 및 관련 기업 경영과 연관돼 더 와닿는 문제”라고 말했다.

한국사회 미래를 살아갈 이 유권자들은 정치권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로 사회 분열과 저출생 등을 꼽았다. 조씨는 “한국사회는 언론사 성향에 따라 독자가 다는 기사 댓글 내용이 정반대일 정도로 지나치게 분열된 느낌”이라며 “정치인들이 나서 국민들이 함께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통합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씨는 “지역 간 갈등과 차이를 해소해 나가야 한다”며 “아울러 국가 존속이 걱정될 만큼 낮은 출생률을 극복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정치인들이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래 유권자들에게 정치 관심을 당부했다. 최씨는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정치와 사회 문제에 더 관심을 갖자고 다짐했다”며 “청년들이 나설 때 더 민주적이고 평화로운 대한민국이 완성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조씨는 “투표 외 더 적극적인 방식으로도 함께 목소리를 냈으면 한다”고 밝혔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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