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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현관문에 '스토킹 쪽지·사진' 건 前남친…대법 “집 안에 안들어갔어도 주거침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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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法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

야간에 공동 현관ㆍ계단 통해 피해자 현관문 앞까지 들어가


이투데이

서울 서초동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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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여자친구 집에 직접 들어가지 않았더라도 주거침입이 인정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주거침입죄로 기소된 A 씨 사건에 대해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방법원으로 환송했다”고 7일 밝혔다. 2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A 씨 사건을 다시 심판하도록 돌려보낸 것이다.

40대 남성 A 씨는 2021년 6월 12일 저녁 8시께 전 여자친구인 30대 피해자가 사는 서울 성북구 다세대주택에 찾아가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갔다. 피해자가 집 안에서 나누는 대화 등을 녹음하기 위해서였다.

다음 달인 7월 20일 저녁 9시쯤에도 피해자 집 현관문에 ‘게임은 시작되었다’는 문구를 적은 마스크를 걸기 위해서 해당 다세대주택을 찾아갔고, 이틀 뒤인 22일 밤 10시께에는 피해자 집 현관문에 피해자 사진을 걸 목적으로 다시 방문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했고, A 씨는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돼 서울북부지법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

지난해 열린 1심 재판 당시 A 씨는 “피해자가 거주하는 호실 내부에 들어가지 않은 채 계단, 복도에 조용히 있다 나왔다”면서 혐의를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A 씨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집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어도 계단, 복도 역시 각 세대에 필수적으로 속하는 부분이라 사실상 주거의 평온 보호할 필요성이 있다는 취지였다.

또 “A 씨가 2021년 7월 20일경부터 2021년 7월 22일경까지 카카오 톡으로 피해자의 남자관계 등을 비난하는 메시지들을 계속 보냈고, 피해자가 성관계 중 낸 소리가 포함된 녹음 대화를 유포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러나 같은 해 열린 2심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피해자 거주지 공동현관에 도어락이 설치돼 있지 않았고 경비원도 없었다”, “피해자가 A 씨가 현관문 앞까지 왔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고 현관문을 열려고 하거나 두드리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는 점을 들어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사건의 최종 판결을 맡은 대법원이 “2심의 판단을 수긍하기 어렵다”면서 이번 파기ㆍ환송을 결정했다.

대법원은 A 씨 행동이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로 주거침입에 해당한다고 봤다.

A 씨가 피해자의 사적 대화 등을 몰래 녹음하거나, 현관문에 피해자에게 불안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문구가 기재된 마스크를 걸어놓거나, 피해자가 다른 남자와 찍은 사진을 올려놓으려는 의도로 야간인 21시~22시께 공동현관, 계단을 통해 피해자의 현관문 앞까지 들어갔다는 것이다.

같은 시기 피해자에게 심한 욕설이나 성희롱적 언사가 포함된 메시지를 두 차례 보낸 점도 유죄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A 씨가 현관문 앞까지 들어온 행위를 그 당시 인식하지는 못했을지라도 이를 알게 되면서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A 씨 행위로 공포감을 느꼈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면서 “A 씨가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로 이 사건 건물에 출입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이투데이/박꽃 기자 (pgot@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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