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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격화되는 미중 반도체 전쟁…조용히 ‘웃는’ 말레이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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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에 후공정 투자 급증

인텔, AMD 등 증설...관세·규제 회피 中 업체도 가세

첨단 인력 부족과 美 추가 규제 가능성은 우려

헤럴드경제

말레이시아 인텔 페낭 공장에서 반도체 제품을 검수하고 있는 직원. [인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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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최첨단 반도체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날로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말레이시아가 뜻하지 않은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중국 외의 사업장을 확보해 지정학적 리스크를 확보하려는 서방과 중국 반도체 기업의 투자가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는 단순 생산 기지 역할을 넘어 자체적인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11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과 인텔, 유럽의 AMS오스람과 인피니온 등이 말레이시아 페낭에 생산 시설 투자를 단행하거나 계획 중이다.

인텔은 올해말 말레이시아에 70억달러를 투자해 페낭에 3D 고급 패키징 공장 등을 완공할 예정이다. 인근 쿨림에는 칩 어셈블리 및 테스트 공장도 추가로 짓고 있다.

마이크론은 지난해 페낭에 어셈블리 및 테스트를 위한 두번째 공장을 건설하기 시작했고 인피니온은 생산 시설 확장을 위해 향후 5년 간 최대 54억달러를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곳에서는 전기차에 사용되는 실리콘 카바이드(탄화규소) 전력반도체를 생산할 예정이다.

페낭 지역은 인텔이 1972년 첫 해외 생산 기지를 지은 이후 AMD, 르네사스, 키사이트 테크놀로지 등 반도체 기업들의 패키징, 어셈블리, 테스트 등 후공정 관련 생산 시설이 대거 밀집하며 ‘동쪽의 실리콘밸리’로 불려왔다.

말레이시아는 페낭 지역을 기반으로 전세계 반도체 후공정 시장의 13%를 점유하며 전세계 6위의 반도체 수출국으로 자리잡았다. 미국의 반도체 수입 중 20%를 차지해 대만(15.1%), 한국(7.5), 일본(3.5%)을 앞섰다.

FT는 반도체 기업들이 지정학적 갈등을 피하기 위해 중국 외 사업장을 추가로 확보하는 ‘차이나 플러스 원(China Plus One)’ 전략을 구사함에 따라 말레이시아가 수혜를 입고 있다고 분석했다.

말레이시아의 집적회로 설계 스타트업 옵스타(Oppstar) 공동 설립자인 탄 천 치아트는 “향후 10년 동안은 미중 갈등으로 인한 긴장으로 말레이시아에서 훨씬 더 많은 투자 활동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말레이시아에 반도체 관련 공장을 짓는 것은 서방 국가 만이 아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반도체 기업이 생산한 중국산 반도체의 수입에 규제를 가하면서 중국 반도체 기업도 생산지를 말레이시아로 옮기고 있다. 컨설팅업체 인베스트페낭은 현재 페낭에 55개의 중국 기업이 반도체 관련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미중 반도체 갈등이 있기 전 16개에서 크게 늘어난 것이다.

중국 업체들은 말레이시아 업체와 합작해 고급 칩의 일부 조립 공정을 말레이시아에서 진행하면 미국의 규제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종 조립을 페낭에서 진행하면 원산지가 말레이시아로 바뀌면서 미국의 대중 관세도 피할 수 있다”고 세리 웡 시우 하이 말레이시아 반도체 산업 협회 회장은 전했다.

심지어 중국과 미국 업체가 손을 잡고 말레이시아에 공장을 짓기도 한다. 미국 AMD가 중국 패키징 업체 통푸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와 손잡고 2022년 페낭의 생산 시설을 확장한 것이 대표적 예다.

서방과 중국 기업의 대대적인 투자에 힘입어 말레이시아의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지난해 128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2013년부터 코로나 팬데믹 초기인2020년까지의 FDI 투자액 총액보다 많은 수치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장기적으로 TSMC나 삼성전자와 같이 말레이시아 현지 대표 반도체 기업을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브라힘 안와르 총리는 미국의 칩스법(CHIPS)과 같이 말레이시아에 투자하는 기업에 보조금을 제공하는 정책을 도입하기 위한 검토를 지시했다.

다만 반도체 산업의 근간이 되는 자국 엔지니어링 인력 부족은 말레이시아의 약점으로 꼽힌다. 전기 전자 분야에서만 5만명의 엔지니어가 필요하지만 매년 졸업하는 공대생은 5000명에 불과한 데다 그마저 상당수는 임금이 훨씬 높은 싱가포르로 빠져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중국 업체의 말레이시아 투자가 계속 늘 경우 미국 정부가 이에 대한 규제를 새로 도입할 가능성도 있다. 국가 반도체 태스크포스 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자프룰 아지즈 말레이시아 투자통상산업부 장관은 “추가적인 규제는 말레이시아에 투자한 미국 기업에도 역효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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